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카드뉴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대학생, 대나무숲에 모이다

공유
0

[카드뉴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대학생, 대나무숲에 모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


당나귀 귀 같은 임금님 귀를 보고 비밀을 참지 못해 대나무숲에 들어가 속 시원히 털어버렸다는 복두장(두건을 만드는 장인).
‘대나무숲’이 현시대에 살고 있는 수많은 ‘복두장’들을 위해 SNS 공간에서 새로 태어났습니다. 2012년 익명의 한 출판사 직원이 회사의 부조리를 공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계정이 사라지자, 그를 애도(?)하기 위해 만든 ‘출판사 옆 대나무숲’이 ‘○○ 대나무숲’의 시초입니다.

이후 등장한 ‘방송사 옆 대나무숲’ ‘시댁 옆 대나무숲’ 등이 1세대 대나무숲이었다면, 2013년 말 서울대를 시작으로 퍼진 ‘○○대학교 대나무숲’은 2세대 대나무숲입니다. 대학교 대나무숲은 주로 페이스북에 개설됩니다.

1세대 대나무숲은 공용 트위터 계정을 사용해 익명으로 글을 썼지만 2세대는 다릅니다. 대나무숲 관리자가 따로 있어, 구글 문서나 익명제보 시스템을 이용해 받은 사연을 관리자가 선별해 페이스북에 게시합니다.

제보는 익명으로 하지만,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은 실명으로 활동해 익명성과 실명성이 공존합니다.

대나무숲에 외쳐지는 글들은 연애나 친구관계 등 일상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진지하거나 고발성을 띈 글도 있습니다.

최근 동아대 신입생 환영회에서 학생들에게 ‘오물 막걸리’를 뿌렸다는 고발도 해당 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시작됐습니다. 대나무숲에서는 이같은 고발이 이루어지거나 경비 노동자를 해고하려는 학교를 저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나서 움직이는 등 여론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모바일세대에게 용이한 접근성까지 갖춘 대나무숲은 많은 학생들에게 신문고와 대자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페이스북의 대나무숲들은 대부분 관리자가 글을 걸러서 올리기 때문에 게시 기준이 모호합니다. 지난해 서울여대 대나무숲에 “현재 일어나는 노동자 파업과 총학생회 페북 글·댓글 관련 글들은 올리지 않을 것을 알린다”는 관리자의 공지가 올라오자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대나무숲이 ‘진정한’ 대나무숲이 될 수 없기 때문인 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고 필터링 없이 완전한 익명으로 방치한다면 1세대 대나무숲에서처럼 남의 글을 지운다거나 광고성·음란성 글이 올라오는 등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연세대학교는 ‘안타깝숲’을 통해 대나무숲에 올라가지 못한 글들을 외치고 있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커뮤니티를 만들기는 쉽지 않겠죠. 순기능을 살려 대학의 수많은 복두장들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건전한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김채린 기자 chr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