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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사랑을 피워내는 열정의 담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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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사랑을 피워내는 열정의 담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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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
한 아홉 번쯤 이르고 달래어/ 마음과 마음을 얻은 춤/ 함성을 가져온다/ 오월의 열정으로/ 희망의 인자를 재배하다 보면/ 소쩍새 울고/ 붉은 의자 위 무지개 핀다/ 욕망이 분수처럼 터지는 저녁/ 길 위에 서보라/ 리듬 탄 움직임 현(絃) 희롱하고/ 타는 저녁놀 그대의 상부 온도를 조율하리라/ 여인이여!/ 그대의 상실은 숙성의 풀무질/ 그대의 유실은 연어적 모성/ 빠른 비트에서 낭만적 선율의 피아노에 이르기까지/ 분주함이 초롱을 단다/ 행복에 동행하라!

최효진(崔孝眞, 무용학 박사, 한양대 무용예술학과 겸임교수)은 청록의 계절에 하양 가득한 봄과 별리(別離)를 상상한다. 나지막한 산의 이팝나무와 아카시아의 내음이 짙어질수록 여름으로 가는 춤은 열정의 온도를 높여 간다. 간절기에 무소(舞巢)의 어린 새끼들은 뻐꾸기 둥지를 날아가고, 그 미묘한 감정들이 모여 ‘너와 나’ ‘사람과 사람’ ‘나와 어떤 나’에 얽힌 인간관계의 사유는 열정의 차이를 낸다. 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는 사랑의 사계를 격정으로 엮는다.
너와 나 ; 최효진의 안무작들은 영상과 음악에서 낭만적 인자(因子)를 단다. 영상은 콤마 촬영에 이르는 정성과 꽃들의 약동, 황금빛 바다와 아편꽃이 배경을 이룬다. 백색에게 띄우는 헌사, 이미지는 백색으로 확장되고, 분주한 피아노 선율에서 약동의 팝송에 이르기까지 면(面)은 캔버스가 된다. 최효진의 안무안(眼)은 주로 청춘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거나 여인의 나이테에 따른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읽어낸다. 그녀는 언덕 위의 갈증의 춤꾼들을 늘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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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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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


최효진 안무의 모던 댄스는 세대별 춤의 진화, 초월적 모성과 사라진 것들에 대한 향수, 여성성에 대한 깊은 사유, 이기적 문명 속에 힘들어하는 청춘의 사랑에 따스한 시선을 보여준다. 그녀가 임인년에 띄우는 메시지는 넓은 가슴으로 보듬을 수 있었던 식지 않을 사랑, 희미해진 호감을 낳은 어긋한 오해, 멈추지 않는 고민은 사랑의 온도 차이를 보인다. <온도의 차이>는 자신에 대한 깊숙한 성찰이 빚은 감각적 도시 이미지의 ‘희망의 온도’를 사유한다.

사람과 사람 ; 별밤의 바다 위에는 달이 떠 있다. 비오는 날, 스커트와 바지를 입은 도회의 청춘은 부감으로 잡힌 빌딩 아래에서 약간의 진한 블루의 우울을 맞는다. 의자는 일상을 뜻하는 도구, 의자무(椅子舞)는 조명과 사운드의 도움으로 역동적 에너지를 분출한다. 가까운 거리에서의 젊은이들의 익숙한 움직임은 신선하며 희망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각기 작은 봉우리로 솟아오르며, 산비둘기의 울음으로 가볍게 전진하는 적극적 사고방식과 긍정적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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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

최효진은 “나는 무대에 서는 순간 자유와 생명력을 얻는다.”라고 말한다. 춤밭을 일구고 있는 안무가이자 교육자인 최효진을 관찰해 온 지 이십여 년이 된 나로서는 모성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겸비한 그녀의 모든 것을 존중한다. 아울러 모던 댄스의 미학적 격상과 도회적 이미지 형상화에 탁월한 능력으로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행위에 깊은 감동을 받아왔다. 현대무용 <온도의 차이>처럼 그녀의 춤과 안무작은 늘 기대감을 불러온다.

최효진은 현대무용가인 스승 이숙재의 ‘한글터‘에서 수련하고, 양재 M극장에서 자신의 안무가 자질을 공인받고, 분가한 바람직한 안무가의 모습을 견지하고 있다. 작품의 탁월성은 물론이고, 그녀의 도덕적 품성 위에 보태지는 아름다운 미덕은 봄밤의 열기를 끌어올리듯 젊은이들에게 끝없는 용기를 북돋우고, 사랑으로 격려하고 응원한다는 점이다. 최효진은 현대춤의 기수이자 동시대적 감각의 독창적 춤 창작자로서 춤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다.

나와 어떤 나 ; 마음의 창을 통해 바다를 본다. ’온도의 차이‘에 관한 사유가 지속되고, 여인은 일렁이는 열정의 간(間, 사이)을 헤아려본다. 모래시계 위에 걸린 사랑은 바람처럼 스쳐 갔다. 삶을 상징하는 탁자와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묘사된다. 여인의 열정적 연기가 펼쳐지고, 바닥에는 그 분위기를 환영하는 빨간 꽃잎들이 깔리고 뿌려진다. 김창완의 ’청춘‘이 가버린 청춘에 대한 침화된 아쉬움을 대변한다. 아직 의자 위에는 빨간 머플러가 놓여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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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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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


최효진 안무작은 스펙트럼이 넓다. <유리구두>는 비뚤어진 젊은 ‘여자들의 도에 넘치는 욕망’을 유쾌하게 희화화한다. <상실의 새>는 희망과 좌절의 포물선 위에 생명의 서(序)를 써내며 30대 중반 여성의 정체성과 상실감의 깊이감을 세묘한 현대무용이다. <상실의 새Ⅱ>는 마흔 초반의 여성에 내재한 ‘여성성’을 부각한다. ‘마흔’의 창에서 바라본 그녀의 아침은 여전히 반짝거렸다. 그녀의 작품은 데코럼이 조화를 이루는 깔끔한 희망의 메시지가 들어가 있다.

<상실의 새 Ⅲ>은 여인의 심상을 관통하며 바람에 흔들리는 ‘꽃과 새 그리고 삶’을 통찰하고 있었다. 사라져버리는 것들에 대한 초월적 명상의 <The Lost, 유실>,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확장한 <소쩍새 울다>, 제7회 개인 공연 <동행>은 미래에 대한 가치 인식의 ‘Tomorrow’(내일)와 실존의 경쟁터에서의 여인은 삶을 ‘Play Ground’(운동장)에 비유한 빛나는 두 편의 거대한 상상의 시적 움직임으로 구성되어 춤의 제전에 상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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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온도의 차이'.


최효진의 안무작은 현대무용의 빛나는 휴머니티를 숭상하고, 정갈하며, 독창적 매력을 소지한다. 그녀의 춤동작은 촘촘하며, 춤 직조 기교는 기도문처럼 완벽하다. 무수한 춤 조합으로 문학적 상상을 과학적 방법으로 풀어내는 그녀의 안무작이 대작으로 번지면 청춘의 화려함 속에 희망이 넘실댄다. 그녀의 춤 철학의 기본은 현실 적응이다. <온도의 차이>는 현실적 변화를 수용하며 성숙해 간 작품이다. <온도의 차이>는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본 춤이 되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