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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단기성과 치중] CEO 임기 보장·성과 보수 확대... 경영체계 개편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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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단기성과 치중] CEO 임기 보장·성과 보수 확대... 경영체계 개편 시급

현행 임기 구조상 장기 전략 뿌리내리기 어려워
장기 재임 시 신사업·성장동력 발굴에 훨씬 유리
금융당국도 ‘경영진 보상체계 모범관행’ 도입 예고
보험사의 장기 성과를 유도하기 위해 경영진의‘임기 보장’과 ‘성과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자료=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의 장기 성과를 유도하기 위해 경영진의‘임기 보장’과 ‘성과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자료=연합뉴스
보험사 대표이사(CEO)의 ‘단명’ 구조가 장기비전의 걸림돌로 지목되면서 ‘임기 보장’과 ‘성과체계 개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험상품은 수십 년간 유지되는 장기계약이 대부분이고 판매 채널 및 보상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CEO 단명은 임기 내 실적이 중시되는 현행 구조에서 장기 전략이 뿌리내리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20일 한국금융연구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의 장기비전경영 촉진을 위한 주요 과제로 경영진의 장기적 리더십 확보와 보상체계 개편이 꼽힌다. 장기 재임 구조가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신사업과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장수 CEO의 성공 사례는 글로벌 시장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CEO 평균 재임기간이 2~3년에 불과한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 알리안츠는 설립 이후 125년 동안 단 9명의 CEO만을 선임한 사례로 유명하다. 전임자 슐테 노엘레와 미하엘 디크만은 각각 12년, 10년 이상 재임하며 장기간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프랑스 악사 역시 클로드 베베르 전 CEO가 25년간 재임하며 1980년대 이후 해외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었다.
보상체계 역시 글로벌 표준과는 거리가 있다. 국내 보험사 경영진의 총보수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38%에 그친다. 쉽게 말해 기본급만 받는 ‘월급 사장’이 대부분인 셈이다. 반면 미국 상장 보험사의 경우 성과급 비중이 80%를 넘는다. 성과와 연동된 보상 비중이 낮다는 것은 곧 장기 성과 유인도 약하다는 뜻이다.

더구나 성과보수 이연지급 기간도 국내는 3년에 불과하다. 영국과 호주는 최대 7년까지 성과보수를 이연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보험업의 특성상 성과가 단기간에 드러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제도는 지나치게 짧아 단기 성과 집착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제조업과 달리 보험사는 상품이 계약 형태로 이뤄지는 무형의 특성과 복잡한 구조, 높은 정보 비대칭성 탓에 외부에서 경영자의 행위를 효율적으로 감시·견제하기 어렵다. 감독당국 역시 그간 보험사의 단기 실적주의가 불완전판매, 무리한 상품개발, 고위험 자산운용 등 다양한 문제를 낳아왔다고 반복적으로 지적해왔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보험개혁종합방안’을 발표하며 금융업권 최초로 ‘경영진 보상체계 모범관행’을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단기 성과 집착을 막기 위해 성과보수의 이연기간을 확대하고, 장기 성과를 반영한 보상 비중을 높이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다만 각 회사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인 만큼, 현행 임기 구조에 즉각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EO 장기재임 보장과 장기 성과 연계 보상체계 개편은 각각 독립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단순히 임기를 늘리거나 보상구조를 손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과제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업권 전반의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