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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수난②] 협회비 낼 돈도 없다…핀테크·온투업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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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수난②] 협회비 낼 돈도 없다…핀테크·온투업 '고사 위기'

□ 투자금액·투자건수 모두감소…적자경영 계속
□ 신규등록 업체 급감ㆍ폐업 속출

임채율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장. 사진=기자간담회이미지 확대보기
임채율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장. 사진=기자간담회


경기둔화·고금리 등으로 핀테크·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의 심각한 경영난이 계속되고 있다.
온투업 6곳은 1년새 영업을 중단했고, 남은 업체들도 근무환경이 열악해지자 퇴사율이 50~60% 정도로 인력이탈이 가속되고 있다.

일부 핀테크 업체는 약 50만원~100만원에 달하는 핀테크산업협회 회비 납부도 부담이다. 온투협회 역시 최대 5000에 달하는 협회비 부담을 호소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일 금융당국 및 온투업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온투업체 51곳 중 6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반면 지난해 금융위원회에 신규 등록한 업체는 2곳으로 그 중 하나인 슈가펀딩은 7개월 만에 영업중단을 선언했다.

온투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금융기관의 투자 길이 열렸지만 고사 위기에 내몰렸던 온투업권이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당초 저축은행과 대부업 사이의 대출 공백을 메우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출범했지만 현재는 성장 없이 이탈만 계속되는 형국이다.

지난 2019년 온투업체는 지난 2019년 237개사에 달했으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2020년 124개로 줄었고, 현재는 경영악화와 사업 인가 요건 미충족으로 51개사만 남았다. 금융위에 등록돼 있지만, 온투협회에 가입돼 있지 않은 온투업체도 5곳이나 된다. 이들이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회비납부의 어려움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사에 불안감을 느낀 직원들의 퇴사도 적지 않다. 기업정보제공 업체 원티드인사이트에 공개된 주요 핀테크 업체의 자료를 보면 적지 않은 업체가 퇴사율 50%에서 60%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온투업 기업 중 규모가 크고 상황이 양호한 편인 A기업의 퇴사율도 고용보험을 가진 전체 직원의 약 36%에 달했다. 온투업 업체 B의 경우 44%, C의 경우 45%를 기록했다. 한 기업은 반년 넘게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하다가, 올해 신규 투자를 유치해 가까스로 청산한 사례도 있었다.

얼마전 핀테크 업체를 퇴사한 관계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입사 했는데, 핀테크 업체가 규제는 많고, 수익은 나지 않다보니 결국 퇴사를 결심하게 됐다”면서 “대형 핀테크사가 아닌 이상 대부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투업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핀테크 투자 가뭄이 동시에 온투업 업계를 덮쳤기 때문이다. 온투업 50여개 업체 전체 대출의 70%가량이 부동산 대출인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연체율이 급등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핀테크 투자건수와 투자금액이 지난해부터 감소하면서 위기가 심화됐다.

핀테크 투자건수와 투자금액은 2018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투자금액은 2022년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고, 2022년 168건까지 늘었던 투자건수도 지난해 두 자리수로 감소했다.

서울핀테크랩과 혁신의숲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핀테크 투자 금액은 1조3690억 원으로 전년 2조9100억원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4분기에도 투자 위축 기조가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핀테크 투자 금액은 전년 대비 반토막났다.

국내 51개 온투업체의 대출잔액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 온투업 대출잔액은 1조9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1조1189억원)과 비교해 1.85%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22년 1조3423억원까지 늘어났던 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1조1189억원으로 감소했고, 이달에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반면 연체율은 급등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온투업 연체율은 평균 10.39%로, 전년 말(4.28%)보다 6.11%포인트 상승했다.

한 핀테크 업체 대표는 “결국 초기 스타트업들은 투자 유치 싸움이다”면서 “사업이 안착하기 전까지 수익이 나지 않아 투자금으로만 회사를 운영해야 하다보니 어려움이 크다. 특히 경기가 악화하면서 투자 시장도 얼어붙었는데, 올해 상황이 나아지길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다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426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