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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킥스 방어 ‘허덕’… 금융당국 규제완화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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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킥스 방어 ‘허덕’… 금융당국 규제완화 '선회'

순이익 부진 속 자본규제 압박 가중
건전성 방어 목적 후순위채 발행↑
전문가 현행 자본규제 “과도하다” 지적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규제를 완화한다. 자료=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규제를 완화한다. 자료=연합뉴스
보험사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악화되자 금융당국이 보험부채 할인율 규제완화로 선회하고 있다. 금리 하락과 손해율 악화, 자본 조달 비용 등 부담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건전성 방어에 허덕이는 업계 사정을 감안하는 것이다. 보험사가 재무건전성 확보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 인수합병(M&A) 등에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도 보험사들이 건전성 방어에 허덕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보험사 평균 킥스 비율(경과조치 적용 후)은 197.9%로 전분기 대비 8.7%포인트 하락했다. 생명보험사는 190.7%로 12.7%포인트 급락했고, 손해보험사는 207.6%로 3.4%포인트 떨어졌다. 권고치(150%)를 밑돈 곳도 동양생명(127.2%), 푸본현대생명(145.5%), 롯데손해보험(119.9%), MG손해보험(-18.2%), 캐롯손해보험(68.6%) 등 5곳에 달한다.

특히 순이익 부진이 건전성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장기보험 질병 청구액 증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대형사고 발생 등으로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상반기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기본자본 확충 여력이 떨어지면 핵심 지표인 킥스 비율도 방어가 어렵다.

건전성 방어 목적의 후순위채 발행은 올해도 사상 최대 규모다. 올해 상반기 발행 규모는 5조225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8조3250억 원)의 60%를 넘겼다. 현대해상·DB손해보험(각 8000억 원), 한화생명·KB손해보험(각 6000억 원) 등이 대규모 조달에 나섰지만, 발행금리(4~5%)가 평균 운용자산이익률(3.16%)을 크게 웃돌아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올해 1분기 채권 발행 이자만 157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6% 급증했다.
전문가들도 현행 자본규제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보험사가 재무건전성 확보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 M&A, 금리위험관리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하지만, 현행 규제는 이러한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보험사는 ‘재무건전성 충족’이나 ‘유동성 유지’ 목적에 한해 자금차입이 가능하다. 은행·종합금융사처럼 채권 발행 목적에 제한이 없고 예금·콜머니·CD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 업권과 비교하면 제약이 크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조차 자기자본 범위 내에서만 발행 가능해 운용 유연성이 떨어진다.

문제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보험사의 자금차입 규제는 타 업권 및 해외 보험사에 비해 경직적”이라며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를 반영한 제도 개선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당초 강화하려던 보험부채 할인율 규제를 완화하기로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할인율 운영 자문위원회는 최근 최종관찰만기 확대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제시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기존 계획은 지난해 20년에서 올해 23년, 내년 26년, 2027년 30년으로 늘리는 것이었으나, 현행 23년에서 동결 후 2027년부터 1년씩 늘리기로 한 것이다.

최종관찰만기는 할인율 산정 시 시장 데이터를 반영하는 구간으로, 만기가 길어질수록 할인율이 낮아져 보험부채가 늘고 킥스 비율이 떨어진다. 최근 30년물 국고채 금리가 10~20년물보다 낮은 상황에서 확대를 유예하면 업권 전반의 부채 증가를 10~20조 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