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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신호등'…삶의 움직임 조율하는 풍향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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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신호등'…삶의 움직임 조율하는 풍향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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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신호등'
6월 26일(일) 저녁 다섯 시, 목동 로운아트홀에서 최효진 안무의 <신호등>이 공연되었다. 2022년 최효진의 춤은 ‘미디어와 함께 만난 춤의 세계’란 부제를 달았다. 춤은 장(場)마다 현란한 조명과 영상의 도움을 받아 감동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설정된 삶의 순환은 평화의 호시절을 따스하게 보여주었다. ‘신호등’의 삼색 조화는 푸른 신호등의 ‘범 내려온다’에서부터 붉은 신호등의 ‘열정’에 이르기까지의 전반부 인생의 전 과정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최효진 안무의 작품들은 영광의 지압점을 찾아낸 듯하다.

소금꽃 창고에서 화두 깬 노고지리 날아가고/바다제비 춤추기 좋은 시절 끝나가기에/유월에 띄우는 사연은 기쁜 슬픔을 단다/속절없이 울어대던 산 꿩도 성숙을 알아채 가나보다/생의 나침반 앞에 초록 노랑 빨강 삼색이 들어선다/청보리 누렇게 익어가는 시절 올 때마다/일렁이던 마음 낚아채 주길 바라면서/한때 풀빛이었고 열정으로 어지럽게 타올랐던 청춘/신호등 불빛 변주가 경건하게 오늘을 이끈다/가슴으로 써내는 시(詩)가 춤추는 목동의 푸른 물결/청춘은 아름다워라!/늘 그 기분으로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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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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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신호등'


최효진(崔孝眞, 무용학 박사, 한양대 무용예술학과 겸임교수)은 열정의 분수대를 운용하는 노련한 시인답게 하지제(夏至祭)의 시제(詩題)로 ‘신호등’을 내걸고 담론을 기다린다. ‘신호등’은 춤을 기본으로 하는 예술가들의 묵시적 계율과 심리적 변화를 나타내는 마음의 상징이다. 청춘은 초여름 산들바람에 마음 빼앗기기에 십상이다. 아름답다. 하지절에는 분이 펄펄 나는 하지 감자가 익고, 가볍게 착지한 모들이 초록으로 가는 분주한 철이다. 최효진 안무의 「신호등」은 저질러도 배울 것 많은 청춘의 도발을 지지한다.

최효진의 주황은 노랑이 아니다. 오렌지빛 청춘에 대한 격려와 따스한 시선이 자리한 곳, 가변차선에 선 예술가들의 모습을 담은 색조이다. 그래도 빨강과 노랑을 섞어 언제든 춤 잔치를 벌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존재하는 곳이다. 무엇이라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청춘에 대한 기다림, 격려의 마음이 뭉쳐지는 장소를 은유한다. 최효진이 청춘에게 보내는 ‘유월 예찬’은 늦봄에 심은 모가 뿌리를 잘 내리도록 기도하는 모성을 담은 기원의 색깔이다. 이미지와 리듬의 단편적(短篇的) 연출은 시적 특성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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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은 청소년들에게 현대무용으로 용기와 희망, 꿈과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남다른 꿈의 학교를 운영한다. 나라마다, 분야마다 특화된 전문가들의 기본적인 방침은 주로 부모님에게서 나오고, 결국 비슷하다. 그래서 청춘은 믿어볼 일이다. 청춘은 믿음만큼 자라는 나무이다. 청춘에 대한 보람된 투자는 카약을 타고 거친 내린천 계곡을 올라가는 일과 같다. 그들의 몸짓은 너무 힘든 모험으로 비친다. 자랑스럽게 여기자. 그들에게 보약은 사랑이다. 정형에서 살짝 삐져나온 청춘의 추출은 눈부신 도발미를 보여준다.

인생의 신호등은 초록 솔개의 꿈에서 열정과 정열의 빨간색으로 옮겨간다. 최효진은 뜨거운 열정의 대모신(大母神)이 되어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청춘들의 집단무(集團舞)를 주관하고 상상을 뛰어넘어 빛나는 선(鮮)에 도달한다. 그녀는 희망을 통한 구원의 한 방식으로 자신을 불태워 청춘의 제단에 초월적 모성과 사라진 것들에 대한 향수, 여성성에 대한 깊은 사유, 이기적 문명 속에 힘들어하는 청춘의 사랑에 따스한 시선으로 진설(陳設)한다. 그녀는 사라져가는 정(情)의 근원을 밝혀내는 의로운 작업을 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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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신호등'


최효진은 현대무용가 이숙재의 ‘한글터’에서 기량을 연마하였고 양재 M 극장에서 안무가 자질을 공인받은 안무가이다. 최효진은 작품의 미학적 격상, 도회적 이미지 형상과 직조에서의 안무적 우월성, 도덕적 품성 위에 보태지는 동양적 미덕을 보여왔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사랑으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점은 국내외적으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녀의 안무작은 현대춤 생산의 기지 역할과 비축된 춤 에너지의 뜻 있는 방출을 보여준다. 비스듬하게 서서 청춘을 격려하는 모습이 훌륭하다.

최효진의 안무작들은 좌절이 파도처럼 몰려와도 생명을 예찬하며 비뚤어진 세상을 명랑하게 희화한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아쉬워하며 상실감이 깊어갈수록 그녀의 삶은 더욱 반짝거렸고 그녀의 작품은 희망의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그리움은 확장되어 청춘이 지닌 보석 같은 미래 가치를 신봉하게 되었고, 오늘도 굳건하게 현장에 나선다. 거대 상상이 꿈틀댈 <신호등>은 시적 낭만과 두드러진 역동성으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았다. 그녀는 몸 시가 음악임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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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진 안무의 '신호등'


최효진의 안무작은 현대무용의 빛나는 선을 지향하고, 깔끔하며, 독창적 매력을 소지한다. 그녀의 춤 구성은 촘촘하며, 춤 직조 기교는 데코럼의 상급 비방이다. 그녀는 무수한 춤 조합으로 문학적 상상을 과학적 방법으로 풀어낸다. 그녀의 안무작이 대작으로 번지면 청춘의 화려함 속에 희망이 넘실댄다. 그녀의 춤 철학의 기본은 현실 적응이다. <신호등>은 아름다운 가족을 예시한다. 현실적 변화를 수용하며 성숙해 가는 <신호등> 앞에서 인생을 사유하는 순정한 마음은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들어 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