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홀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구요? 그냥 머리 하얘지는 느낌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경영 원리와 같겠지만 18홀을 운영하는 것과 45홀을 관리한다는 것은 ‘천지차이(天地差異)’가 나지 않을까요?”
강원 횡성군 서원면 대중형 골프장 벨라스톤 컨트리클럽 홍재원 대표이사(63)는 모회사 SG건설에서 새로 건설하는 벨라45 컨트리클럽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한다. 골프리조트와 골프장에 오래 근무한 경험으로 닥치면 해내겠지만 ‘어떻게 하면 골프장을 합리적으로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을까’하고 하루에도 열두번은 더 고민한다.
벨라45CC는 벨라스톤CC 인근지역에 지난해 9월 벌목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공사를 진행 중이다. 18홀 회원제와 27홀 대중형으로 조성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클럽하우스 철골구조가 한창 올라가고, 코스는 이미 잔디를 덮은 곳이 적지 않다.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왼쪽 산등성이 위쪽으로는 회원제 코스가, 우측 아래쪽으로는 대중형 코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재미난 사실은 골프장에 ‘무한애정’을 갖고 있는 벨라골프앤리조트 조창진 회장이 드론을 띄워 공사 진척 상황을 수시로 체크한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하루가 멀다하고 공사현장을 찾는다. 물론 홍재원 대표는 매일 공사진행을 점검한다. 조 회장은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임직원 및 회원들과 동영상을 공유한다. 동영상은 날마다 공사 진척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다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홀들이 조성돼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 준다.
홍재원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현대시멘트에 입사한 것이 골프와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됐다. 앞서 대학시절 집 인근의 한성CC의 클럽하우스와 코스를 보고 골프장에 근무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현대시멘트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서 성우리조트를 건설하면서 합류했다. 현재는 신안그룹에서 인수해 웰리힐리파크로 운영 중이다. 홍 대표는 성우리조트에서 23년 동안 골프장과 콘도 등 종합 리조트에서 인사를 비롯해 모든 관리를 맡아서 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SG건설과 조우했다. 벨라스톤CC 오픈과 함께 총괄본부장에 이어 CEO를 맡았다.

“골프장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얼핏보면 업무가 매우 단순하죠. 프런트에서 고객을 맞고, 전동카에 캐디백을 준비하고, 캐디와 동행해 코스에서 라운드를 하면 됩니다. 골퍼들이 목욕을 마치고,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고객들이 식음을 마치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것이죠.”
이는 밖에서 골프장에서 일어나는 하루 모습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골프장은 훨씬 복잡하다. 제조업에서 상품이 골프장에서는 잔디로 보면 된다. 그만큼 잔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골프장 입장료를 ‘그린피’라고 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직원들은 티박스부터 페어웨이, 그리고 그린까지 ‘최상의 품질’을 만들어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종사원들이 각자 부서에서 맡은 업무에 충실하고, 여기에 서비스가 동반돼 골프장이 돌아가는 것이다. 잔디가 흠잡을데없는 품질을 자랑한다면, 마지막은 골퍼들과 가장 오랜 시간 함께 하는 캐디들의 몫이다. 골프장을 다시 찾고 싶게끔 하는 것이 다양하게 존재하겠지만, 재미를 주는 코스와 골퍼들의 건강식이면서도 맛이 듬뿍 담긴 요리, 그리고 임직원들의 서비스가 아닐까 싶다.
홍 대표가 벨라스톤CC를 강원지역에서 최고의 입장객을 자랑하고, 직원들 간의 친화력 있는 골프장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특히,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골프장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느 직장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대부분 자신이 맡은 일만 합니다. 그런데 골프장은 조금 독특한 면이 있죠. 바쁘면 각 부서의 직원들이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표를 맡고 보니 이것이 전혀 안 돼 있었죠.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융합과 조화보다는 서로 시기하고, 부서 간에 불협화음으로 전혀 협조가 되지 않았죠. ‘어떻게 하면 서로 융합하고, 즐거운 직장이 될 수 있을까’하고 방법을 찾았습니다. 결국 ‘사람(人)’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죠. 직원들끼리 부서와 관계없이 프로세스를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겁니다. 효율이 떨어지고 운영체계가 과도하게 복잡하면 내부 문제가 늘 발생하기 마련이니까요. 이 때문에 경영의 최적인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골프장 운영에서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특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부서간 직원들을 하나로 묶을 방법으로 홍 대표는 최적의 워크플로우를 만들어 습관적으로 업무를 훨씬 쉽고 수월하게 했다. 직원들이 핵심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직원들이 무엇을 특별하게 잘하고, 뛰어난 것보다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도록 했다. 더블어 살아가는 것을 유독 강조했다. 부서 간의 마찰을 줄이고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최대한 역점을 뒀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의 호응으로 효과를 봤다. 무엇보다 부서 간의 막혀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진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열고 친화력을 나타내고 있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캐디들이 갖는 직장에 대한 즐거움이었다. 그동안 말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던 부조리한 부분을 모두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캐디가 싫어하거나 불만이 있는 것들을 모조리 없앴다. ‘강제(?) 출근원칙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성 있는 근무를 채택했고, 캐디들끼리도 서로 시간을 변경하도록 했다. 이것은 매우 주효했다. 전국 골프장들이 캐디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벨라스톤CC는 ‘캐디 천국’으로 변했다고 한다. 서로 얼굴을 보고 싶어서 출근하는 캐디들이 생겼고, 2부까지 서로 근무하려는 캐디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캐디들에게 늘 고맙게 생각합니다. 골퍼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캐디는 골프장의 얼굴인 셈이니까요. 캐디들이 늘 즐거우니까 고객들도 기분이 좋고,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이 되는 것이죠.”
벨라45CC에 대해 홍 대표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다. 대중형 벨라스톤CC의 축적된 경험을 살려 회원제와 대중형 골프장을 조화롭게 운영할 계획이다. 회원제는 회원들이 오직 벨라45CC가 최고라고 생각이 들게끔 벨라만의 문화 및 가치 창출을 이끌어 낼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프리미엄 명문 골프장을 추구, 회원권 가격을 올리고, 회원들이 벨라45CC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대중형은 캐디를 쓰지 않는 셀프플레이 코스를 구상 중이다.
벨라45CC 공사에 매달리느라 라운드를 멀리하고 있다. 성우리조트에 근무하던 시절만해도 나이트 3부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홀을 돌아 80대 초반까지 골프도 제법 잘했다. 홍재원 대표에게 벨라45CC에 대한 기대가 있을까. 회원제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벨라45CC는 훗날 힐링센터를 겸한 골프장으로 변화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은퇴하면 골프계를 떠나 산악자전거를 타고 한국의 명산을 모두 순례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 소박한 꿈이 언제쯤 이뤄질는지 궁금하다. [횡성(강원)=안성찬 대기자]
안성찬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golfahn5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