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는 앞서 한 차례 손해율 관리에 실패해 펫보험 판매를 중단한 적도 있다. 최근에는 ‘진료수가’ 투명성 등이 선행돼야 전반적인 상품성 개선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다만 상품성을 지적하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 KB경영연구소 조사를 보면 펫보험 가입의 가장 큰 저해 요인으로 ‘월 납입 보험료 부담’이 48.4%로 가장 많았고, ‘좁은 보상범위’(44.2%), ‘낮은 보상비율’(29.2%), ‘까다로운 가입조건’(27%), ‘적은 보장금액’ 등 대체로 상품성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펫보험은 반려동물의 ‘입원비・통원비・수술비’ 부담을 줄여주는 보험이다. 그러나 반려동물 치료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정기검진’ 관련 보장은 빠져 있어, 수술이 필요한 사례가 아니라면 필요성을 느끼는 반려인들이 많지 않다. 특히 정기검진 다음으로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피부질환’의 경우에도 통원치료비 정도만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이라 폭넓은 보장을 체감하기 어렵다.
가입 문턱이 높다는 문제점도 있다. 반려견은 첫 출생 이후 기본적인 접종을 위해 병원 방문이 불가피하다. 총 5개에서 6개 정도의 기본 접종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한 소비자의 경우 예방접종을 위해 동물병원에 다녀온 사실만으로 가입이 거절된 사례도 있었다.
아울러 버려진 유기견들은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돼 치아나 피부 상태가 온전치 못한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당장의 보험가입이 어려울 수 있다. 병원 방문이 잦아지는 고령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두고 보험사와 분쟁을 겪는 사례도 적지 않다.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 펫보험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배경은 우리나라에서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가 되지 않은 탓이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제각각이다 보니 펫보험 내에서 보장항목과 치료비 등을 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펫보험의 경우 발병률이라든지 수의사의 의료행위 등과 관련한 통계 부족으로 상품 개발에 한계점이 있다”면서 “특히 동물병원별로 수가 편차가 커 의료비를 추정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