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액션 장면이 대부분이라 장면마다 쏟아지는 전자 사운드가 거칠고 폭발적인 화면을 살리고 있다. Tyler Bates, Joel Richard에 의해 총 35곡의 OST가 만들어졌고 유럽과 동양의 색다른 영상 전환이 아이러니하게 애니메이션 이상의 완성도를 보인다.
「존윅4」의 시그널 뮤직, Le Castle Vania의 <Blood Code>(블러드 코드)는 신시사이저의 몽환적인 도입부로 진행되며 불협 화음과 리듬 사이에 파생되는 기관총 소리를 북의 스트로크로 표현하여 총격전과 칼전의 전투성을 암시한다.
빠른 템포의 자극적인 전기기타의 도입부는 영화의 시작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고 해소시키는 감독의 연출력을 느끼게 한다. 프랑스 DJ가 “이렇게 검게 칠해”라고 멘트한 롤링 스톤즈의 <Paint it black>(검게 칠해)는 파리 총격전 배경음악으로 단조풍과 서부극의 특성이 짙게 깔리고 현악의 섬세함과 묵시론적인 톤이 압도적이다.
존의 이름으로 계약이 체결될 때, 쇼팽의 <녹턴 20번>을 재해석한 롤라 콜레트와 마크 로버트슨은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단조풍의 주제선은 애절하고 영적인 숙연함을 표현하며, 클래식 음악이 상황에 맞게 배치되어 영상과 같은 맥락을 이룬다.
마리 피에라 카코마의 DJ가 라디오 방송국에서 튼 노래, 마사와 반델라스의 명곡을 커버한 롤라 콜레트의 <Nowhere to run>(도망 갈곳 없어)가 흐르는 시퀀스는 당김음 리듬이 반복되어 주제의 흐름을 이끈다. 자리바꿈과 스트레토 기법이 강해 탄력성을 유발한다.
Le Castle Vania의 <Wetwork>(웨트워크)는 존이 나이트클럽에서 킬러들을 쫓을 때 브금(BGM)인데 신시사이저 배음과 규칙적인 전자음 비트가 연속되어 현실감 있는 전투신을 받쳐주며 타악기와 중동풍 현악기가 어쿠스틱기타 반주의 합세로 역동적인 구도를 그린다.
매니저 코지가 존을 만나러 주방을 지날 때 흐르는 곡, 바냐의 <Osaka phonk>(오사카 전화)는 상승과 하강된 선율의 급격한 시도와 불협화음의 긴장성이 부각되어 쉼표 없이 주제가 예견된 스트레토에 도달했다. 짧은 토카타 형의 기본성 특성도 내포한 곡이다.
타이틀곡 Le Castle Vania의 <Blood code>는 베를린 클럽 장면에서 자주 재생된 곡이며, 전자음과 현악을 결합하여 극적이며 웅장함을 표출했고 존의 등장엔 바로크적 비애감을 준 그란데짜(grandezza) 템포로 풍부한 음량을 더해준다.
엔딩 크레딧의 리나 사와야마의 <Eye for an eye>(눈에는 눈)는 복수심에 불타는 코지의 딸 아키라가 연기 신고식과 함께 부친에 대한 보복 액션을 표하며 빈틈없이 소화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음색으로 특유의 외로움을 묘사한다.
음악감독인 타일러와 조엘의 스코어는 「존윅」 시리즈의 명맥을 벗어나 이번 작품은 발라드처럼 유연하고 말랑말랑한 뉘앙스를 주며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를 이끄는 것 외에도 관현악 편성에 집중했고 캐릭터의 동선과 화면의 색감이 풍성해졌다.
존이 최후의 결전 직전, 파리 지하철 플랫폼에서 윈스턴과 바워리 킹을 만날 때 나온 샹송으로 뤼시엔 드릴이 부른 <Les amants du dimanche>(일요일의 연인)은 고통과 비극을 암시하며 후반부로 갈수록 선율의 확대기법을 도입, 레가토로 사색적 분위기를 유지한다.
169분의 러닝 타임에 쏟아진 사운드트랙은 「존윅4」의 독특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영화음악에 혼을 불어넣은 타일러 베이츠와 조엘 J. 리처드는 베토벤 곡의 힘찬 추진력처럼 영상마다 소재의 가능성을 확대했고 스토리 전후의 패턴을 잇는 이상적 조화를 이룬다.
잦은 돈꾸밈음이 고집 있게 활용된 OST는 공격적이며 내적 평온함도 갖는 이율배반적 효과를 나타낸다. 화려한 전자음악과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를 통해 선 굵은 음악을 섭렵한 이번 영화음악은 저력 있는 프로의식의 산실이다.
정순영 음악평론가 겸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