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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보릿고개] 당정,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속도… 업계 내년 신성장동력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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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보릿고개] 당정,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속도… 업계 내년 신성장동력 추진

가맹점수수료 인하 압박 속 순이익 정체 국면
데이터·NFT 줄줄이 접고…플랫폼 전략 ‘흔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활용 가능하지만 파급력 ‘미지수’
카드사들이 수익난을 극복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카드사들이 수익난을 극복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금융 당국의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 등으로 수익 기반이 계속 잠식되자 카드업계가 내년 신사업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성장 모멘텀으로 주시하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비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고, 사내 전담팀을 꾸리는 등 시장 선점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선 마이데이터·데이터결합기관을 비롯해 지난 2~3년간 추진해온 신사업 대부분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자 스테이블코인은 정교하게 준비해 새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금융 당국과 여신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를 앞두고 카드업계가 내년 신성장동력으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카드사의 인프라를 활용해 신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이 커지고 있다. 반면에 신용카드 이용이 이미 활성화된 국내 결제시장 특성상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맞서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경제·금융전망 세미나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될 경우 국내 결제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금융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은 해외에서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도입 시 빅테크·핀테크의 결제시장 진입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페이팔(PayPal)·스트라이프(Stripe) 등이 이미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상용화하면서 글로벌 경쟁 구도가 재편되고 있어 국내 결제 인프라 역시 중장기적으로 구조적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비해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월 여신금융협회와 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NH농협카드 등 9개 신용카드사는 공동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출원했다. 협회 차원의 공동 대응과 별개로 각 카드사들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개별적으로 출원하고 사내 전담팀을 꾸리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삼성카드와 NH농협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가 이미 독자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확보한 상태다.

제도화가 현실화되면 카드사가 보유한 승인망·정산망·위험관리 인프라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정산 서비스를 선점할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이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권으로 확대될 경우 카드사도 발행·정산·지갑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직접 사업 참여가 가능해진다.

다만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이 단기간에 카드사 실적을 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결제 수익 비중 자체가 높지 않고, 국내 소비자들도 여전히 포인트·리워드·할부 혜택 중심의 카드를 선호하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결제로의 빠른 이동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카드사들은 현재 신사업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본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맹점수수료 인하 압박 속에서 순이익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시도했던 사업들마저 줄줄이 좌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는 카드사가 등록한 유료 데이터 상품의 89%가 다운로드 ‘0건’에 그치면서 플랫폼 판매 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NFT·메타버스 등 비금융 서비스 역시 철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NFT 서비스를 잇달아 중단했고, 증명서 조회·대환대출 비교·셀프 디자인·렌탈몰 등 플랫폼 부가 서비스도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아 순차적으로 종료됐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사업 대부분이 비용 대비 실익이 적어 철수로 이어졌다면, 스테이블코인은 본업과 결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신성장 분야”라면서도 “제도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시장 진입 시나리오가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