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해군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기자들과 가진 전화 회의에서 지난 7월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본 본험리처드함을 퇴역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은 본험리처드함 복구와 병원선 개조, 폐기 등을 놓고 검토를 해오다 수리와 개조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판단해 함정을 결국 해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험리처드함은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에서 유용한 부분은 모두 제거되고 걸프만으로 견인돼 해체된다.
본험리처드함은 2018년 미 7함대 상륙군 기함 자리를 내주고 샌디에이고 해군기지로 귀항했다. 이곳에서 18개월 동안 총 2억 6000만 달러가 들어가는 단거리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전투기 탑재를 위한 현대화 작업을 받고 있던 중 지난 7월12일 폭발 후 난 큰불이 거의 나흘간 계속 타면서 비행갑판과 아일랜드, 마스트 등 선체의 약 60%가 손상을 입었다.

와스 강습상륙함인 본험리처드함은 1997년 3월 취역해 올해로 22년된 함정이다. 길이 257m, 너비 32m, 흘수 8.2m에 만재 배수량은 4만1000t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22노트(41km)이다. 공기부양정 3척 등과 해병대원 1894명을 태운다. 비행갑판에는 F-35B 6대, 코브라 공격헬기 AH-1W 4대, 틸터로트기 오스프리 12대, 대형 수송헬기 CH-53E 수퍼스탤리언 4대, 다목적 헬기UH-1Y 베놈 3~4대를 탑재해 강력한 공격력과 강습상륙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탐색구조 활동에 투입됐던 미 7함대 소속 강습상륙함이다. 본험리처드함은 키리졸브(KR), 쌍용훈련 등 다수의 한미연합 훈련에서 상륙군 기함으로 활약해 한국군에도 친숙하다.
미해군은 수리비용과 시간 탓에 해체 결정을 내렸다. 에릭 H. 버헤이지 해군 소장은 "본험리처드함을 완전히 수리하려면 25억∼30억 달러(2조7000억∼3조3000억 원)가 들고, 수리 기간도 5∼7년이 걸린다"면서 "반면 해체 비용은 3000만 달러(332억 원)"라고 밝혔다. 해체기간은 9개월에서 1년이 걸릴 것으로 미 해군은 예상한다.
미 해군은 본험리처드함을 병원선이나 잠수함 구조함으로 개조한다고 해도 비용이 10억 달러에 들고 시간도 5~7년이 들어 신조선 도입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본험리처드함의 해체가 미해군 전력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본험리처드함은 와스프급 강습상륙함 8척 중 한 척이다. 게다가 미군은 아메리카급 2척을 더 보유하고 있고 3번함 버건빌함을 건조 중이다.
미국 군사전문 매체 네이비타임스는 미국 해군이 비용 문제로 본험리처드함 퇴역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해군 전력에는 적지 않은 손실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미해군이 보유한 10척의 강습상륙함 가운데 5척 만이 F-3B를 탑재할 수 있고 미 해병대는 육상 항공대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는 가운데 한 척의 손실은 미 해군 작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미국 해군은 본험리처드함 화재의 원인을 방화로 추정하고, 지난 8월 유력한 용의자로 해병 1명을 지목해 현재까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