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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도 ‘특허전쟁’…지하철 지연 등 이색보장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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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도 ‘특허전쟁’…지하철 지연 등 이색보장 눈길

삼성화재, 수도권 전철 30분 이상 지연 시 교통비 보장
DB손해보험, 반려동물 사고 시 행동교정 훈련비 지급
신상품 개발 장려…배타적 보호기간 최대 1년6개월 연장
보험사에서 특허 경쟁이 한창이다.자료=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에서 특허 경쟁이 한창이다.자료=연합뉴스
보험업계가 독창적인 상품에 대한 독점권, 즉 ‘배타적 사용권’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특히 신상품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배타적 보호기간이 최대 1년 6개월까지 연장되면서, 보험사 간 상품 차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수도권 지하철 지연보험’ ‘반려동물 사고 시 행동교정 훈련비 보장 특약’ ‘영유아 응급질환 특약’ 등 생활밀착형 상품이 시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배타적 사용권 부여 제도를 개정하는 협정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최대 1년까지 부여되던 독점 기간이 1년 반으로 확대될 예정이며, 빠르면 올해 4분기부터 개정안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보험사가 창의적이고 유용한 상품을 개발했을 경우 일정 기간 독점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일종의 한시적 특허권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해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해당 제도의 효력을 6~18개월로 확대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개발 리스크와 비용을 감안한 조치로, 보험사에 실질적인 개발 유인을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생활 속 위험을 다룬 실용적인 특약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배타적 사용권 획득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생·손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승인한 배타적 사용권은 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 중 23건을 손해보험사가 확보해 업권 내 경쟁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대표 사례로는 삼성화재가 지난 7월 초 도입한 ‘수도권 지하철 지연보험’이 있다. 수도권 전철이 30분 이상 지연될 경우 월 1회, 최대 3만 원까지 교통비를 자동으로 보상하는 이 상품은 6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았다. 교통카드 번호와 영수증만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에 20년 특허 기술이 적용됐다.

또 DB손해보험은 반려동물 사고 시 행동교정 훈련비를 보장하는 특약으로, 한화손해보험은 영유아 응급질환 관련 특약으로 각각 독점권을 확보했다. NH농협손해보험은 자연재해 발생 시 반려동물 임시 위탁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배타적 권리를 얻었다.

보험협회는 심사 과정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이 복수로 신청될 경우, 후순위 신청은 반려하되, 차별성이 인정되는 경우 별도의 심의 기준을 마련해 선별 심사하기로 했다. 또한 침해 범위도 확대해, 독점 기간 중 경쟁사가 유사 상품을 홍보하거나 마케팅하는 경우에도 침해로 간주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 같은 조치는 그동안 일부 보험사가 독창적인 상품 대신, 보장한도를 조금씩 바꿔 유사한 상품을 출시해온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협회는 독점 기한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유사 상품을 미리 홍보하거나 판매를 준비하는 행위도 배타적 권리 침해로 본다는 방침을 세웠다.

업계는 배타적 사용권 제도가 신상품 개발을 촉진하는 실질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일정 기간 독점이 보장되면, 통계 수집 및 위험률 산정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어느 정도 보전받을 수 있어 상품 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독점권이 부여된 기간에는 경쟁사의 유사 상품 출시가 불가능해, 소비자는 한정된 상품만을 선택해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생활밀착형 보장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비교 대상이 없어 시장의 다양성에도 한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혁신성보다는 마케팅 효과를 앞세운 상품이 배타적 권리를 획득하는 사례도 있어 심사 기준의 정교화와 남용 방지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