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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규제 비상] 내년부터 자본성증권 7조 만기 ‘폭탄’…차환 막히면 건전성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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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규제 비상] 내년부터 자본성증권 7조 만기 ‘폭탄’…차환 막히면 건전성 구멍

2023년 이전 발행분, K-ICS 체계선 ‘기본자본’ 인정 안돼
조달 여력 약한 중소형사, 만기 상환 시 지급여력 급락 불가피
보완자본 한도 소진 속 차환 어려워…대형사만 생존 여력
내년부터 보험사들의 차환리스크가 본격화할 거란 우려가 커진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내년부터 보험사들의 차환리스크가 본격화할 거란 우려가 커진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가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자본성증권 만기 리스크에 긴장하고 있다. 2023년 이전 발행된 자본성증권이 2026~2027년 사이 약 6~7조 원 규모로 ‘조기상환’(콜옵션) 만기를 맞으면서 대규모 차환 부담이 현실화한다. 특히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 이후 과거 발행분이 기본자본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차환이 막히면 자본적정성(건전성)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다.

28일 보험업계와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내년부터 과거 보험사들이 발행한 자본성증권의 조기상환 시점이 본격적으로 돌아온다. 2026~2027년 사이 만기가 도래하는 자본성증권 규모는 약 6~7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들 물량 대부분은 2023년 이전 자본 확충을 목적으로 발행된 것으로, 통상 5년 콜옵션이 붙어 있어 상환 압박이 불가피하다.

문제는 2023년 IFRS17과 K-ICS가 전면 시행되면서 이들 과거 발행분 상당수가 더 이상 ‘기본자본’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 제도는 자본의 ‘질(質)’을 훨씬 엄격하게 따지기 때문에, 과거처럼 만기가 없고 이자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기본자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실제로 2023년 이전 발행분 상당수는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흡수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사실상 부채에 가깝고, 5년 콜옵션이나 스텝업(금리 인상 조건) 등 조기상환 유인을 담고 있어 ‘영구자본’으로 보기 어렵다. 여기에 자본 인정의 전제조건인 배당가능이익 요건까지 강화되면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보험사가 늘어나자, 차환을 하더라도 ‘보완자본’에 그치거나 아예 발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금리가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신종자본증권 조달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조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사의 경우 만기 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이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급락하면서 건전성 충격이 불가피하다. NICE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2026~2027년 자본성증권 만기가 집중되면서 차환 실패 시 자본적정성 붕괴 가능성이 있다”며 “조달 여력이 취약한 회사일수록 충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돼온 자본성증권 발행은 이미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8조7,000억 원으로 10년 내 최대였으며, 올해도 DB손해보험(1조9,670억 원), 현대해상(8,000억 원), 한화생명(6,000억 원), KB손해보험(6,000억 원), 신한라이프(5,000억 원), 한화손해보험(5,000억 원), 메리츠화재(3,000억 원), 흥국화재(2,000억 원), NH농협생명(2,000억 원), ABL생명(1,500억 원), IM라이프(750억 원) 등이 잇따라 발행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일부 생명보험사는 보완자본 인정 한도를 거의 소진한 상태다. 발행 여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만기를 맞으면 자본을 줄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성증권을 많이 발행할수록 이자 부담과 비용만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K-ICS 도입 이후 기본자본 인정 요건이 강화되면서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보험사는 소수 대형사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