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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으로 흐르는 색채의 변주…비울수록 풍요로운 세상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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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으로 흐르는 색채의 변주…비울수록 풍요로운 세상 꿈꾼다

[나의 신작연대기(12)] 서양화가 권영실의 'THE LESS, THE MORE'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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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에 하얀 천이 나풀댄다/ 강 너머 할머니는 꿈을 짓고 나르고/ 감나무밭 사이로 부드러운 바람 불어와/ 꿈의 공장을 스친다/ 이른 해 뜰 무렵부터 늦은 해 질 때까지/ 동구 밖 과수원 길에서 땅콩밭 모래벌판까지/ 긴 상상이 사유의 밭을 일구고/ 산까치 찌르레기 성숙으로 가고/ 찔레꽃과 밤꽃이 여름을 자아내고 있었다/ 날 가고 달 가면 철은 나름의 옷을 입고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미는 연금술사의 지혜를 불러내 색을 변주한다/ 열린 색들이 토담을 스칠 때 던지는 자유는 향긋하다/ 영실畵는 할머니에 대한 동경을 그림의 동력으로 삼는다/ 비상과 초월을 품은 비행은 삼각형의 전설에 착륙한다/ 원색이 베푸는 향연이 오늘도 진행되고 있다.

6월 30일부터 7월 7일까지 한전 아트센터에서 ‘비울수록 풍요로워지는’ 세상을 꿈꾸며 서양화가 권영실이 'THE LESS, THE MORE'展을 연다. 작가는 서정을 압축하여 호리병에 비유되는 나무틀 속에 넣어 두고 크림슨에서 레드 바이올렛에 이르는 색을 구사하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느릿한 나이에 초파일을 보내고 하안거를 앞둔 시절에 무엇을 더 비워내겠다는 것인가? 비우고자 하는 것이 낭만이 된다. 서양화가 권영실의 낭만은 생도적 낭만과 닮아 있다. 일정한 사유의 틀 속에 자신의 낭만이 실핏줄처럼 돌게 하고, 범주를 넘지 않는 내재적 계율을 존치한다. 영문법 시간의 공식이 전시회의 이름으로 등장한 갤러리는 거대한 명상의 장소가 되어버린다.
권영실 작 'Untitled 22-50', 91.0x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22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작 'Untitled 22-50', 91.0x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권영실 작 'Untitled 22-49', 91.0x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22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작 'Untitled 22-49', 91.0x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권영실 작 'Untitled 21-07', 53.0x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21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작 'Untitled 21-07', 53.0x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단색화 선호의 작가 권영실은 최대한 색을 적게 쓰고 한 가지 색 바탕의 질감을 구사하여 여러 단계의 밝고 어두움을 나타낸다. 화가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권영실의 초기 그림은 사실적 풍경이 주를 이룬다. 2015년 무렵부터 풍경을 단순화해 색으로 나타내기 시작했다. 집은 선으로만 나타냈다. 풍경을 단순화하면서 삼각형이 자신의 기호가 된다. 산, 나무, 집, 사람들 모두를 삼각형으로 단순화한다. 삼각형의 근원, 의미, 용도 등을 찾아보다가 비구상인 현재의 그림을 그리게 된다. 다른 화가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로 특별한 질감을 추구하면서 흙과 종이를 이용하게 되었다.

권영실은 전시회에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제작한 100호 위주의 작품과 50호, 30호, 20호, 10호 크기의 70~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영실은 유영국, 정상화, 박서보, 하종현, 이우환, 권영우, 김환기, 윤형근, 이배의 작품세계를 존중한다. 작가는 채움의 단계로 원하는 색을 칠한 다음에 비움의 단계로 붓의 속도와 강약, 높낮이로 물감을 지워내 다양한 종류의 색을 만들어 낸다. 그녀가 이번 전시회에서 구사한 색은 크림슨 1·2, 카민, 옐로 미들, 오렌지, 리프 그린, 그린 라이트, 코발트 블루, 울트라마린 블루, 프루시안 블루, 바이올렛, 레드 바이올렛, 블랙, 화이트에 이른다.

작가는 상상력을 일구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여 작품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더 많은 공감과 감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보이지 않는 진실을 표현하는 일, 정신과 의미를 그리는 삼각형은 최고의 수단이며 대표적인 기하학적 형태이며 선에서 면으로 가는 첫 형태다. 작가는 자연을 표현함에 있어 복잡한 생각을 심미적으로 나타내는 방법은 단순함이라고 생각하고, 시간과 의식의 흐름 속에서 기본 형태의 형식을 해체하고 복잡한 형태의 세부적 묘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이는 대상의 본질적인 형태를 추구하고 대상물의 구조적인 특성을 발견하여 자연의 주요한 요소들을 선, 색채, 공간성으로 단순화하고 재구성하여 추상적 표현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권영실 작 'Untitled 21-19',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1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작 'Untitled 21-19',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권영실 작 'Untitled 21-10', 53.0x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21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작 'Untitled 21-10', 53.0x72.7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권영실 작 'Untitled 23-23', 112.1x145.5cm, Mixed media on canvas, 2023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작 'Untitled 23-23', 112.1x145.5cm, Mixed media on canvas, 2023


작가 권영실은 자기 경험을 독창적으로 표현해내며 감상자들과 심리적 소통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경험과 뒤섞여 그 속에서 색다른 이미지를 발견하여 화면에 표현한다. 삼각형은 안정감과 역동감을 표현하며 견고한 구조물이 된다. 삼각형은 반복의 원리를 통해 시각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표출하며 여러 감각의 조형 효과를 창출한다. 다양한 각도와 변화에 따라 동적 긴장감, 균형감 등 다양한 조형의 형태를 표현해내며 층층이 결로 이루어진 조형미는 삼각형의 의미를 더욱 아름답게 하고 움직이는 그림으로 승화시킨다. 작가는 “자연의 부속물 모두는 삼각형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삼각형의 반복적인 붙임과 나열은 우주를 대변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삼각형을 여성 특유의 감추고자 하는 신비감의 도구로 사용한다. 작가는 삼각형의 반복과 쌓아 올림 위에 흙을 발라서 흙의 갈라짐과 깨짐, 부스러짐의 자연스러운 형태와 삼각형의 겹침이 만들어내는 선의 어울림을 통해 또 다른 조형적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작가 권영실은 동양적 재료인 흙·아교·한지 등을 사용하여 한국적임을 강조하고, 그와 달리 표현된 방식과 색감은 서구적이고 추상적이며 독특한 기법과 재료로 질감과 조형성을 강조한다. 삼각형의 변화무쌍함과 흙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그림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 권영실의 새로운 회화의 출발점이 되었다.
권영실 작 'Untitled 21-17',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1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작 'Untitled 21-17', 72.7x90.9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권영실 작 'Untitled 22-67', 130.3x162.2cm, Mixed media on canvas, 2022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작 'Untitled 22-67', 130.3x162.2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권영실 작 'Untitled 22-57', 130.3x162.2cm, Mixed media on canvas, 2022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작 'Untitled 22-57', 130.3x162.2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권영실 서양화가이미지 확대보기
권영실 서양화가


권영실은 홍익대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서양화가로서 한국미술협회 회원이다. 그녀는 노예스 뮤지엄(Noyes Museum, 2014, 뉴저지, 미국)에서 한전갤러리(2023)에 이르기까지 개인전 19회, 단체전에서 ‘용인 풍경전’(2013, 용인시청 갤러리)에서 ‘Connect’展(2023, 갤러리 일호, 서울)에 이르기까지 32회 참가, 3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한국미술협회, 2016), 대한민국 현대여성 미술대전 최우수상(현대여성미술협회, 2016)을 수상한 바 있다. 조색 과정이 그림의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작가는 색을 조율할 때, 마음에 평온을 주는 맑고 선명한 색감을 선호하게 되고, 원색이지만 가볍지 않게 튀지 않게 안정을 주는 색을 많이 고려한다. 그녀는 여전히 철마다 그리움을 타고 색을 연주하는 독특한 풍경으로 남아 있다. 그녀의 작품은 보물찾기와 같은 신비로 가득 차 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