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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실패 아니라 16강 성공'…벤투호 입국장 '인산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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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실패 아니라 16강 성공'…벤투호 입국장 '인산인해'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도전 마치고 귀국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성적을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 성적을 거둔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7일 오후 3시, 벤투호의 도착 예정 시간을 두어 시간 앞두고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은 선수들을 만날 생각에 설렌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뉴시스에 따르면 입국장은 축구장을 방불케 했다. 1000여명(관계자 추산)의 팬들이 모였고 일부 팬들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며 누군가는 깜박이는 붉은 악마 머리띠를 쓰고 있었다. 대표팀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팬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처져 있는 줄에는 LEE, PAIL, SON 등이 적힌 유니폼이 걸려있기도 했다. 입국장은 '8강 진출 실패'를 아쉬워하는 마음보다는 '16강 진출 성공'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다.

벤투호의 귀국을 축하하기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온 이수용(26)씨는 "16강에 간 것만으로 잘한 거니까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지 말고 즐겼으면 좋겠다"며 "벤투호가 (16강전에서 이겨) 더 늦게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보다 월드컵을 잘 마치고 돌아왔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벤투호가 도착한다는 5시께부터 팬들은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입국장 문이 열릴 때마다 크고 작은 탄성들이 터져 나왔고 장내를 정리하기 위해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을 때는 대표팀이 들어오리라는 생각에 귀를 한껏 기울였다.

그런 상태에서 40여분을 더 기다린 끝에 대표팀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박수와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새로워진 한국 축구를 위한 박수였다.

이전 대회 귀국길에선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던 대표팀이 이번엔 붉은색 훈련복을 입고 입국장을 걸어 나왔다.

김병지 한국축구협회 부회장 등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차례로 인사한 대표팀은 그들을 보기 위해 모인 이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거나 웃어 보였다. 이강인을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자신들을 찍고 있는 수많은 인파를 찍기도 했다. 벤투 감독 역시 담담한 표정으로 한국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15분가량 짧게 진행된 이날 행사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 벤투 감독, 손흥민 선수의 감사 인사 순서로 진행됐다.

손흥민은 "오늘 많은 팬분들이 공항에 나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여러분 덕분에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 올리고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 대한민국 축구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고,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겠다. 월드컵 동안 너무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 더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짧은 감사 인사가 끝난 후 대표팀은 언론 인터뷰가 예정된 조규성, 황희찬, 손흥민, 벤투를 두고 먼저 자리를 떴다. 팬들은 지나가는 선수들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며 박수를 보냈고 일부 선수들은 밝은 얼굴로 사진 촬영에 응하거나 사인을 해줬다.

이날 언론 인터뷰에는 조규성, 황희찬, 손흥민, 벤투가 차례로 나섰다. 조규성은 "선수라면 당연히 세계적 무대로 나가 세계적 선수들과 부딪혀 보는 게 꿈"이라며 유럽진출의 꿈을 솔직하게 드러냈고, 황희찬은 부상으로 1, 2차전에 출전하지 못한 것에 미안함을 표하면서도 소속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당찬 포부를 비췄다.

손흥민은 "준비 과정에서 외부의 우려도 있었지만, 선수들은 많이 안 흔들리려고 했다. 우리가 중심을 잘 잡아야 경기장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며 "4년 동안 한결같은 방향으로 준비했기에 성과가 났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긴장하지 않고 잘해준 것이 정말 고맙다"며 주장으로서 대표팀의 중심을 잡았다.

벤투는 '믿음'을 강조했다. "처음부터 선수들에게 빌드업 축구 목표를 이루기 위한 최적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설명했고 선수들은 믿음을 가지고 따라줬다"며 "이런 믿음이 있었기에 목표를 실현하는 게 가능했다"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꼽았다.

벤투호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오른 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처음이자 역대 세 번째다. 비록 한국은 16강전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에 1-4로 패했으나 팬들은 조별리그부터 매 경기 투혼을 펼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한편 대표팀은 8일 윤석열 대통령이 마련하는 만찬 행사에 초대돼 마지막 공식 일정을 소화한다. 벤투 감독은 국내에서 신변을 정리하고 포르투갈로 돌아가 쉴 계획이다.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황인범, 황의조, 이재성, 이강인 등 유럽파도 짧은 휴식 뒤 재개되는 소속팀 일정에 합류한다.


김태형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d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