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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규제 비상] 킥스發 보험사 절반 이상 ‘저질 체력’ 노출… "제도 유예"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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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규제 비상] 킥스發 보험사 절반 이상 ‘저질 체력’ 노출… "제도 유예" 호소

기본자본 70% 미달 보험사 14곳…‘알짜 자본’ 부족
후순위채 의존 구조 드러나며 금리·만기 충격 취약
금융당국 “감독지표 격상”…업계 “추가 유예 해달라”
보험사에서 기본자본비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미지=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에서 기본자본비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미지=연합뉴스
금리하락과 자본성증권 대규모 만기 도래로 보험사들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 이후 자본 요건을 충족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절반 이상이 금융당국의 기본자본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제도 적응을 위한 추가 유예나 보완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와 NICE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들은 건전성 지표 개선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즉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알짜 자본’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기본자본비율은 전체 26개 생·손보사 가운데 14개사가 기준치인 70%를 밑돌았다. 특히 완화 조치 이전(경과조치 전) 기준을 적용하면 일부 보험사는 사실상 ‘순자본이 마이너스(-)’ 상태까지 내몰릴 정도다.

보험사별로 보면 푸본현대생명·KDB생명·IM라이프·롯데손해보험 등 4곳은 기본자본비율이 음수(-)를 기록하며 부채가 자본보다 많은 구조를 보였다. IBK연금보험·ABL생명·DB생명·하나손해보험·흥국화재 등 5곳은 50%에도 못 미쳤고, 동양생명·한화생명·현대해상·농협손해보험·한화손해보험 등 대형사 5곳 역시 70% 이하에 머물러 대규모 자본 확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사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전체 자본의 ‘양(量)’을 의미한다면, 기본자본비율은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의 ‘질(質)’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비율이 낮다는 것은 겉으로는 재무 구조가 탄탄해 보여도 실제 위기 상황에서 보험금 지급 능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행 K-ICS 체계는 단순히 자본의 규모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의 질을 훨씬 엄격히 따지도록 설계돼 있다. 과거에는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처럼 부채 성격이 강한 자금도 자본으로 폭넓게 인정됐지만, 이제는 손실흡수 기능과 영구성 요건을 충족해야만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문제는 보험사들이 그간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 위해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자본금이나 이익잉여금처럼 실제로 쌓아둔 ‘진짜 자본’이 부족한 회사일수록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만 기본자본비율 자체가 아직 감독지표로 의무화된 것은 아니며, 금융당국은 향후 이를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 명령) 기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 개편의 충격은 특히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금리가 내려가는 국면에서는 채권평가이익이 줄어들어 자본 여력이 감소하고, 조달비용이 높아져 신규 자본성증권 발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일부 생명보험사는 이미 보완자본 인정 한도를 소진해 추가 발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이 경우 만기를 맞은 자본성증권을 상환해야 하고, 지급여력비율이 급락해 자본적정성이 훼손될 위험도 커진다.

감독당국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급여력비율 권고 기준을 150%에서 130%로 낮추고,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일정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자본성증권 만기 도래와 금리 하락이라는 이중 악재에 더해 배당가능이익 요건까지 강화되면서 자본 확충 여력 자체가 근본적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NICE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금리 하락, 자본성증권 만기 도래, K-ICS 전환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는 만큼 감독기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