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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배상·상생금융 출혈... 금융지주 1분기 순익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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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배상·상생금융 출혈... 금융지주 1분기 순익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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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각 사

주요 금융그룹들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배상과 상생금융 출혈이 커지면서 1분기 실적이 주춤할 전망이다.

ELS 배상 등으로 1분기부터 충당금 규모가 커지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이자이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됐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막대하게 불어난 대출자산과 이어진 금리인상으로 역대급 성장 효과가 꺾일 전망이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지난해 1분기(4조9015억원)보다 8.31% 감소한 4조4937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지주별로는 지난해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 리딩금융을 차지한 KB금융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62% 감소한 1조3386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어 신한금융 1조3386억원(-3.90%), 하나금융 9974억원(-9.51%), 우리금융 8191억원(-10.35%) 순이다. 4대 금융 모두 1년 전보다 실적이 3~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보다 순이익 감소폭이 실제로는 더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로 부실채권이 늘면서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지주들의 핵심 자회사인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에 나서면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ELS 손실률 50%, 40%를 가정했을 때 은행권 전체 충당금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규모 원금 손실을 야기한 홍콩 H지수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금융의 실적 악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의 홍콩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7조8000억원 수준으로 배상 규모는 대략 1조원으로 판단된다. 이는 지난해 KB금융의 연간 순이익 4조6319억원의 2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ELS 배상이 큰 타격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작년보다 충당금 적립액 축소가 기대되며 ELS 배상비용의 증가분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올해 KB금융의 실적은 지난해 대비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LS 배상에 이어 계속되는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도 부담이다. 지난 2월 1조5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이자환급 중 1조3600억원 지급을 완료한 은행권은 4월부터 잔여분 1400억원과 6000억원 규모의 자율 프로그램 시행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역시 지난해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상생금융 예산을 부담하면서 KB금융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지난해까지 핵심 성장동력이었던 이자이익도 연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꺾일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작년 1분기 1.68%에서 4분기 1.63%로 완만한 축소세가 이어졌다.

우 연구원은 "향후 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전반적인 NIM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나 은행마다 대출 포트폴리오, 자산 성장, 리프라이싱 주기, 저원가성 예금 비중, 시장 경쟁 등 요인에 따라 회사마다 NIM 절대 수준과 변동 폭에서 차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