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오는 2054년에는 기금 고갈이 불가피하다. 신연금 도입 등 개혁에도 기존 연금에는 재정 투입을 통한 적립기금 보전이 필요한데, 현재에서 5년만 늦어져도 이에 들어가는 재정이 최소 206조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국민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는 장기적 기금 고갈과 세대 간 불평등 초래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
정치권을 포함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금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대표단은 '더 내고 현행대로 받는 재정안정안보다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을 더 지지한다는 토론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안은 전체 연령대 중 40~50대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20~30대에서는 평균을 밑돌았다.
정치권 역시 의견이 엇갈린다. 소득보장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의 측면에서 기성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짐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우려한 반면, 민주당은 소득보장안이 합리적이라며 무게를 싣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연금 재정의 안정성·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 주요국이 도입한 자동조정장치 및 민간수탁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발표를 보면 일본은 지난 2004년 연금액을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연동해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이는 공적 연금 지급액 증가율을 임금, 물가, 기대수명, 출산율 등 지표에 따라 억제하는 장치를 말한다.
스웨덴도 1998년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자동조정장치인 ‘명목확정기여형 소득비례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연도별 연금 지급액이 축소되고,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균형 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급액이 줄어드는 형태로 운영된다. 연금 개혁 과정에서 스웨덴 정부는 보험료율을 기존 18.5%를 유지하되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1세로 앞당기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 반발을 최소화했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 등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신연금의 재정안정성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연금 수급액을 보험 납부 개시 시점에 확정하는 확정급여형(DB형)에서 연금 수급 개시 시점에 확정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