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기준 3%로 제한’ 명문화 無
‘일률적 제한’보다 ‘자율 조정’ 유도
금산분리상 자산운용 규제 필요 의견도
‘일률적 제한’보다 ‘자율 조정’ 유도
금산분리상 자산운용 규제 필요 의견도

미국을 포함한 유럽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보험사의 자산운용 방식과 관련해 법으로 비율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 자산이 과도하게 한쪽에 쏠릴 경우 감독기관이 자율 조정이나 자본 확충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강력한 규제에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보험업계와 주요국 감독기구 등에 따르면 보험사의 자산운용과 관련해 계열사 주식 보유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명문화한 나라는 없다.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산정 시 총자산, 자기자본, 채권·주식 소유 금액을 재무제표상의 시가 평가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변경하고 자산운용비율을 초과한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해 보험계약자의 자금으로 다른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시가 기준으로 평가해 총자산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의결권까지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해외 주요국의 규제와 비교해도 매우 엄격한 수준이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 자산 집중 시 감독기관이 사후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보험사 자산운용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에 있어 위험기반자본(RBC) 규제를 통해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자본을 차등 요구한다. 전국 단위로 법으로 정해진 ‘계열사 주식 3% 한도’는 없으며, 일반적으로 10% 이상 지분 보유 시 감독당국에 신고 또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럽연합(EU)도 ‘Solvency II’ 체계를 통해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시장가치(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고, 위험 수준에 따라 지급여력자본(SCR)을 차등 요구하는 구조다. 다만 특정 계열사 주식에 대해 법으로 정해진 보유 한도는 없고, 자산이 과도하게 한쪽으로 집중될 경우 감독당국이 추가 자본 요구나 조정 조치를 취하는 간접 규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보험사의 주식 보유 비중을 제한하는 규제를 운용한 바 있으나 현재는 철폐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정량적 보유 비율 제한은 명시하지 않고, 특정 기업의 의결권 10% 이상 보유 시 공시·감독 대상이 되는 방식으로 지배력 집중을 통제하고 있다. 자산운용 리스크는 감독 지침이나 내부 분산 원칙 등을 통해 관리된다.
물론 우리나라 금산분리제도 취지에 맞게 보험사의 자산운용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보험업법 감독 규정을 보면 규제비율 산출 시 주식·채권(분자)을 취득원가로, 총자산(분모)은 시가로 규정하고 있다. 주식 가격이 오르면 보험사의 자산(총자산)은 커지는데, 계열사 주식이 취득가로 평가되니까 실제보다 낮게 잡히고, 규제비율을 준수한 것과 같은 착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순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2020년 당시 발간한 ‘금산분리규제와 관련한 주요 쟁점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분자/분모의 평가 기준이 불일치할 특별할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자산가격 상승 시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가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특정 기업에만 특혜로 작용하는 등의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산정방법 변경으로 인해 초래되는 정책의 신뢰성 저하 문제나 시장 충격 등에 유의해 보완 방안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