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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제재] 금융위, 과징금 깎자니 정책 부담, 유지하자니 소송 리스크 '3중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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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제재] 금융위, 과징금 깎자니 정책 부담, 유지하자니 소송 리스크 '3중 딜레마'

자율배상·부당이득 감안 감경 여지…‘첫 조 단위 제재’ 상징성에 결단 난항
과징금 RWA 반영 시 8~9조 자본 묶임 우려…‘생산적 금융’과 충돌 고민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최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부당 제재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최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 부당 제재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과징금 제재를 둘러싸고 금융위원회가 장고하고 있다. 단순한 제재 수위 조정을 넘어 정치·사법·정책 변수까지 얽히면서 금융위가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정무적 판단’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형벌 합리화를 강조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금융위에 부담이 되고 있다. 또 ELS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은행 측 손을 들어주면서 과도한 제재에 나설 경우 향후 행정소송도 배제할 수 없다.

2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가 홍콩 ELS 제재 결론을 두 달 넘게 확정하지 못하는 배경에 과징금 감경 폭을 둘러싼 복합적인 판단 부담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총 1조4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의결했으며, 금융위는 지난 2월 해당 안건을 넘겨받아 검토를 이어오고 있다.

핵심 쟁점은 과징금 규모를 어디까지 낮출 수 있느냐다. 은행권은 이미 1조3000억 원 수준의 자율배상을 진행했고, 불완전판매로 인한 부당이득도 약 1000억~11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만큼 현 과징금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위로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도입 이후 첫 조 단위 제재라는 상징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감경 폭을 둘러싼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적 부담도 적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제 형벌 합리화를 강조하며 과징금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점은 금융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콩 ELS 사태의 사회적 파장이 컸다는 점 역시 금융위를 압박하고 있다.

사법 리스크도 변수로 지목된다. ELS 관련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하며 은행 측 손을 들어준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 역시 최근 제재 관련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면서 제재 수위에 대한 부담이 커진 모습이다. 과도한 제재가 향후 소송에서 뒤집힐 경우 당국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해당 금액이 위험가중자산(RWA)에 반영되면서 최대 8조~9조 원 수준의 자본이 묶일 수 있고, 이는 기업대출 등 ‘생산적 금융’ 공급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위가 제재의 시장 파장까지 함께 고려하는 배경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통해 대규모 금융사고의 운영 리스크 반영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한 상태다. 제재는 유지하되 자본 부담은 일부 덜어주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금융위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재와 금융시장 안정, 정책 기조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분석한다. 이해가 상충하는 요소들이 맞물리면서 최종 결론 도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징금 감경 폭을 두고 법리와 정책, 정무적 판단이 함께 맞물린 사안”이라면서 “자율배상이나 시장 영향 등을 감안해 어느 수준에서 결론을 낼지 내부 검토가 길어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