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 어디로 가야하나…엄상현 중부대 총장에게 듣는다
이미지 확대보기-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대학은 입학생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데, 중부대학은 어떻습니까?
“지방대는 외국인 학생들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학생들이 캠퍼스로 안 돌아오면 전국의 대학 재정에 비상이 걸립니다. 중부대의 경우 다른 대학에 비하면 양호한 형편이지만, 학부학생만으로는 적자입니다. 외국인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적자를 메꾸어주는 구조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4년제 대학과 고3 학생수가 역전되면서 금산 캠퍼스에서 정원 200명이 미달됐습니다.”
한국 대학의 정원 미달은 벚꽃 피는 순서, 다시 말해 지방 전문대> 지방 4년제> 수도권 전문대> 수도권대학 순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학생 선호대학이 지역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예외적이라면 국립대학인 과기대와 카이스트, 사립대학인 포항공대가 유일하다.
“미리 정원을 줄이는 대학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부대학은 아직 정원을 줄이지는 않았습니다. 정원을 줄이기보다 최악의 경우가 오더라도 지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엄 총장님은 교육부에서 26년 동안 교육정책을 담당하셨으니 중부대학을 살릴 방안도 가지고 계실 것으로 보입니다.
“중부 대학에 온 지 오는 8월이면 3년이 됩니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스스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부에 있을 때 대학을 향해 큰소리 쳤는데, 막상 교육현장에 와서 보니까 시키는 입장의 교육부에서 볼 때와 너무 달랐습니다. 교육부에서 고려하던 변수와 종류도 다르고, 중부대가 가진 특성이 있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평균적으로 말하는 일반론과 너무나 달랐지요. 3년간 헤매다가 가는 꼴이라 솔직히 말해 너무 부끄럽습니다. 중부대를 예전부터 알았다면 무언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부임해 공부하며 하려니까 당황스러웠습니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교육과 연구기관이기 때문에 똑같다. 교육과 연구를 잘 되게 하는 건 똑같은데, 여건이 다르다고 엄 총장은 지적한다.
“교육부에서는 항상 입시문제에 있어 서울의 주요대학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언론에서도 중부대의 입시에는 신경도 안 쓰지요. 학부모와 언론들이 주요대학에만 관심이 있으니 편견을 가지게 됩니다. 큰 대학, 앞서가는 대학에만 정책의 비중이 가 있어 한 가지 기준으로 적용하면 다른 대학이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중부대에 와서 보니까 사정이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고 이를 수습하느라 3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 지난 2018년 중부대 총장으로 취임하신 후 추진한 중장기 발전계획을 평가하신다면?
“교육부가 3년 단위로 대학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오니까 평가가 끝난 후 대학 자체적으로 중부대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보고용이 아닌 실제 우리가 할 계획을 준비해 실천해보자고 했습니다. 중부대의 비전을 ‘학생성장’으로 정했습니다. 물론 대학은 학생이 주인으로 당연히 굴러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워낙 안 되니까 비전을 학생성장으로 하고 학교 포인트를 경험중심으로 운영하자고 했습니다.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스스로 경험해보는 것을 강조하며 금산캠퍼스는 보건 간호학과, 고양캠퍼스는 ICT문화에 중점을 두는 운영을 했고 나름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합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에 불고 있는 ESG경영이 대학에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요?
“4차 산업이 시들해지고 ESG경영이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교육에서는 ESG가 새로운 건 아닙니다. ESG가 교육에 있어서는 기본이기 때문이지요. 환경교육은 이슈화가 된 지 오래이고, ESG자체가 비재무적인 영역인데, 교육은 처음부터 비재무적 영역이었어요. 환경은 환경교육으로, 사회는 새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자체가 아이를 길러 사회에 내보낸다는 건 너무나 뻔한 이야기이고, 대학과 사회의 관계를 새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고양캠퍼스의 경우 문화도시 고양시와 손잡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양학’이라는 지역학과까지 개설했습니다. 그러나 금산캠퍼스는 지역의 특성에 걸맞은 한방보건제약학과를 개설했는데, 불행히도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대학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ESG의 사회적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한방연구소 또는 대학원 과정에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엄 총장은 ESG에서 한국 대학 교육이 살아나려면 소유(법인)와 경영(대학행정)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립대의 대부분의 경우 법인이 대학 경영에 간섭, 지배구조가 더욱 투명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립대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정립되어야 대학 경영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살아나게 된다.
- 한국은 정신문명이 뛰어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정신문명은 사라지고 오로지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물질문명의 사회로 치닫고 있는데….
엄 총장은 질문에 대한 대답에 앞서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제라드(1770-1837)의 소설 ‘벨리사리우스’에 나오는 장면을 화폭으로 옮긴 게티 뮤지엄의 ‘벨리사리우스’ 그림을 손으로 가리켰다. 비잔티움 제국의 벨리사리우스 장군이 유스티니아누스 1세 치세 당시 너무나 대중의 인기를 끌자 그를 소경으로 만들어 내쫓았다고 한다. 물론 사실과 다른 소설의 내용이다.
“얼마 전까지 정신문명이 물질문명에 우선해야 한다는 명제를 제 인생의 전부인양 떠들었는데 최근에는 기가 꺾였습니다. 그림을 보면 옆구리에 투구를 낀 ‘장님’ 벨리사리우스 장군이 길을 안내하는 아동을 안고 길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저녁 땅거미가 내려 앉았고 품에 안은 길잡이 아동은 뱀에 물려 독이 온 몸에 퍼지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지요. 벨리사리우스 장군은 소경이라 낮이나 밤이나 관계가 없지만 늦은 밤에 시내에 도착할 경우 길잡이 아이는 치료를 할 수 없어 죽게 되는 정말로 절박한 상황입니다. 한국의 대학도, 우리 사회도 지금 이 그림처럼 진퇴양난의 절박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벨리사리우스 장군의 마음이 제한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해줘야 하는데, 지금 한국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을 못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를 몰라요. 병들어 있는 거지요. 그러니 인간은 감각적으로 느끼는 걸 하고 싶어하고 물질에 탐욕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가 물질에 치중하고 교육도 병들어 있으니 정신문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엄 총장은 교육 전문가답게 교육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를 확립하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답을 못 찾고 있다.
“심리학자 매슬로(1908~1970)는 인간이라는 종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이 되어간다는 의미로 정의합니다. 그는 인간의 행동이 인간 심리의 기저에 있는 욕구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지요. 가장 아래에는 물질적 욕구가 있고, 그 위에는 사회적 요구(친구와 어울리거나 평판), 마지막으로 자아실현 욕구가 있습니다. 인간은 위 3가지 욕구가 골고루 충족될 때 자아를 실현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물질과 사회적 욕구는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목이 마를 때 우리 몸이 바로 알 듯이 진선미를 추구하는 욕구는 적게 갖고 태어납니다. 이를 자극시켜 키워줄 때 욕구가 동기화되고 행동화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진(眞)쪽으로, 어떤 사람은 선(善)쪽으로, 어떤 사람은 미(美)쪽으로,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확인해서 그런 욕구를 채우려고 노력할 때 물질과 사회적인 욕구와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입니다. 진선미를 자극시켜주는 사회적‧교육적 환경이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오로지 돈만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물질주의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LH공사를 비롯해 정부 산하기관들의 공무원들이 세종시에서 온갖 특혜를 누리며 재산을 불리는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적 타락을 보면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자아실현자라면 기본적으로 지적 수준과 함께 교양이 있고 타인을 배려하고 인성이 훌륭한 균형잡힌 사람입니다. 그런데 집 없는 사람을 두 번 울린 LH공사 등 지배층의 부도덕한 행위는 자신과 타인과 환경에 대한 균형감각을 잃어버린 채 오로지 기본적인 물질적인 욕구에만 집착한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의감이나 인성의 중요한 특성이 결핍되어 있을 때 상대적으로 물질적 사회적 욕구가 강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매슬로의 이론에 따르면 자원은 한정돼 있고 물질적‧사회적 욕구가 자아실현 욕구에 비해 터무니 없이 강하게 될 때 변칙도 나오고 위선도 나오게 된다. 처방은 간단하다. 진선미, 즉 자아실현의 욕구를 깨닫게 해주면 저절로 해결된다는 게 엄 총장의 처방이다.
- 한국 교육의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리고 선진국에서는 AI 등을 활용해 교육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데, 왜 IT강국이라고 하는 한국은 여전히 과거의 교육방식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지요?
“솔직히 답이 없습니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습니다. 학교와 사회는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학교도 사회도 제 역할을 못하니 위기인 것이지요. 그래도 아이를 길러내는 교육자가 학교에서 아이들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한국의 입시위주 교육은 자기 주도적으로 체험하는 학습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 옛날부터 암기학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 나머지 자아실현 교육의 핵심인 음악이나 미술과 같은 예술과목도 암기하도록 시험을 출제하고 있다. 예컨대 동요 ‘깊은 산속 옹달샘’의 경우 가사로 내용을 음미하며 안 부르고 시험을 위해 ‘미솔 도미솔 파라라’라며 계명으로 불렀다. 오선지를 그려놓고 테스트할 때 가장 적절한 멜로디를 묻고 모든 사람에게 획일적인 답을 요구했다. 음악을 통해 감수성을 깨닫게 해주거나 음악 소질이 있는지 발견해주기 위해서 해야 하는데, 오로지 시험을 위해서만 교육을 해왔다. 한국 교육의 병폐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교육을 통해 자신의 흥미로운 부분을 찾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전체 삶을 이해하며 나와의 관계를, 인연을 찾도록 해야 하는데, 암기식 교육으로는 자신 안의 잠재력을 확인해볼 수 없습니다. 학부모들도 대학에 보내려면 어떻게 하냐며 크게 반발합니다. 그러니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자기개발교육보다는 암기 위주의 주입식교육에 매달린 게 오늘날 우리 교육의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엄 총장은 AI는 교수방법이자 테크닉이기 때문에 본질은 똑같다고 진단했다. 교육방법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다주겠지만 입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AI도 입시를 잘 하는 데만 도움이 되는 쪽으로 변질된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 과거에는 높은 교육열이 한국 사회를 뒷받침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열정만으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기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교과서식으로 이야기하면 교육은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이 있습니다. 내재적 목적은 자기를 알게 해주고 자기 정체성을 확인해주며 삶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교육이고, 외재적 목적은 기술을 배우고 직업을 얻어 삶을 살아가는 수단을 가르칩니다. 교육은 그 두 가지를 다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의 교육열은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옛날에는 본질적 목적에 치중하다가 어느 순간 수단적 목적에 매몰돼 있습니다. 대학과 사회가 동시에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교육에 대해 너무 관심이 없습니다. 한 열 번 쯤 경제 이야기하면 한번 쯤 교육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총장님의 교육철학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학교가 사회를 만들고 사회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쟁만 하는 교육의 결과가 잔혹한 사회를 만들었고, 잔혹한 사회가 참담한 교육현실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경제 수준에 맞는 자아실현 교육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물질과 사회적 욕구와 자아실현 욕구가 균형을 이루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추기를 바랍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