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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협 억제력은 자체 핵무장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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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협 억제력은 자체 핵무장뿐"

창간 13주년 특별 인터뷰-대한민국 원자력 개발의 아버지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장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장.이미지 확대보기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장.
대한민국 원자력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인순 전 원자력연구소장(84, 사진)이 북한의 핵무기와 운반 수단 개발이 지금처럼 고도화된 상황에서 김정은의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한국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인순 전 소장은 CNBC KOREA와 글로벌이코노믹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4월26일(미국 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이 북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핵무기 정보 공유와 공동 기획, 핵전략잠수함 등 미 전략자산의 한국으로의 수시 전개가 이루어지는 수준까지 강화한다는 ‘워싱턴 선언’에 합의한 것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영원한 정책은 없지 않느냐”고 지적한 뒤 “미국이 한 약속은 한․미 양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도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전 소장의 이 같은 언급은 그가 1990년대 초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시작된 이후 북핵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한국도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지속적인 질의를 받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철학에 기초해 고수해 온 ‘반대한다’는 소신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소장은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하는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사례로 대만을 제시했다. 그는 “대만이 지난 1970년대 극비리에 추진한 핵무기 개발에 성공했다면 지금처럼 중국이 노골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강제 복속 위협에 휘둘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소장은 한국이 결심하면 6개월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 뒤 당당하게 미국을 설득해 유사시 핵무기 2~3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소 핵물질을 확보해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가 최근 CNBC KOREA와 글로벌이코노믹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핵무기 2~3기 제조에 소요되는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의 아임계질량이 각각 12.5kg과 2.5kg으로 기존에 학계에서 합의된 양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밝힌 데 대해 그는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발전해 두 핵물질의 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동의했다.

미국 설득해 핵무장 준비해야
일본과 핵무기 공동으로 개발
한·미·일 3국 공동 관리 제시


장 전 소장은 워싱턴 선언으로 당분간 미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이 어렵다는 점에서 일본과 공동으로 핵무기를 개발해 미국과 함께 관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북핵은 물론 역내 권위주의 강국들의 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한 양의 재처리 플루토늄을 확보해 근핵보유국으로 평가받는 일본이 언제 어떻게 자체 핵무장을 할지 모르는 만큼 한국이 이 같은 현존 및 잠재적 핵 위협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그는 ‘한․일 공동 핵무기 개발과 한․미․일 3국 공동 관리’를 제안한 것이다.

장 전 소장의 자체 핵무장론은 그동안 나온 전직 안보 부처 고위 인사와 핵공학계 원로,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자체 핵무장론과는 무게와 깊이에서 차원을 달리한다. 그 까닭은 그가 1970년대 말부터 30여 년간 대한민국의 원자력 개발을 주도했던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차이점은 그가 원자력연구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2000년 당시 미국만이 보유하고 있는 첨단 우라늄 농축 기술로 평가받던 레이저 농축 기법을 개발해 2g의 우라늄235 농축실험에 성공한 바 있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핵무기 개발을 할 수 있는 기술 등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는 데 있다. 이 레이저 우라늄 농축실험은 그 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 사찰 대상이 됨에 따라 그는 큰 곤욕을 치렀다. IAEA가 모든 우라늄 농축실험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을 개정함에 따라 그는 이 실험은 자신의 승인 아래 전문가들이 실시한 것으로서 어떤 정치적 의도도 없다고 당당하게 보고했다. 그러나 IAEA는 2004년 원자력연구소에 대한 특별 사찰에 나섰다. 사찰 결과 그의 보고 내용이 정확한 것으로 확인돼 그는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 후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기로 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을 근거로 워싱턴 선언에 합의해준 미국의 목적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에서 고조되어 온 자체 핵무장론을 억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점에서 레이저 농축 실험 성공으로 한국의 핵무기 제조 능력을 입증한 장 전 소장의 자체 핵무장 촉구를 계기로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금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