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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활용 외교안보시스템 재구축 미래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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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활용 외교안보시스템 재구축 미래 준비해야"

[특별기고] 정준희 전 통일부 정세분석국장
통일부 역할 어떻게 해야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지원처의 오명을 벗으라면서 장·차관을 경질한 뒤 통일부 직원들에게서 통일안보전략기획원 같은 전략 부처로의 전환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대북 지원처의 오명을 벗으라면서 장·차관을 경질한 뒤 통일부 직원들에게서 통일안보전략기획원 같은 전략 부처로의 전환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외교안보 분야의 ‘기울어진 솥’


최근 통일부는 대북지원부가 아니라는 대통령의 비판과 장・차관 교체를 계기로 통일부 역할에 대해 백가쟁명식의 말들이 많다. 조만간 조직진단을 통해 업무재편도 예상되고 있다. 통일부 역할에 대한 비판은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의 ‘평화’ 노력이 ‘핵보유국 북한’으로 귀결된 결과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 결과를 모두 통일부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희생양을 찾는 것일 뿐, 근본 문제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안보 분야는 전통적인 국방안보와 외교 영역에 더해, 분단의 특수성에 따라 대북 통일이라는 세 영역으로 되어있다. 세 영역이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이루어 국가 목표를 향해 협업해야 하건만 늘 균형을 이루지 못해 기울어진 솥과 같았다. 진보 정부에서는 대북 통일 분야가 절대적이어서 국방과 외교가 종속되었고, 보수 정부 시절에는 대북 통일 분야가 외교로 인식되어 존재감이 없었다. 국가 이익의 손상이나, 남북 간 위기 상황으로 귀결되었다.

현상 변혁적 대북 통일 분야와 현상 유지적 성격이 강한 외교 분야는 협업의 영역이지 통합적 관리의 대상일 수는 없다. 우리의 중견국 외교 수준으로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우리 의지를 관철하기가 쉽지 않고, 자칫 통일이라는 미래를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게 될 우(愚)를 범할 수도 있다.

통일 필요성과 대북 통일 업무 영역에 대한 오해


북한의 핵 위협과 국민들의 통일 무관심으로 인해 통일보다는 분단의 평화를 즐기자는 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또한 북한이 마치 무력통일을 포기한 듯 호도하며 평화를 강조하는 여론도 있다. 이제껏 평화만을 내세운 결과에 대한 일말의 반성조차 없다.

분단국가에서의 발전과 평화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회의적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약소국 처지에 안주하겠다면 분단 상태에서 평화만 외치고 살면 되지만, 최소한 강소국이라도 되길 원한다면 당연히 통일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우리에게 통일 의지가 있는지, 또 능력은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최근 남북관계부 또는 교류부 같은 통일부 명칭 변경 논란은 우리의 통일 의지 박약만을 노출할 뿐이다. 통일 수행능력은 단순히 경제력의 문제만이 아니다. 통일부 활용을 비롯한 외교안보 시스템 전반의 혁신과 연관되어 있다.

남북관계 경색 시기에 통일부는 할 일이 없어 편하겠다는 농담을 통일부 직원들은 듣곤 한다. 통일부 직무를 남북관계에 국한시켜 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데, 통일부는 크게 3가지 영역, 즉 남북 간, 국내, 국제 영역에서 통일환경 조성을 하는 것이 임무다. 이 세 가지 역시 정치권의 단편적인 인식으로 인해 모든 정부에서 균형을 유지하지 못했다.

통일부 혁신의 기준


앞으로 통일부 혁신에는 몇 가지 기준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대한민국의 목표와 북한 관여 문제를 먼저 숙고한 바탕에서 통일부의 비전과 구체적 직무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다음, 이제 우리는 전략담당 부처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남북관계는 북핵으로 인해 ‘아테네와 스파르타’와 같은 새로운 체제경쟁 관계로 변질되었고, 미·중 패권 경쟁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부처 이기주의 관점을 벗어나 통합적인 시각으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지켜야 할 기득권 영역이 거의 없는 통일부를 전략부처로 재탄생시키는 것도 해법의 하나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생존 차원에서 외교안보 시스템 전반을 대수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 하나, 미래를 대비하는 전문성 향상을 고려해야 한다. 탈북민 업무의 타 부처 이관, 회담 업무 폐지 등 주장들은 국가 역량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조직을 없애기는 쉽지만 보다 능력 있는 조직으로 재탄생시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아무나 한다고 잘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당장 전쟁이 없어도 국방부는 존재하듯, 해방이 보이지 않던 일제시대처럼 당장 통일이 어렵다고 느낄지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은 더욱 강화해야 한다.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지만 반대의 경우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정준희 전 통일부 정세분석국장, 정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