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내리면서 요구불예금 이탈 움직임
대출자산 성장 한계…기업·가계 대출 모두 어려워
대출자산 성장 한계…기업·가계 대출 모두 어려워

통상 이자이익이 감소하는 금리인하기에도 4대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천천히 내리고 예금금리를 빨리 내리는 방식으로 이자이익 방어에 성공했지만, 2분기부터는 이 같은 전략이 더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경기 둔화로 인한 기업대출 건전성 악화로 대출자산 성장도 한계가 왔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은 4조9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했다.
4대 금융의 순이익이 증가한 것은 금리인하기 진입으로 이자이익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자이익 방어에 성공한 덕이다. 4대 금융의 이자수익은 10조6419억원으로 올해도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분기 10조4046억원보다 2373억원(2.28%)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기에는 예대금리차가 축소돼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감소한다. 하지만 1분기 이자이익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들어가면서 아직은 금리인하기 초반인 데다 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요구를 명분으로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리고 대출금리는 천천히 인하하는 식으로 이자이익을 지켜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실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어두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자이익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은행이 대출자산을 늘리거나 예대금리차를 확대해야 하는데 향후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원화대출금은 1291조3974억원으로 작년 1분기(1226조6213억원)보다 64조7661억원(5.3%) 늘었다. 지난해 수도권 집값이 뛰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었고, 기업대출도 증가한 영향이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가계와 기업 대출 모두 대출자산 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대출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기업대출은 경기침체와 미국발 관세전쟁 리스크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경기침체 장기화로 은행에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도 흔들리는 모양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올 1분기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평균 0.39%로 지난해 4분기(0.31%) 대비 0.08%p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8년 1분기(0.41%)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자이익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반등도 어렵다. NIM이 오르려면 예대금리차를 확대해야 하는데 예금금리를 더 내리면 예금 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
본격적인 금리인하기 진입으로 투자처로서 예·적금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은행을 빠져나가는 돈이 급증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은 607조30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650조1241억원) 대비 42조8230억원 줄어든 규모다.
이에 2분기부터 본격적인 NIM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도 커졌다. KB국민은행의 NIM은 지난해 1분기 1.87%에서 올해 1분기 1.7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1.64%에서 1.55%로, 하나은행은 1.55%에서 1.48%로, 우리은행은 1.50%에서 1.44%로 뒷걸음질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에도 4대 은행 모두 조달비용 감소와 대출성장 속도 조절로 이자이익이 예상보다 선전했다"면서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