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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41)]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나?"…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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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영화(41)]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나?"…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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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우연히 들른 식당 옆 테이블의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서 오랫동안 사귀어온 연인에 대한 미안함이 생기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지금 사는 나의 집이 편하고 행복감을 주듯이 내가 나온 대학이나 나의 가정이 좋은 것은 나의 선택에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내가 부여한 가치에다가 정을 쌓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
인간이 서로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만났을 때 누군가 먼저 선의를 베풀면 그것을 받은 사람은 언젠가는 호응해주고 그러면서부터 관계가 형성된다.

그것이 진화되어 사랑 혹은 우정, 의리와 같은 인간관계에서 좋은 가치라고 권장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진다. 정이 든다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이것이야말로 특히 남녀간에 적용하여 본다면 상당히 사랑보다 강력한 관계를 의미한다.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을 느끼고 사귀다 보면 온갖 정이 든다. 서로가 무언가를 주고 싶어하는 마음과 서로에게 무언가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기억들이 늘어나면 그것은 언젠가는 추억이 된다.

서로에게 실망하였다가 이해와 용서라는 마음으로 인내하게 되면 '미운정'이라는 이름으로 남는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사랑이란 감정을 지속시키다 보면 시간의 흐름을 거쳐 효소가 발효되듯 생겨나는 것이 '정'이다. 이렇듯 지극히 주관적인 상호작용이 시간을 만나 사랑이라는 느낌에서 사랑을 능가할 수 있는 정이라는 특별한 가치가 생기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왠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정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 있어서 소개한다. 특별히 정을 소재로 한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이 시간을 거쳐서 숙성된 가치로의 복귀 즉, 자신이 지나온 인생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에 대한 감동이 있어서이다.

이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영화제목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문구에 끌려서이다. 영화를 보고난 뒤 악마는 정든 것들을 쉽게 잊어버리고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 같고 '프라다'라는 명품은 겉치레 허영심이나 명예나 부를 의미하는 메타포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여주인공 앤드리아는 원래 꿈이었던 기자를 포기하고 우선 급한대로 지식은 전무하지만 패션회사에 비서로 취업하게 된다. 그녀는 잘 모르는 회사일과 상사 미란다의 무리한 업무지시에 처음에는 포기하려고 한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도움 그리고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정신으로 악착같이 역경을 헤쳐나간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선배인 에밀리의 자리까지 본의 아니게 차지하게 되고 선배에게 미안하기는 하지만 출세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하는 상사 미란다를 따르게 된다.

미란다는 다시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오랜 친구이자 직원을 희생시킨다. 그리고 그녀는 여주인공에게 자신처럼 성공한 삶을 바란다면 자신처럼 하라고 한다. 갈등하는 그녀 역시 결국은 그런 삶을 선택해서 자신을 따라온 게 아니냐고 하자 정신을 번쩍 차린 주인공은 미련 없이 미란다를 떠난다.

그리고 패션계로 들어오기 전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엠비씨제작자회사의 김흥도 감독은 이 영화가 진정한 인생의 가치를 다룬 영화라고 평한다.

인간 누구나 갖고 있는, 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는 갈등을 미란다를 떠나는 주인공을 통해서 지향해야 할 가치를 잘 표현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상사인 미란다는 자신은 선택하지 않았지만 성공만 추구하는 인생을 포기하는 주인공을 높이 평가함으로써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게 맞는지를 암시한다. 나아가 영화에서는 인간의 선택과 자신의 선택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잘 전달하고 있다.

인간이 주는 사랑이 상대의 살아가는 가치를 부여해주고 사랑이란 주고도 기쁘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아무리 깨우침이 늦은 인간이라도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면 사랑을 알게 되고 그러면 줄 것이다.

사랑이 시간을 만나서 정이되고 그러고 나면 외모지향적인 연애나 이수일과 심순애류의 신파도 줄어들 것이다. 가족, 연인, 친구, 의리 등 아름다운 의미의 단어들은 누군가가 사랑을 먼저 줘서 만들어지는 관계이다. 사랑은 주는 것일까? 받는 것일까? 라고 노래한 가수가 있는데 감히 정답을 말하겠다. 사랑은 주는 것이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