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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실손②] 보험사 중 반은 ‘실손보험’ 포기…4세대 전환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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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실손②] 보험사 중 반은 ‘실손보험’ 포기…4세대 전환 무용지물

만성적인 실손보험 적자로 현재 보험사의 대부분이 실손보험 취급을 꺼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만성적인 실손보험 적자로 현재 보험사의 대부분이 실손보험 취급을 꺼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성적인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 3년 만인 지난해 결국 적자를 보면서 고전하고 있다. 소비자의 의료 쇼핑과 도덕적 해이, 비급여 과잉 진료의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중소형 위주 절반에 달하는 보험사들은 손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실손보험 상품 판매를 접으면서 소비자들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만성적인 실손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던 기존의 4세대 실손이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손해율 114.5%를 기록하며 결국 적자를 냈다.
실손보험은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상품으로, 가입자가 낸 의료비의 일정 비율을 보상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1세대부터 4세대까지 현재 출시된 실손보험들이 모두 적자를 보면서 현재는 실손보험 취급을 포기하는 보험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생보사 11곳, 손보사 3곳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라이나생명과 신한라이프, AIA생명,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DGB생명, KB생명, DB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AXA손보와 ACE손보, AIG손보 등은 현재 실손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실질적으로 외국계 보험사들은 거의 실손보험 사업을 포기했으며 반 이상의 생보사들도 실손 판매를 중단했다. 4세대 실손마저 결국 적자를 보면서, 보험사들의 실손 외면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실손보험이 고질적으로 만성 적자를 기록하는 상품이다 보니 실손보험 상품이 존재하는 보험사들도 고객들의 신규 실손 가입을 꺼리고 있어 까다로운 조건을 도입해 신규 가입을 막거나 단독 실손 가입은 취급하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계속 오르다 보니 역마진이 나는 상황이다. 역마진이 나면 가격(보험료)이 오를 수밖에 없다. 상호간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저희는 잘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현재까지 (실손보험) 재판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이 고령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앞으로 실손보험금 적자가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이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이 계속되다 보니 실손보험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의 실손보험은 보험에 따라 다르지만 가입자의 의료비를 거의 다 지원해줘 고객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구조다. 지난 2016년 대한예방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 나온 논문에는 실손보험 미가입자 집단이 의료비 20만7227원을 쓸 때 실손보험 가입자는 84만8426원을 썼다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 실손보험 가입자 내에서도 각 고객마다 보험금 수령 행태가 크게 나뉘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실손보험료를 전혀 타지 않았지만 일부 고객들은 반복·과잉 진료를 이용하며 보험료 인상을 부추겼다. 대표적으로 백내장수술 다초점렌즈, 비밸브 재건술, 도수치료 등이 실손보험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됐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과잉 진료가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비급여 관리가 가장 중요하고 또 일부 소비자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방법이 (현재) 4세대 정도에만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각 항목마다 통원 1회당 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상품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