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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건국 250주년 기념 주화 유통 시작…트럼프 초상 1달러 주화 추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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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건국 250주년 기념 주화 유통 시작…트럼프 초상 1달러 주화 추진 논란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최근 공개된 쿼터 달러 주화에 메이플라워 협약 장면이 담겼다. 쿼터 달러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25센트 동전이다. 사진=미국 조폐국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최근 공개된 쿼터 달러 주화에 메이플라워 협약 장면이 담겼다. 쿼터 달러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25센트 동전이다. 사진=미국 조폐국

미국 건국 250주년을 기념하는 새 주화가 5일(이하 현지시각)부터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등 초기 대통령과 청교도 이주민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적용됐으나 시민권 운동과 여성 참정권을 기리는 주화는 최종 발행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은 미 재무부 산하 조폐국이 건국 250주년을 맞아 특별 기념 주화를 발행했으며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상을 담은 1달러 기념주화 발행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기념 주화는 지난 2021년 의회의 승인에 따라 준비가 시작됐으며 수년간 시민 주화 자문위원회와 공공 의견 수렴을 거쳐 디자인 작업이 진행됐다. 시민 주화 자문위원회는 노예제 폐지를 상징하는 프레더릭 더글러스, 여성 참정권을 명시한 수정헌법 19조, 흑인 학생 루비 브리지스를 기리는 쿼터 달러 주화 등을 권고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수주 전 공개한 최종 디자인에서는 이같은 인권·시민권 관련 인물과 주제가 모두 제외됐다. 대신 청교도 이주민, 독립전쟁, 게티즈버그 연설 등 미국 건국과 초기 역사에 초점을 맞춘 도안이 채택됐다.

시민 주화 자문위원회에서 20년간 활동해온 도널드 스카린치는 NPR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민권과 여성 참정권이라는 역사적 투쟁도 건국 정신의 일부로 담아내려 했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최종 디자인은 재무부 장관의 권한으로 결정됐으며 모든 도안은 자문위원회 또는 미술위원회의 검토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NPR에 따르면 미 조폐국은 건국 250주년을 계기로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초상을 담은 1달러 주화 발행도 검토 중이다. 이는 미국 역사상 유통용 화폐에 현직 대통령의 초상을 새기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화폐학회 산하 화폐박물관의 더글러스 머드 관장은 “유통을 전제로 한 주화에 현직 대통령을 새기는 것은 미국 전통에서 전례가 없다”며 “미국은 역사적으로 살아 있는 지도자를 화폐에 넣는 것을 군주제의 상징으로 경계해 왔다”고 말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 역시 생전에 자신의 초상을 화폐에 사용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카린치는 “워싱턴은 ‘우리는 왕의 나라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250년간 살아 있는 통치자의 초상을 화폐에 넣은 나라는 주로 군주국이나 독재국가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9명은 최근 재무부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 초상 주화 발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개인 숭배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스카린치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것은 단순한 동전이 아니라 미국의 가치와 역사를 영구적으로 남기는 기록”이라며 “어떤 인물과 사건을 선택하느냐는 국가가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