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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꾼 정경화의 이지적 진전의 모습…「정경화의 춤 律 조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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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꾼 정경화의 이지적 진전의 모습…「정경화의 춤 律 조율하다」


무슨 그리움 일어 겨울 분위기 물리고/ 다발 만개한 무지갯빛 꽃세상 불러/ 꾀꼬리 춤추고 태평성대 뜻 드높이나/ 부채 하나에 꽃신 신고 길 나서/ 배밭 돌고 돌아 마당 너른 무수골 이르면/ 도반들이 경연할 듯 미소로 달려들고/ 꼬리명주나비나 황모시나비 되어 봄 춤추네/ 조율의 뜻은 화평의 조용한 은사/ 미풍이 불어오는 나지막한 저녁/ 긴 천 축복인 듯 펄럭이며/ 대지 달군 뜨거운 열기 식히며/ 경건히 마주하는 선인들의 예혼/ 이으리라

5월 21일(토) 저녁 일곱 시 서강대 메리홀에서 ‘정경화 류 프로젝트’(예술감독·재구성 정경화) 주최·주관, 임현선 춤 예술아카데미·숨 무용단 후원의 「정경화의 춤 律 조율하다」가 공연되었다. 「춘앵무」 「살풀이춤」 「산조춤」 「즉흥무」 「교방굿거리춤」 「장고춤」 「태평무」에 이르는 일곱 전통춤 가운데, 독무(「춘앵무」, 「산조춤」, 「태평무」) 세 작품과 군무 「교방굿거리춤」이 정경화의 여유로운 세기로 추어졌다. 공연의 주제는 한 단어 한자(漢字) 율(律)에 담겼다.

각 작품은 류파를 달리하며 한 단어를 차지했다. 전통춤의 기본 레퍼토리 가운데 여성성을 부각하는 「춘앵무」(김천홍류)-相(상, 마주하다), 「살풀이춤」(김수악류)-近(근, 다가가다), 「산조춤」(황무봉류)-沁(심, 스며들다), 「즉흥무」(강선영류)-淪(윤, 빠져들다), 「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魅(매, 매혹하다), 「장고춤」(진유림류)-開(개, 피어오르다), 「태평무」(강선영류)-調(조-조율하다)는 무용수가 주제를 염두에 두고 의미적 접근을 실행했다.

공연의 한 축인 관객은 안무가(무용수, 연출자)의 프로그램 조합과 배합, 구성력을 살핀다. 무용수의 움직임과 연기(표정 연기와 동선상의 사위와 몸짓), 작품에 따른 무용수의 의상, 음악의 변화(녹음, 현장 연주), 무대의 적합도(무용수의 무대 장악력과 위치 잡기), 미세한 감정변화와 강약 강조에 따른 전통무용에 적합한 조명 디자인, 작품과 작품 사이의 분위기 조율 등이 포함된다. 예술감독의 작품에 대한 예술성과 상업성에 대한 의지력을 살핀다.
춘앵무(김천흥류, 출연 정경화)이미지 확대보기
춘앵무(김천흥류, 출연 정경화)


「춘앵무」(김천홍류) : 조선 향악정재 가운데 하나인 춘앵전(春鶯囀)을 「춘앵무」라 부르고 인간 앵화(鶯畵)한 작품이다. 여섯 자 화문석 위에서 화창한 봄날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를 춤으로 느리게 우아하게 시적으로 풀어낸다. 무용수는 화관에 윗옷 황초삼 아래옷 홍초삼을 입고, 홍단금수대에 초록하파, 오채한삼을 매며, 홍금수구에 초록혜를 신고 등장한다. 의상의 화려함에 압도당하고 익종이 지은 창사의 의미를 헤아리다 보면 생일잔치 분위기는 무르익고, 평조회상(平調會相)에 맞춘 정경화의 춤은 익숙한 순서로 격조의 절제미를 보인다.
살풀이춤(김수악류, 출연 오경진)이미지 확대보기
살풀이춤(김수악류, 출연 오경진)


「살풀이춤」(김수악류) : 진주기방 계열의 수건춤으로 전통춤꾼 오경진이 하얀 명주 천을 들고 춤을 춘다. 김수악류 「살풀이춤」은 남해안의 무속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 가운데 차분하면서도 백색 전통춤의 화려한 춤의 흐름을 좇아간다. 그녀의 「살풀이춤」은 유연하고 차가운 도회적 이성적 매력을 소지하고 있다. 김수악(金壽岳)의 구음은 구성지고 기억의 중독성을 부른다. 봄 집에 찾아온 제비를 반기는 심정으로 악가무를 대했던 귀한 춤이 김수악류 「살풀이춤」이다. 그녀의 춤을 뒷받침하는 음악은 김수악 특유의 「살풀이춤」 춤사위를 창조했다.
산조춤(황무봉류, 출연 정경화)이미지 확대보기
산조춤(황무봉류, 출연 정경화)

산조춤(황무봉류, 출연 정경화)이미지 확대보기
산조춤(황무봉류, 출연 정경화)


「산조춤」(황무봉류) : 황무봉은 광복 이후 부산 지역 무용 활성화와 후진 양성에 공헌한 신 무용가이다. 산조는 허튼가락의 기악 독주곡이다. 황무봉의 「산조」는 진주 개천예술제(1953)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다양한 제목으로 공연되고 있는 황무봉의 대표작이다. 정경화는 철 가야금의 반주로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몰아가는 리듬의 이 춤을 자유자재로 형상화하면서 신무용의 형태미가 돋보이는 섬세한 몸짓으로 여성성을 강조한다. 정경화는 1960년대 ‘산조춤’을 교본으로 삼아 춤을 추었다. 이 춤은 한국무용협회 명작무 제16호(2019)로 지정되었다.
즉흥무(강선영류, 출연 김선영)이미지 확대보기
즉흥무(강선영류, 출연 김선영)


「즉흥무」(강선영류) : 살풀이춤이 예술춤으로 다듬어지고 교방예술로 자리를 잡아 입춤, 즉흥무(卽興舞), 수건춤 등으로 불린다. 즉흥무는 춤꾼의 즉흥성이 가미되는 춤이지만 기본 틀은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듬뿍 보여주어야 한다. 강선영류 「즉흥무」는 특정 음악이나 양식에 구애됨이 없다. 소매 속에서 손수건을 넣고, 빼면서 흥을 돋운다. 한성준이 ‘살풀이’(1936)라는 이름으로 부민관에서 공연한 「즉흥무」를 강선영이 이어받고 정경화의 스승 임현선에게 전승된다. 정경화는 정통성을 고수하며 전통을 지키고 예술적 발전을 거듭시키고 있다.
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 출연 정경화 김선영 오수진 오경진)이미지 확대보기
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 출연 정경화 김선영 오수진 오경진)

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 출연 정경화 김선영 오수진 오경진)이미지 확대보기
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 출연 정경화 김선영 오수진 오경진)


「교방굿거리춤」(김수악류) :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1호, 고려 문종 때부터 교방청이 폐지되기까지 전해 오던 춤이다. 이후 교방으로 춤이 유입되었다. 진주교방 굿거리춤에서는 악기로 작고·큰 소고를 사용하고, 자진 타령 가락으로 장단을 맞춘다. 이 춤의 보유자였던 김수악의 춤은 차분하면서 끈끈하고 섬세하면서 애절한 무태를 보여주었다. 정경화는 배주옥으로부터 「교방굿거리춤」의 느낌과 움직임을 물려받았고, 김선영 오수진 오경진과 함께 표현해내었다. 군무는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 연기로 매혹적이며 예술성이 높은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장고춤(진유림류, 출연 오수진)이미지 확대보기
장고춤(진유림류, 출연 오수진)


「장고춤」(진유림류) : 농악이 발전하여 완전히 민속춤의 대표로 자리 잡은 설장고를 일컫는 「장고춤」은 오수진 원동(原動)에 의해 진유림의 특유의 「장고춤」의 멋과 맛을 살리고 있다. 화창한 봄날, ‘꽃과 벌’의 사랑 이야기가 장고를 두고 화두로 펼쳐진다. 경기민요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에 어우러지는 ‘장고춤’은 여러 무용가에 의해 무대화되었으며, 진유림이 재정립한 이 춤은 여러 형태의 장고춤을 다양한 장단, 현란한 춤사위, 분주한 발디딤으로 구성한 것이다. 붉은 저고리와 장고의 붉은 속살이 조화를 이루고, 춤이 합세하여 규장농월의 극치를 이룬다.
태평무(강선영류, 출연 정경화 상궁 백수지)이미지 확대보기
태평무(강선영류, 출연 정경화 상궁 백수지)

태평무(강선영류, 출연 정경화 상궁 백수지)이미지 확대보기
태평무(강선영류, 출연 정경화 상궁 백수지)


「태평무」(강선영류) : 정경화는 대미의 춤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를 선정했다. 한성준이 무대춤으로 구성한 이 춤은 흔한 레퍼토리가 될 정도로 많은 관객이 관람했다. 무녀가 왕비 역을 맡아 나라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축원한다. 강선영류 「태평무」는 활옷에 한삼을 끼고 추다가 상궁(백수지)이 받아들면 당의를 입고 추다가 퇴장하면서 끝이 난다. 정경화는 의젓하면서도 경쾌한 춤사위와 가벼우면서도 절도 있게 몰아치는 발 디딤새로 신명과 기량을 과시한다. 음악은 진쇠장단을 비롯하여 낙궁, 터벌림, 도살풀이 등의 가락으로 구성된다.

정경화, 전통춤을 묵직하게 사랑하는 춤꾼이다. 빠른 두뇌 회전의 사람들과 달리 탈출 시도조차 못하는 믿음의 사표(師表)이다. 그녀가 오월에 빚은 전통춤은 자신의 춤이 아직 진화 중임을 확인하는 무대였고 전통춤에 대한 믿음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힘들어하는 공연에 자신이 힘이 되어주고자 하고 낮은 곳을 향하여 동지적 연대를 구축해왔다. 「정경화의 춤 律 조율하다」라는 한국무용이 오월에 성취한 빛나는 성취 가운데 하나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