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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열, '오똑이' 연작으로 모성의 숭고함·어린이 같은 순수성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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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열, '오똑이' 연작으로 모성의 숭고함·어린이 같은 순수성 회복

[나의 신작 연대기(9)] 조각가 양순열의 '잘 지내나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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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열 작가의 '오똑이'.
이성의 한계를 초월하는 모성의 숭고함, ‘어머니 정신(Mother Spirit)’은 경전 없는 마음의 학문이다. 잿빛 우울이 자욱이 깔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조각가 양순열의 한 방식이 전시되고 있다. 경기도미술관(관장 안미희)이 3월 16일부터 내년 2월 12일까지 이 시대를 재난의 시대라고 설정하고 야심 차게 벌이는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문신: 우주를 향하여’의 분위기를 닮았다. 주제적 의미를 확장한 소장작가 3명과 초청작가 2팀 가운데 초청작가인 미술가 양순열을 주목한다.

양순열 작가는 조각 ‘오똑이’ 10점(6m 1점, 360㎝ 1점, 300㎝ 6점, 190㎝ 2점), ‘호모사피엔스’ 40점을 전시하고 있다. 수난 시대의 현재적 빛깔과 재난의 형태는 늘 대비해야 할 과제이다. 미술관 측은 양순열의 작품을 통해 예술이 일상의 경험을 포착하는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위로의 방식을 통해 인간이 가진 순수성을 회복하며, 위로받고자 하는 인간의 어린아이 같은 순간과 만나기를 기대한다. 작가는 푸른 봄날의 참꽃 서정으로 영원한 ‘오똑이’를 숭배하고 있고, 자신도 여러 ‘오똑이’ 가운데 하나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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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열 작가의 '오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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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열 작가의 '오똑이'.


작가는 경향 각지의 크고 작은 공간에서 ‘오똑이’와 ‘호모사피엔스’를 전시하면서 종교에 버금가는 ‘생각하는 모성’과 ‘이성적 삶’을 전파해왔다. 작가는 색동을 앞세우고 여러 색상의 어머니가 던지는 상징적 의미를 바탕으로, 어머니를 투쟁가로 몰아넣지 않고 심지가 굳은 신사임당 같은 모성을 내세우는 작가이다. 자연과 모성에 대한 심오한 애정을 작품에 투영해온 작가는 양키이즘에 전 얕은 사고의 저급성과 조급성에 정면으로 맞서며 보수라고 하면서 버텼던 일체의 정신적 가치를 불러내어 체에 거르고 있다.

경기도미술관 초청작가전 '오똑이' 10점 등 총 50점 전시


가뭄에는 ‘오똑이’도 흐린 날을 그리워한다. 작가의 ‘오똑이’는 대모신(大母神)을 형상화한 것이다. ‘오똑이’는 담쟁이처럼 널리 퍼져 깊은 인상을 남긴다. 작가는 경복궁 옆에 소(巢)를 만들고, 경북도청 소재지 안동·예천, 국회 의원회관, 학고재 아트센터, 서촌 인디프레스에 등장하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든 바 있다. 경기도미술관의 갤러리로 소풍 간 ‘오똑이’는 대모신의 뜻을 더욱 구체화·대중화해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하는 사람들의 잠자던 꿈을 끌어올려 무지갯빛 어미의 인자(仁慈)를 뿌리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을 각인시킨 ‘오똑이’는 야외조각공원과 내부 진입로에서 소통의 장(場)을 연다. 작가의 ‘오똑이’는 현재·과거·미래에 걸쳐 있는 기본 시제의 다양한 변형을 가동하는 동기적 원동(原動)의 시원(始原)이다. 원 소스, 멀티 미디어(One Source, Multi Media)의 전형이다. 소탈하면서도 특별하고, 단순하면서도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은 이 세상의 모든 시름에서 벗어난 싯다르타와 닮은 점이 많다. 네 종류의 오뚝이와 스티로폼·자동차페인트로 직조된 조각은 적당한 색을 입어 사람들의 심란한 마음을 정제시킨다.
양순열 작가의 '오똑이'.이미지 확대보기
양순열 작가의 '오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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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열 작가의 '오똑이'.


양순열은 다양한 미술의 갈래에 걸쳐 작업해 오면서 현자(賢者) ‘호모사피엔스’ 작업에 생(生)의 절반 이상을 투자해왔다. 후기 작업을 ‘오똑이’와 ‘호모사피엔스’에 집중한 작가는 유발 하라리의 소설 이전 양순열의 ‘호모사피엔스’는 이지적 지성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연(緣)의 소중함과 인간 되어감의 가치를 형상화하는 과정은 수행 과정과 맞먹는다. 사색의 깊이를 보여주는 검정 ‘호모사피엔스’는 화사한 색과 다양한 오브제를 지양하면서, 시간의 흐름으로 희망의 착근력(着根力)을 기다리는 작가의 믿음을 보여준다.

'모성'을 구체화·대중화해 관람객 마음 따뜻하게 위로

리듬예술과 조형예술을 구분하는 기준은 음악성이다. 작가 양순열은 딱딱한 덩이의 조각에 실핏줄이 흐르게 하고, 리듬이 스며들게 만들면서 자신의 왕국을 만들었다. 작가는 이 땅에 신실하고 건전한 ‘호모사피엔스’들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양순열은 현생 인류의 한계를 뛰어넘는 미래 인간상인 선한 종(種)의 ‘호모사피엔스’를 지지한다. 호모사피엔스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오묘함’의 경지에 이어져 있다. 작가는 비 오는 날 산 꿩의 울음처럼 인간들이 상부상조하면서 안식을 얻어가기를 작품으로 보여준다.
양순열 작가의 '호모사피엔스'.이미지 확대보기
양순열 작가의 '호모사피엔스'.

양순열 작가의 '호모사피엔스'.이미지 확대보기
양순열 작가의 '호모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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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열 작가의 '호모사피엔스'.


작가는 동화적 상상을 일구는 능력을 소지하고 있다. ‘오똑이’와 ‘호모사피엔스’는 신(神)의 공간과 신자(信者)의 공간, 두 개가 분리되거나 하나의 공간에서의 두 존재로 생각해도 무방하다. ‘오똑이’는 신이며 ‘호모사피엔스’가 신자라면 양순열이 꾸민 동화의 세계는 낭만적 시감(詩感)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 공간과 시간을 뛰어넘어, 신사임당·허난설헌의 창작적 전통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양순열은 꼿꼿한 자기 중심의 엄청난 파워로 순도 높은 양질의 예작(藝作)을 생산해내고 있다.

신록이 짙어가는 계절에 이팝나무가 눈처럼 산허리를 휘감으면서 터지는 미풍을 즐기고 있다. 산길마다 ‘오똑이’가 배웅을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이 인다. ‘오똑이’의 치마 선과 치장색은 작은 돌탑과 장승을 대신하고 고향과 어미를 상상케 한다. ‘오똑이’는 자연과 어울려도, 실내에 있어도 기고만장을 쓸어내리고, 화를 다스리고, 용기를 북돋우는 의미 있고 소중한 존재로 인식된다. 꿀벌이 무더기로 사라져 꽃과 나무의 향기가 예전만 못한 이즈음이다. 무심한 세월, 실향민이나 의욕 상실자에게 수난의 강도는 배가 된다.

많은 작가가 자신만의 예술을 고수하다가 지쳐 지구전에서 탈락하고 있다. 양순열은 명멸하는 미술계의 쟁쟁한 스타들 가운데 자신이 비축한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는 의지의 조각가이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