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탐사 계약 5건 선점·미국 트럼프 행정명령 맞불…'미래 기술 보물창고' 쟁탈전"

국제 컨설팅업체 아서 D. 리틀(Arthur D. Little)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심해 채굴 시장이 "20조 달러(약 2경 7500조 원)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기존 육상 광산은 광석 등급이 떨어지고 환경 규제가 강해지며 생산 비용이 올라 점점 제약을 받고 있다"면서 "해저 매장량은 놀랄 만큼 풍부하고 보통 품질도 더 높다"고 분석했다.
◇ 20조 달러 심해 채굴 시장의 현실과 한계
심해 지역 4~6㎞ 깊이에서 나오는 다금속 망간 결절은 니켈, 코발트, 구리, 망간이 높은 농도로 들어있다. 구리, 아연, 은, 금이 많은 해저 거대 황화물은 1.5~3㎞ 아래에서, 코발트와 망간이 풍부한 지각은 수중 산등성이를 따라 분포한다.
탐사 지역은 멕시코와 하와이 사이 태평양 북쪽에 있는 지질학 해저 파괴 지역인 클라리온-클리퍼턴 구역과 인도양, 중부 대서양 능선에 몰려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야심찬 계획에는 막대한 비용이 따른다. 기계식 갈퀴와 고압 물 분사 등 두 가지 주요 채취 방법은 이런 깊이에서 안정되게 작동할 수 있는지 아직 증명하지 못했다. 선박 운영과 자재 추출 비용만으로도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자재를 육지로 가져와 가공하기 전 단계 비용이다.
아서 D. 리틀 분석가들은 보고서에서 채굴업체들이 연간 50만 톤을 넘는 산업 규모 생산 능력을 보여줘야만 자금 조달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테크놀로지 메탈스 리서치의 잭 리프턴 공동 설립자는 에포크타임스에 "비용이 너무 비싸고, 원자재는 충분하다"며 "대부분 광물이 이미 파나마, 브라질, 남아프리카 등 육지에 대량으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알래스카, 뉴멕시코, 애리조나주에는 이미 45년 전부터 구리가 많이 묻혀 있다고 알려져 왔다"고 덧붙였다.
리프턴은 베이징의 심해 채굴 야심이 중국 정권의 장기 전략 일부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25년 동안 광업을 세계 차원에서 조직했다"며 "여러 세대에 걸쳐 이런 일을 해왔는데 서방은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국내 희토류를 보존하고 오염이 심한 처리 공정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 중국의 선제적 움직임과 미국의 맞대응
중국은 이미 선제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국은 잘 알려지지 않은 유엔 산하 기관에서 태평양 해저 특정 지정 구역에서 심해 채굴 차량을 시험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중국은 자메이카에 본부를 둔 국제해저기구 산하 5건의 탐사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다. 또 중국은 국제해저기구의 주요 자금 제공자이기도 하다.
이에 맞서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심해 채굴을 빨리 추진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조치 뒤 더 메탈스 컴퍼니는 태평양 해저에서 세계 최대 배터리 금속 공급원을 개발한다며 미국 정부에 첫 허가 신청서를 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당시 성명에서 "이 자원에는 약 1550만 톤의 니켈, 1280만 톤의 구리, 200만 톤의 코발트, 3억4500만 톤의 망간이 묻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심해 채굴 신생기업 임파서블 메탈스가 악시오스에 올해 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 이상을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파서블 메탈스의 올리버 구나세카라 최고경영자 겸 공동 설립자는 지난 4월 하원 천연자원, 감독 및 조사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해저 광물이 "우리 가치나 번영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핵심 광물에 대한 외국 의존도를 끊을 수 있는 최고 기회"를 준다고 말했다.
구나세카라는 "우리는 미국의 환경 및 인권 기준에 맞지 않는 외국 광산에서 나온 광물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니켈의 75%가 인도네시아에서 나오며 대부분을 중국이 통제하고 있고, 코발트의 약 70%가 나오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끔찍한" 수준의 아동 노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발트 채굴도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나세카라는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이 이런 광물을 헐값에 내다 팔아 세계 시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2024년 니켈 광산 평균보다 약 10분의 1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중국의 헐값 판매로부터 우리를 지킨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가격보다 경쟁에 관한 것이며, 특히 중국이 통제하는 공급망에서 벗어나려는 서방 국가들의 장기 전략 안보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요청한 유럽연합 경쟁력에 관한 주요 2024년 보고서에서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이자 이탈리아 총리인 마리오 드라기는 유럽연합이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심해 채굴의 가능성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에서는 심해 채굴이 환경 문제 때문에 일시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지난해 1월 노르웨이 의회는 북극 해저에서 해저 광물을 뽑아내기 위한 탐사를 허용하자는 정부 제안을 승인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에 대한 노르웨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 계획은 나중에 좌파 환경운동가인 작은 정당이 그 계획을 막는 데 성공한 뒤 보류됐고 지금도 그렇다.
미국은 1982년 국제해양법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는데, 이 협약은 국제해저기구를 만들고 국제 수역과 그 자원이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레티시아 카르발류 국제해저기구 사무총장이 지난 4월 "어떤 나라도 유엔해양법협약이 세운 법 틀을 벗어나 이 지역의 광물 자원을 일방적으로 쓸 권리가 없다"고 경고한 뒤 나왔다.
러닝 포인트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마이클 애슐리 슐먼 최고투자책임자는 에포크타임스에 “심해 채굴이 달 착륙처럼 야심찬 차세대 프로젝트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바다 밑에서 벌어지는 권력 투쟁으로, 미래 기술과 바다 영토를 차지하기 위한 힘겨루기나 다름없다"며 "지정학상 새로운 패권 경쟁"이라고 평가했다.
슐먼은 "경쟁 무대가 깊은 바다라는 점만 다를 뿐, 과거 석유 대신 이번에는 미래 기술에 쓰이는 광물이 상품이 됐다"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