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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산층 잡는 저축보험 비과세축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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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중산층 잡는 저축보험 비과세축소 유감

[글로벌이코노믹 김은성 기자] “쇠뿔 세우려다 소 잡게 생겼습니다.” 국회가 추진하는 저축보험 비과세 축소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갑갑함을 토로했다. 국회는 일시납 저축보험의 비과세 한도를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월 적립식도 1억원까지 한도를 정하기로 했다. 조세 형평성에 따른 부자 증세를 위해서다.

하지만 '월 적립식' 저축보험에 대해서도 비과세 한도를 설정한 것을 놓고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월 적립식 보험은 전체 저축보험의 84%에 달한다. 또 월 적립식 보험 중 월 납입액이 50만원 이하인 경우는 850만건으로 전체의 91.5%를 차지한다. 부자보다 ‘중산층’이 노후 대비를 위해 최소 10년 부터 20년 동안 매달 돈을 쪼개 적립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법안을 발의한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처럼 부자들이 세금 회피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저축보험 가입 비율을 보면 소수에 불과하다.
문제는 세수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축보험 특성상 세수 효과는 최소 10년 후 발생하는 데다, 부자들도 비과세 한도까지만 납입할 개연성이 크다. 반면 당장 발생할 부작용은 명징하다. 가입 여력이 있는 중산층은 비과세 축소에 가입을 안 하게 된다. 비과세가 또다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생존권에 직격탄을 맞게 된 보험설계사들의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 최악의 경우 소득보전을 위해 좋지 않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권하는 경우도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렇듯 다양한 파급효과가 발생하는 고차원 방정식을 단순한 ‘부자증세’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한 건 아닌지 아쉬운 대목이다. 이해 당사자인 보험업계는 물론 실제 저축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면면을 살펴봤는지 의문이다.

박주현 의원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으로 중산층이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노후대비 수단이 줄면, 되려 증산층 세금만 더 늘게 만드는 선의의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은성 기자 kes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