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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①] “미래세대 부담 어떻게 감당하라고”…국민연금 개혁 '공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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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①] “미래세대 부담 어떻게 감당하라고”…국민연금 개혁 '공회전'

2054년 국민연금 고갈…개혁 늦어지면 추가 부담만 206조
국회 연금특위,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안 지지…세대간 갈등 심화
해외 사례 보니 ‘안정성’ 최우선…아예 새로 적립하는 ‘신연금’도 대안

국민연금 고갈을 앞두고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 고갈을 앞두고 연금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의 국민연금 개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현재 가입자의 부담을 늘려 '더 내고 더 받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세대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 합의 불발로 국민연금 개혁이 21대 국회에서 무산돼 22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전문가들은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보다 먼저 연금을 개혁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무작정 부담률을 늘리기보다 경기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거나, 사적 연금을 활성화해 공적 연금 고갈을 막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세대 간 형평성과 국민연금의 지속성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면 오는 2054년에는 기금 고갈이 불가피하다. 신연금 도입 등 개혁에도 기존 연금에는 재정 투입을 통한 적립기금 보전이 필요한데, 현재에서 5년만 늦어져도 이에 들어가는 재정이 최소 206조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국민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는 장기적 기금 고갈과 세대 간 불평등 초래 등 문제점이 적지 않다.

정치권을 포함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금개혁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대표단은 '더 내고 현행대로 받는 재정안정안보다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을 더 지지한다는 토론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안은 전체 연령대 중 40~50대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고, 20~30대에서는 평균을 밑돌았다.

정치권 역시 의견이 엇갈린다. 소득보장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지속 가능한 연금제도의 측면에서 기성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짐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우려한 반면, 민주당은 소득보장안이 합리적이라며 무게를 싣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연금 재정의 안정성·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 주요국이 도입한 자동조정장치 및 민간수탁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발표를 보면 일본은 지난 2004년 연금액을 기대수명 연장과 출산율 감소에 연동해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이는 공적 연금 지급액 증가율을 임금, 물가, 기대수명, 출산율 등 지표에 따라 억제하는 장치를 말한다.

스웨덴도 1998년 유럽 국가 중 최초로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자동조정장치인 ‘명목확정기여형 소득비례연금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연도별 연금 지급액이 축소되고,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균형 재정을 달성할 때까지 지급액이 줄어드는 형태로 운영된다. 연금 개혁 과정에서 스웨덴 정부는 보험료율을 기존 18.5%를 유지하되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61세로 앞당기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 반발을 최소화했다.
아예 새로운 연금안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미래세대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기 위해 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는 기존 연금기금과 구분해 신연금의 연금기금으로 적립하고 향후 기대수익비의 연금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강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 등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신연금의 재정안정성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연금 수급액을 보험 납부 개시 시점에 확정하는 확정급여형(DB형)에서 연금 수급 개시 시점에 확정하는 확정기여형(DC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