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영혼이 없는 '나열식' 자소서, 불합격으로 돌아온다

글로벌이코노믹

영혼이 없는 '나열식' 자소서, 불합격으로 돌아온다

[수시모집 합격 부르는 자기소개서 작성비법(2)]
김범수 교육전문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김범수 교육전문기자
학생들이 쓴 자기소개서를 첨삭하다보면 공통적으로 범하는 실수가 한 가지 있다. 바로 백화점식 나열이다. 나열이란 문장의 재료를 ‘시간적·공간적 순서를 밟지 않고 항목별·단위별로 나열해 서술하는 문장 구성 방식’이다. 다음의 A사례를 읽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저는 입학 후 00학과의 전통 있는 동아리인 000에 가입하여 이론으로 얻은 지식을 살려 봉사활동에 적용하며 진정한 봉사정신을 발휘할 것입니다. 또한 00봉사단에 가입하여 해외봉사를 갈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해외의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가는 것이 언젠가 꼭 해야 할 일이자 해보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처럼 ‘나는 동아리 A에 가입해서 무엇을 하고 또한 봉사단 B에 가입해서 무엇을 할 것이다’라고 표현되는 글쓰기 방식이 바로 나열식이다. 일반적인 패턴은‘나는 이것도 했고, 또 저것도 했고……’

자기소개서에서 나열식 글쓰기가 문제인 이유는 바로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자소서, 핵심 문장 앞에 쓰는 두괄식으로 써야하는 이유는?’에서 자기소개서는 나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대학교 입학관계자들을 위한 글쓰기라고 했다. 입학관계자들은 자기소개서에서 무엇을 알고 싶을까? ‘내가 A라는 활동도 하고 B라는 활동도 하고 C라는 활동도 하고 D라는 활동도 했어요!’라는 실적을 알고 싶을까?
아니다. 이런 실적들은 굳이 자기소개서에 쓰지 않아도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 원하는 것은 뭘까. 바로 그 활동의 계기와 준비과정, 그리고 그 활동을 하면서 어떤 성취를 얻었는지 그리고 그 활동이 나에게 어떤 학업적 깨달음을 주었는지 등을 통해 전공적합성과 발전가능성, 수학능력을 보겠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수험생들은 자신이 한 활동들과 수상실적만 나열하고 있다. 첨삭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 앞에서 영혼이 없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렇다면 나열식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시 A사례로 돌아가 보자. 필자는 A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1학년 때는 무엇, 2학년 때는 무엇, 3학년 때는 무엇, 4학년 때는 무엇을 하겠다는 플랜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것 하고 저것 하겠다’라고 썼다면 나열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하고 싶은데 그 이유는 무엇이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라는 내용을 담으면 나열이 아니다. 나열식 글쓰기의 예방법은 ‘구체적인 내용’이라는 양념을 뿌려 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열식 글쓰기는 그냥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문장에서 힘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구체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내가 나를 평가하지 않기에 대해 알아보자.

2016학년도 대입 자기소개서 쓰기와 대학별 수시모집 전형요강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와 자기소개서 쓰기에 궁금증이 있다면 필자가 운영하는 '행복한 11월의 목소리' 카페(http://cafe.naver.com/skylovedu)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김범수 교육전문기자/'인(IN) 서울 대학 자기소개서 쓰기의 비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