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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2차 냉전에서 한국의 존재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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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의 경제안보 진단] 2차 냉전에서 한국의 존재감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회담과 한·일 회담을 통해 제2차 냉전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홍보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회담과 한·일 회담을 통해 제2차 냉전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홍보 부족이 지적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의 2차 냉전에서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 4·26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이 중국과의 첨단기술 패권 경쟁의 본격화로 개막된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2차 냉전’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추구해온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에 적극 참여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은 한국이 마침내 2차 냉전 체제에 본격 참전을 선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기술 강국이자 방위산업 강국인 한국의 이 같은 2차 냉전 참전 결단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통한 북핵과 중핵의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를 강화해나감과 동시에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신설을 통한 첨단기술 전 부문에서 협력과 지원을 해나가기로 했다는 약속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 윤 대통령은 5·7 한·일 정상회담에서 정부의 징용공 배상 결단을 유지하고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추구한다는 입장을 재천명하고 재세계화 차원에서 양국 간 반도체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데 이어 한·미 핵협의그룹에 일본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미국이 2차 냉전 승리를 위해 절실하게 원하는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 윤 대통령은 이처럼 4·26 한·미 정상회담과 5·7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2차 냉전 체제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하는 데 성공했고 그 성과로서 한·미 핵협의그룹 창설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와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전 부문에 걸친 미국의 협력과 지원을 이끌어냈으나 이에 대한 대국민 설명이 부족한 결과 적지 않은 불만들이 제기되고 있다.

#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들은 2차 냉전에서 한국의 존재감 고양을 통해 미국에게서 확보한 안보와 경제 부문의 성과들을 정확하게 언론을 통해 국민과 기업들에게 설명함과 동시에 2차 냉전 참전이 왜 중요하고 이로 인한 여러 도전들 중 극복 가능한 것과 불가피하게 감당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시켜야 한다.

최근 한국이 마침내 미·중 간에 첨단기술 경쟁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패권 경쟁이 올해 들어 본격화함에 따라 개막한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2차 냉전에서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G7 수준의 반열에 오른 강국에 부합하는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과 5월 7일 각각 워싱턴DC와 서울에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10여 일 간격으로 연이어 가진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거둔 성과를 한 가지로 요약한다면 그것은 2차 냉전의 글로벌 질서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높이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과 3월 16일 도쿄 한·일 정상회담을 포함한 두 차례의 한·일 정상회담이 2차 냉전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고양하는 데 기여한 역할이 다르다.

4·26 한·미 정상회담은 윤 대통령이 미국을 대표로 하는 자유주의 진영의 일원으로 참전을 선언하고 그 대가로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핵 협력 강화 약속과 함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 및 신흥 기술 전 분야에서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지원 약속을 이끌어내는 큰 성과를 거둔 회담으로 평가해야 한다.

국빈 자격으로 방미해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그동안의 관전자 입장에서 벗어나 자유주의 진영의 일원으로서 2차 냉전에 참전하기로 한 근거는 명확하다. 미국이 2차 냉전의 승리를 위해 추구하고 있는 2대 전략인 대중 첨단기술 봉쇄 동맹 전략인 ‘재세계화(re-globalization)’와 대만 강제 복속 반대와 우크라이나 지원 표명을 통한 중·러에 대한 ‘이중 봉쇄(dual containment)’에 참여하기로 약속한 것이 참전 선언인 것이다.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 참여 약속으로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이끌어낸 안보와 경제 협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로 북핵 위협과 더 나아가 중핵 위협에 맞선 ‘핵우산’으로서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미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대화’의 신설을 통해 2차 냉전의 주 전선인 중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패권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최첨단 기술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여러 첨단기술 부문에서 강국인 한국의 도움을 받음과 동시에 한국이 이들 기술 전 부문에서 강국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5·7 한·일 정상회담과 함께 윤 대통령이 3월 16일 도쿄를 방문해 가진 한·일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과 달리 2차 냉전에 대한 직접적 참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미·일 3국 협력의 강화를 통해 안보와 경제 부문에서 동아시아와 서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벌이고 있는 2차 냉전에서 승리하길 원하는 미국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우회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이 하지 않고 있는 강제 징용공들에 대한 보상을 우리 정부가 하겠다는 결단을 내리는 등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대일 의제는 2차 냉전에서 미국을 뒷받침한다는 관점에서 평가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5·7 한·일 정상회담은 3·16 한·일 정상회담과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 첫 번째는 기시다 총리가 외무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월 7일 정상회담 직후 윤 대통령과 가진 공동 회견에서 한국인 강제 징용공들의 고통에 대해 개인 자격이지만 슬프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공감한다는 입장을 표명함과 동시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요구를 수용해 한국 전문가들의 후쿠시마 원전 방문에 동의함으로써 다소 한국 국민의 비판 여론을 누그러뜨리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윤 대통령이 공동 회견에서 한·미 핵협의그룹에 향후 일본의 참여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에 맞서 한·미·일 3국 핵 협력 강화라는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었다는 사실이다. 요컨대 한·일 양국 정상이 2차 냉전으로 고조되고 있는 북·중의 핵 위협에 맞서 핵 협력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한·일 두 정상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봉쇄하기 위한 동맹 전략인 재세계화 차원에서 양국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주목할 것은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공조를 강화하자는 데 두 정상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윤 대통령의 언급이다.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과 ‘공조 강화’라는 표현들에 그 같은 함의가 숨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한·일 정상회담으로 한국이 2차 냉전에서 미국을 도와 참전하기로 함으로써 외교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여러 도전들에 직면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이 재세계화 차원에서 규제함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들의 생산시설 업데이트와 첨단 장비 보강을 못 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 강제 복속 반대와 우크라이나 지원 표명을 통한 중·러에 대한 미국의 이중 봉쇄에 대한 참여로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군사적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재세계화 차원에서 제정된 칩스법(반도체와 과학법)으로 인해 반도체 등 국내 첨단기술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청년 세대의 불만이 급증하는 것 역시 윤석열 정부에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이들 도전과 어려움을 모두 무작정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전쟁 때 유엔군의 참전으로 극복하고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침공에 반대하는 것은 2차 냉전 참전 여부를 떠나서 자유주의 진영의 중심 일원으로서 회피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막말로 한국 정부를 무시하고 위협하는 것을 넘어 서해 북부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등 압박을 가하는 것은 감당해내야 한다.

하지만 재세계화가 첨단기술들에 대해서만 중국의 접근을 봉쇄한다는 점에서 저급·중급 기술로 생산하는 품목들에서 해오고 있는 중국과의 교역은 문제가 없다. 물론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공장들이 첨단기술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게 됨에 따른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같은 피해가 두려워서 글로벌 자유주의 질서에 맞서 첨단기술 패권을 확보해 기술 전제주의를 추구할 우려가 높은 중국과의 2차 냉전에 참전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자유주의라는 가치를 포기하는 국가로 평가받으면서 미국에 의해 안보와 경제 부문에서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미국이 재세계화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칩스법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급증하고 있고 그 결과 국내 일자리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4·26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신설 합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에서 승리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주요 첨단기술 전 분야에서 강국이 되게끔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점에서 당장의 일자리 감소라는 불리한 요인만 보면 안 되고 재세계화와 이중 봉쇄 참여에 따른 장기적인 국가적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과 관련 부처들인 외교부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4·26 한·미 정상회담과 5·7 한·일 정상회담이 거둔 성과들이 갖는 이 같은 전략적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2차 냉전의 참전, 체제와 가치 차원에서 참전의 불가피함, 그리고 그에 따른 당장의 피해보다 미래의 이익이 훨씬 크다는 점을 명확한 프레임을 갖고 언론에 설명함으로써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 같은 노력이 안 보이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와 기재부 등 경제 분야 주요 정부 부처들은 이제부터라도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프레임에 입각해 국민과 기업들에 설명을 해나가길 바란다.

제일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념 회견을 통해 먼저 앞서 살펴본 프레임에 기초해 4·26 한·미 정상회담과 함께 3·16 도쿄 한·일 정상회담과 5·7 서울 한·일 정상회담에서 거둔 외교안보와 경제 부문 성과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교관 CNBC KOREA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