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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대출규제 후폭풍] 저축은행도 신규대출 '뚝'… 제도권 밀려난 ‘대출 난민’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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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대출규제 후폭풍] 저축은행도 신규대출 '뚝'… 제도권 밀려난 ‘대출 난민’ 급증

연소득 한도·총량 규제 겹치며 중·저신용 대출 위축
건전성 개선 불구 신규 영업 막혀 ‘보릿고개’ 장기화
고강도 대출규제가 지속하면서 중저신용자의 접근성 악화와 저축은행 업황 부진이 지속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고강도 대출규제가 지속하면서 중저신용자의 접근성 악화와 저축은행 업황 부진이 지속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여파가 저축은행으로 본격 확산하면서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대출 난민’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은행권 대출이 막힌 저신용 차주를 받아주던 저축은행까지 연소득 기준과 총량 규제를 적용받으면서,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차츰 개선되고 있지만, 신규 영업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12일 금융당국과 2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시행된 ‘6·27 가계부채 관리 대책’ 이후 저축은행의 신규 대출 취급은 눈에 띄게 위축됐다. 올해부터 저축은행도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 연소득 이내로 제한받으면서 승인액이 일평균 5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권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자, 저축은행이 맡아왔던 중·저신용자 대출 흡수 기능이 급격히 약화됐다는 평가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용점수 750점 이하 저신용자의 1금융권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2023년 8조4091억 원에서 2024년 6조8371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5년 11월 말 기준 4조9413억 원까지 감소했다. 불과 2년 만에 41%가 줄어든 것이다. 나이스 기준 750점 이하는 신용점수 하위 20%로, 정책서민금융 상품의 주요 대상층에 해당한다.

2금융권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카드·캐피털사를 포함한 2금융권 저신용자 신용대출 신규 취급액은 2023년 27조4684억 원에서 2024년 30조6650억 원으로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2025년 11월 말 기준 24조4060억 원으로 다시 감소했다. 규제 강화 국면에서 저신용 차주가 가장 먼저 대출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저축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개선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대출을 늘릴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가 진행되며 연체율은 정점을 지나고 있지만, 가계신용대출과 PF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구조 속에서 공격적인 신규 취급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의 영업환경이 당분간 ‘바닥 다지기 후 제한적 회복’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신용대출 규제와 부동산 PF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저축은행의 자산 성장 여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수익성 회복 역시 점진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대출 축소로 인한 수익원 공백을 유가증권 투자 한도 완화 등으로 메워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본업인 여신 축소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계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투자 자산 확대만으로 수익 구조를 정상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제도권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9238건이던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2024년 1만4786건으로 약 1.6배 늘었다.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대부업계에서는 불법 사금융 시장을 연간 10조 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제도권 금융 접근성이 낮아진 저신용 차주들이 고금리·불법 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고강도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제도권 금융에 대한 저신용층의 접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저축은행의 건전성과 별개로 신규 영업 자체가 막히면서 올해도 부진한 업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