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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워싱턴 선언을 낳은 '국내 핵무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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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워싱턴 선언을 낳은 '국내 핵무장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식 환영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식 환영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미국이 4.26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협의그룹 창설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에 합의했음에도 미중 패권 경쟁의 본격화에 따른 2차 냉전의 전개 여하에 따라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하거나 자체 핵무장을 허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워싱턴 선언을 낳은 보이지 않는 비밀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등 세 사람과 CNBC KOREA와 글로벌이코노믹뉴스와 주간조선 등 세 언론 매체가 중심이 되어 확산시켜 온 자체 핵무장론에 바이든 행정부가 크게 압박감을 느낀 결과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 이 같은 사실은 2차 냉전의 전개 여하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하거나 자체 핵무장을 허용하는 것이 대중 패권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시급하다는 지정학적 필요성을 느낄 때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더욱 확산할 때도 미국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중국과 벌이고 있는 2차 냉전의 주요 전선인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에 참여하기로 결단한 데 대한 바이든 대통령이 안보 분야에서 제공하는 보상은 회담 직후 발표된 ‘워싱턴 선언’에 집약되어 있다.

워싱턴 선언은 미국이 북한의 핵 선제공격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다 확실하게 지켜주겠다고 내놓은 북핵 위협의 억제력 강화 방안이다. 그 핵심은 ‘핵우산’으로 불리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한미 간에 핵무기 정보 공유, 핵전략 공동 기획, 그리고 전략핵잠수함을 비롯한 전략자산의 한국으로의 수시 전개 등의 수준까지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 선언은 핵 정보 공유는 물론 전략 공동 기획이나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 등 지금까지의 확장억제 하에서는 보지 못했던 북한의 핵 위협 억지력의 제공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한미 안보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워싱턴 선언은 윤대통령이 4월16일 로이터와의 회견에서 표명한 나토식 핵공유보다 강력한 한미 핵동맹 구축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나토식 핵공유의 핵심은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나토 5개국의 미군 기지에 배치해 러시아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나토식 핵공유보다 강력한 한미 핵동맹 구축을 원하는 윤대통령에게 바이든 대통령이 전술핵무기의 주한미군 재배치나 핵무기 2~3기를 유사시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235 12.5kg과 플루토늄239 2.5kg 확보를 통한 근핵보유국(near nuclear-armed country)이 되는 것에 대한 허용, 더 나아가 자체 핵무장까지를 하는 것을 묵인해줄 것인지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은 워싱턴 선언에서 한국의 핵비확산조약 준수 의무의 재확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의 목표임을 재천명함으로써 전술핵 재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요컨대 워싱턴 선언이 나토식 핵공유보다 강력한 것을 원한 윤 대통령의 기대에 미흡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 그 까닭은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 근핵보유국 지위 확보, 그리고 자체 핵무장 허용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하도록 만들 만큼의 충분한 국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에게서 미국의 대중 패권 전략인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함으로써 그 대가로 이들 세 가지 방안 중 하나는 어떻게든 받아낼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곳은 정부와 언론, 학계를 통틀어서 CNBC KOREA와 글로벌이코노믹뉴스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다. 정부에서 나온 목소리는 윤대통령이 1월 신년 기자회견 때 자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한 언급과 이번 로이터 회견에서 나토식 핵공유보다 강력한 것을 원한다고 한 언급 등 두 번뿐이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부문을 전부 망라해서 보더라도 본지만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앞의 세 가지 중 하나가 한미 핵동맹의 중심축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곳은 찾을 수 없다. 본지의 의제를 거의 같은 수준에서 제기해 온 주간조선 외에 앞의 세 가지 방향으로의 한미 동맹의 실질적인 핵동맹으로의 발전을 촉구한 언론은 없었던 것이다. 이는 학계와 싱크탱크 부문도 마찬가지다. 그 많은 외교안보 분야의 전직 고위 공직자, 학자와 전문가 중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본지의 의제 수준으로 한미 핵동맹을 촉구한 사람은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과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외엔 없다.
이 같은 사실은 바이든 행정부가 윤대통령과 CNBC KOREA와 글로벌이코노믹 뉴스, 이상희 전 장관, 서균렬 교수, 주간조선 등 사람 셋과 매체 둘의 촉구에 움직여 워싱턴 선언에 합의해주었음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현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새로운 핵협의그룹(NCG)’을 설립해 한국과 함께 이전보다 심화하고 협력적인 정책 결정을 해나가겠다고 합의해주었다는 것은 오히려 기적 같은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합의해준 구체적인 조치는 새로운 핵협의그룹 설립 외에 다섯 가지가 더 있다. 첫 번째는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에 대한 한국의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 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을 강화해나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양국 간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이 총동원되는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전략핵잠수함을 비롯한 미국 전략자산의 한국으로의 정례적 전개 등 한미 양국 군 간의 공조를 더욱 확대 및 심화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한미 동맹이 잠재적인 공격과 핵 사용에 대한 방어를 보다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포함해 확장억제에 관한 정부 간 상설협의체를 강화하고, 공동 기획 노력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확장억제를 이 같은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결정하게 된 것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람 셋과 매체 둘의 주도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확산되어 온 자체 핵무장 여론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그것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결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 공격 위협이 고조돼 자체 핵무장 여론이 재확산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사실상의 핵공유’가 아닌 전술핵 재배치라는 실제 핵공유를 결단하거나 자체 핵무장이나 근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허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여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근핵보유국 지위 확보, 자체 핵무장 허용 등을 기대한 나머지 워싱턴 선언에 실망한 국민이라면 이제부터 더욱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고 확산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한다.

사실 워싱턴 선언이 발표된 뒤 제법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에 대해 미국의 허용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득 담은 평가를 했다. 그들 대부분이 정상회담 이전에 칼럼이나 토론, 인터뷰 등의 계기에 한 번도 그 같은 주장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회담 후 마치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를 본격적으로 요구한 사람들인 양 워싱턴 선언을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 만약 그들이 회담 이전에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를 공개적으로 촉구했었다면 아마도 워싱턴 선언의 내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자체 핵무장 허용 방향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