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인터뷰

하지만 한미 동맹 그 자체만으로 북핵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의 핵무장론이 한미 동맹에 위험하다고 폄하해왔다. 그러나 안보 분야 현자들은 그의 담론이 갖는 전문성을 높이 평가한다.
특히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은 주간조선 신년호 커버로 실린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자체 핵무장 의제를 제기한 뒤 서 교수의 견해를 근거로 핵무기 시제품 제조에 소요되는 기간으로 6개월을 예상했다.
오는 4월 26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은 자체 핵무장과 미 전술핵 재배치 등의 의제들과 관련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담판에 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략을 살펴보기 위해 글로벌이코노믹은 서균렬 교수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서 교수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자체 핵무장이 기술과 비용, 전문 인력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한국이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에 드는 비용과 인력, 전체 소요 기간에 대해 자체 핵무장론을 제기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우라늄235 12.5㎏·플루토늄239 2.5㎏ 갖춰 놓을 필요성 제기
서균렬 교수: 북한의 핵무기 선제공격으로 한반도가 적화통일이 될까 늘 걱정이다. 북한이 한국을 상대로 실제 핵무기 선제공격에 나선다면 몇 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데 오키나와와 하와이에 주둔하고 있는 항모와 전폭기 등 미군의 전략자산이 언제 이동해 북핵 공격을 억지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북한이 대남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과 동시에 뉴욕 등을 겨냥해 핵무기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호 공격 위협을 가한다면 한국이 제아무리 혈맹이라 하더라도 미국이 도울 여력은 없다. 미국이 냉전 때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한 뒤 1991년 철수한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 자체 핵무장이든 전술핵 재배치든 미국이 수용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핵(韓核)은 북핵(北核)뿐만 아니라 중핵(中核) 위협까지 억제할 수 있는 만큼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한국의 자체 핵무장 묵인을 통한 한핵은 역내 미 패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전을 견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미국에 제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봉쇄 전략인 ‘재세계화(re-globalization)’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전략적 명분을 제시해야 미국이 자체 핵무장을 묵인해 주거나 전술핵 재배치를 할 것 아닌가.
서 교수: 나도 북핵 이상으로 한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이 중핵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현재 동북 3성 해안에서 남쪽 해안에 이르기까지 수백 기에 달하는 둥펑(東風) 계열의 핵탄도미사일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로의 미 해·공군의 접근을 유사시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 ‘반접근과 지역거부(A2AD)’ 전략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중국은 앞으로 동남해안에 20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더 짓기로 한 만큼 유사시 대형 방사능 재해와 더불어 플루토늄 재처리를 통해 핵탄도미사일 수는 현재 350기에서 2030년까지 1000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핵이 북핵 이상으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중장거리 핵탄도미사일 위협을 통해 미국의 역내 군사 패권에 도전하는 것에 맞서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역내 국가는 지리적으로 서해를 가운데 놓고 마주 보고 있는 한국밖에 없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달 말 정상회담에서 북핵과 중핵이라는 ‘이중 핵위협’의 고조가 한국의 안보와 미국의 역내 군사 패권에 가하는 위협에 맞서 미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 핵무장 묵인 또는 비공개 허용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력하게 제기해야 한다. 미국이 지난 2월 28일 칩스법(반도체 지원과 과학법)의 시행 방안 공개를 통해 대중 첨단기술 봉쇄를 목표로 한 재세계화가 본격화함에 따라 전 세계가 급속하게 2차 냉전으로 돌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재세계화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북핵을 넘어 중핵까지 억지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초해 한핵 개발의 허용이나 미 전술핵무기의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를 요구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도 진지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재세계화 적극 동참으로 4·26 정상회담서 설득해야
- 관건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 능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평소 우리는 6개월이면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왔다. 과연 그 정도의 시간이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인가?
서 교수: 맞다. 한국은 6개월 안에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를 확보할 수 있는 재처리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일단 2~3개의 시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의 양은 각각 12.5㎏과 2.5㎏이다. 문제는 아무리 소량이라도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추출을 미국의 눈을 피해서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동의를 받지 않고는 기존의 핵 재처리 방식을 통해서는 플루토늄239를 추출하는 게 불가능하다. 한국은 미국의 혈맹이다. 그런 만큼 미국이 유지하고자 애쓰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현 비확산체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미국의 동의를 받지 않고 몰래 핵무기를 개발할 수는 없다. 대신 미·중 패권 경쟁이 2차 냉전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과 중핵이라는 이중 핵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만큼 그 같은 위협이 현실화될 때를 대비해 단기간 내 시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 각각 12.5㎏과 2.5㎏을 준비해 놓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관건은 핵물질의 확보 여부이지 핵기술 개발 자체는 문제없다. 다만 핵물질을 집어넣었다고 핵폭발에 모두 쓰이는 것은 아니다.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핵폭탄에는 우라늄이 60㎏ 넘게 들어 있었지만 600g만 터지고, 이 중 600㎎의 우라늄이 에너지로 바뀌며 재래식 화약 ‘삼질화톨루엔(TNT)’ 1만5000t의 폭발력으로 도시 전체를 초토화했다. 폭발 효율이 높으면 소량의 우라늄이나 플루토늄만으로도 고위력을 내므로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가 가능하다. 핵무기 개발에 드는 총비용은 1조원가량 될 것으로 본다. 핵 시설 6000억원, 핵 개발 2000억원, 핵실험 1000억원, 인건비 1000억원 등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연인원은 기술직 500명, 연구직 500명, 군사직 250명, 행정직 250명, 보안원 500명 등 2000명 정도로 예상된다. 소요 기간은 전략화 기간과 전술화 기간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각각 24개월로 예상된다. 전략화의 경우 세부적으론 시제품 원자탄 제작에 6개월, 증강탄(증폭핵분열탄) 6개월, 수소탄 8개월, 핵실험 4개월 등이다. 전술화의 경우 소형화 12개월, 다종화 6개월, 고도화 6개월 등이다. 소요 예산은 총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라늄 농축 레이저 500억원, 원심분리 500억원, 플루토늄 생산 습식 1000억원, 건식 2000억원, 원자탄 부품 장약 500억원, 재료 500억원, 수소탄 부품 재료 1000억원, 원자탄-증강탄-수소탄 연계 설계 1000억원, 제작 1000억원, 실험 1000억원, 인건비 1000억원 등이다. 우라늄 농축은 신규, 야금과 성형 가공은 기존 및 신규, 플루토늄 생산은 신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플루토늄 추출은 신규, 원자탄 설계와 조립은 신규, 고폭탄 설계·조립·실험은 기존, 증강탄 설계·조립·실험은 신규, 수소탄 설계·조립·실험은 신규, 리튬 가공은 신규, 방사화학 시설은 기존, 핵폐기물 관리는 신규로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 여기에 1조원을 더하면 10kt(1kt=1000t)급 전술핵 100기, 100kt급 전략핵 10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인공지능과 첨단전산, 정밀가공 기술을 접목해 총 2조원에 4년이 소요되고, 추가로 핵무기 운용부대 신설과 교육, 훈련, 실전 배치와 유지 보수에 연간 5000억원이 넘게 든다. 부수적으로 고농도 우라늄235와 고순도 플루토늄239는 취역 40년간 연료 교체가 불필요한 공격잠수함의 원자로에 장전할 수 있다.
- 우리도 북핵과 중핵 위협이 언제 어떻게 현실화될지 모르는 만큼 ‘근핵보유국(近核保有國, near nuclear-armed country)’까지는 준비해야 한다. 핵무장 직전 단계인 근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면 북핵과 중핵 위협 억지에 큰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서 교수: 그렇다. 북핵과 중핵 위협이 현실화될 때를 대비해 미국의 긴급 동의만 확보하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단계까지 준비할 필요가 있다. 2~3기의 핵무기 시제품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인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를 각각 12.5㎏과 2.5㎏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만 북한과 중국의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질 때 이를 억지할 수 있는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것이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수주 내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단계까지 준비해 놓은 근핵보유국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만도 사실상 근핵보유국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자체 핵무기 개발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북핵과 중핵이라는 이중 핵위협에 동시 직면해 있는 한국만 핵무장과 관련해 가장 뒤처져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독자 핵무장 허용을 요구한 뒤 수용하지 않으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국에 배치된 B61 같은 전술핵의 주한미군 재배치와 함께 근핵보유국이라도 될 수 있게끔 앞서 말한 핵물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