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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정상회담, '2차 냉전' 향배 결정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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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정상회담, '2차 냉전' 향배 결정짓는다

러·중 '이중 봉쇄' 의지 결연
한국의 전략적 기여 본격
자유진영 승리 기대감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투자신고식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지 맥나미 플러그 파워(수소 분해·연료전지 생산시설·연구개발 센터) 대표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투자신고식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지 맥나미 플러그 파워(수소 분해·연료전지 생산시설·연구개발 센터) 대표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4월 26일(미 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미·중 간 2차 냉전의 향배를 가름하는 모멘텀이 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한·미 동맹 70주년인 올해 아·태 지역 정상으로는 첫 국빈 자격으로 4월 24일 방미 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이 미·나토 중심의 자유주의 진영과 중·러 반미 연합이 이끄는 권위주의 진영 간 체제 경쟁으로 비화 중인 2차 냉전에서 자유주의 진영의 승리를 위한 전략적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것이다.

이 같은 기대 섞인 전망이 제기되는 까닭은 윤석열 대통령이 4월 19일 가진 영국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2차 냉전의 향배와 관련해 전략적 의미가 자못 큰 두 가지 언급을 했기 때문이다. 이들 언급에 2차 냉전의 승리를 위해 미국이 지난 1월 일본의 참여를 계기로 더욱 강화하고 있는 대중·러 봉쇄, 즉 ‘이중 봉쇄(dual containment)’에 한국도 본격 참여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문제의 두 가지 언급이 그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이중 봉쇄의 핵심 현안들과 관련해 한국이 미국의 노선에 서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첫 번째 언급은 윤 대통령이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먼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등을 전제로 우크라이나에 탄약 지원 가능성을 표명한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4월 24일 보도된 미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유지됐으나 지원 방식은 교전국 간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표현으로 러시아의 반발을 의식해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번째 언급은 미국이 대중 첨단기술 봉쇄를 위한 ‘재세계화(re-globalization)’를 추진하면서 난관에 봉착한 반도체 기술 패권 확보를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수탁생산 기업인 TSMC를 보유한 대만을 복속시켜 우회적으로 노린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중국을 향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 반도체 부문의 재세계화 차원에서 일본, 대만 그리고 호주와 구축한 소자 연합(mini-lateral coalition)인 ‘반도체 동맹’에 낮은 수준에서 참여해 왔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지난 2월 말 열린 반도체 동맹 참여국들의 정부 간 인터넷 화상회의에 미국의 요청으로 참석한 데서도 확인된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도 재세계화에 동참해 왔다. SK하이닉스는 중국 공장들에 네덜란드산 고가의 생산 장비를 도입하려다 중국에서 높은 기술 수준의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미국의 요구로 철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앞의 두 가지 언급을 했다는 것은 그가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이중 봉쇄 전면 참여 결단을 내렸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져 온 대중 반도체 첨단기술 봉쇄 참여도를 미국이 원하는 수준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이중 봉쇄의 주요 지정학적 전선들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에도 본격 참여함으로써 2차 냉전에서 자유주의 진영이 승리하는 데 한국이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기에 그 같은 언급들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 전략 파트너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주요 첨단기술별 소자 연합들에 대한 주도적 참여를 통한 재세계화의 핵심 동맹으로의 도약,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지원, 그리고 중국의 대만 강제 복속 저지 지원 등 이중 봉쇄의 세 개의 경제 및 지정학적 전선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겠다는 것을 약속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가치 동맹의 기치 아래 나토와 일본에 이어 이중 봉쇄의 세 개의 주요 전선에 대한 전면 참여라는 결단을 내리고 4월 24일 방미 길에 올랐다면 그 같은 결단을 이끈 요인들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윤 대통령이 미국의 이중 봉쇄를 도와 2차 냉전에서 자유주의 진영의 승리를 돕는 것이 글로벌 자유주의 질서의 안정과 함께 북핵 위협의 확실한 억지를 위한 한국의 세계사적 소명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그가 이중 봉쇄가 성공해 중·러가 법에 기초한 시장경제를 존중하고 개혁에 나설 때 자유롭고 공정한 교역을 통한 자유주의 질서가 확립되고 북한도 중·러의 지원을 못 받아 더는 핵 위협을 가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보고 결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두 번째는 윤 대통령이 2차 냉전에서 한국이 미국의 글로벌 전략 파트너가 되어야만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미국이 자국의 핵무기 정보를 공유하는 최고 수준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토 핵 공유보다 강한 것을 원한다”며 확장억제의 강화를 최고의 회담 의제로 준비해 왔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성명 외에 핵 정보 공유, 위기 시 협의, 공동 기획, 공동 실행 원칙 등을 담은 확장억제 특별성명을 내기로 했다고 4월 25일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확장억제 강화 방안 합의를 넘어서 한국의 이중 봉쇄 전면 참여로 글로벌 전략 파트너가 됐다고 판단하면 한국이 핵무기 2~3개 만드는 데 필요한 우라늄235 12.5㎏과 플루토늄239 2.5㎏을 확보할 수 있게끔 허용해 유사시 자체 핵무장이 가능한 근핵보유국(near nuclear-armed country)이 되는 것을 지원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세 번째는 윤 대통령이 중국 시장을 고려해 낮은 수준에서 동참해온 반도체 부문의 재세계화라는 2차 냉전의 주 전선에 대한 참여 수준을 높임으로써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는 것이 다른 첨단기술들에서도 강국이 되기 위한 길임을 인식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방미 직전 보도된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중국의 제재 시 그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채우지 말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서는 마이크론의 D램과 낸드플래시가 첨단기술 봉쇄라는 재세계화와는 거리가 있는 만큼 미국에 양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중 봉쇄에 대한 전면 참여를 약속하더라도 그에 따른 바이든 대통령과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지난 1월 13일 미·일 정상회담 후 나온 발표문처럼 회담 후 발표되는 공식 성명에는 우회적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크다. 당시 일본의 대중 첨단기술 봉쇄인 재세계화 참여 약속은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채 우회적으로 표현됐다. 대러 봉쇄 참여 약속은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이 비공개 또는 우회적 표현을 통해 이중 봉쇄 전면 참여를 약속할 경우 그것이 자유주의 진영의 승리를 결정짓는 기여가 된다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세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한국이 재세계화의 핵심인 반도체에서 메모리 부문 1위 국가이고 로직(비메모리) 부문에서도 대만과 함께 1위를 두고 경쟁하는 반도체 첨단기술 강국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큰 피해를 보지 않고 점진적으로 철수할 수 있게끔 미국이 배려한다면 한국은 중국이 반도체 첨단기술 패권을 확보해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맹인 것이다.

두 번째는 한국이 포탄과 탱크를 비롯한 각종 재래식 무기를 생산해 많은 나라에 수출해 오고 있는 방위산업 글로벌 강국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한국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탄약 등을 미국에 공급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부족한 재래식 무기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된다면 러시아에 대한 봉쇄에 큰 힘이 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만약 한국의 재래식 무기 지원에 힘입어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해 러시아가 철수하게 된다면 이는 러시아의 영향력 하락으로 이어져 러시아의 지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중국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요인은 자유주의 진영에서 한국만큼 첨단기술 강국이자 방산 강국으로서 이중 봉쇄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주저해온 국가는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만큼 한국의 전면 참여를 기점으로 이중 봉쇄가 더욱 효과를 거두게 됨에 따라 2차 냉전에서 자유주의 진영이 승리한다면 한국의 전면 참여가 최대 공신이 되는 것이다.

한국의 전면 참여가 2차 냉전의 향배를 결정짓게 되는 ‘마법’은 이중 봉쇄의 성공으로 러시아의 대중 종속이 심화할 경우 미·러 데탕트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미 유엔 안보리의 대러 제재로 많은 서방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나면서 그 자리를 전부 중국 기업들이 차지했다거나 러시아가 제재로 인해 수출이 어려워진 원유와 가스의 마지막 판로로서 대중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1차 냉전 때 중국이 대소 종속 우려로 인해 소련과의 연대에서 이탈해 미국과 데탕트를 한 것처럼 러시아도 현재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중국과의 연대에서 이탈해 미국과의 데탕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한국의 본격 참여로 이중 봉쇄가 성공할 경우 1차 냉전 때의 미·중 데탕트처럼 미·러 데탕트로 이어져 2차 냉전에서 자유주의 진영의 승리를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세계사적인 의미가 큰 회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의 이중 봉쇄 전면 참여 약속은 바이든 대통령이, 1차 냉전 때 소련과 중국에 대한 이중 봉쇄를 최대한 밀어붙여 중국이 소련과의 연대에서 이탈하게 만들어 1차 냉전의 승리 기반을 다졌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처럼,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이중 봉쇄를 맥시멈으로 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중 봉쇄가 이처럼 한국의 전면 참여를 계기로 러시아의 대중 종속을 심화시켜 그 결과 러시아가 머지않은 시기에 중국과의 연대에서 이탈하게 만듦으로써 미·러 데탕트가 실현될 경우 윤 대통령은 2차 냉전에서 자유주의 진영이 최종 승리를 거두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자유주의 세계 지도자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 기간 펼칠 전략 외교가 2차 냉전에 어떤 변수가 될 것인지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모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4월 24일 방미 길에 오르던 윤 대통령을 서해 북부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것으로 끝까지 압박했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