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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단편 창작발레 네편…서정 발레를 견인한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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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단편 창작발레 네편…서정 발레를 견인한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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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줄리엣과 줄리엣들'
지우영 안무의 발레는 늘 애잔한 슬픔을 담고 있다. 그녀의 안무작들은 늘 이별이 낳은 슬픔이 이념으로 발화되는 시발점에 있으며, 여인의 평정심을 유지한 채 위대한 모성과 애국적 여성성을 견지하고 있다. 비극적 유형을 창출하는 그녀의 발레 속에는 근현대사의 치욕적 사건 속에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 인물들과 가족들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사랑의 발레 단편 모음집도 주인공에 대한 애정, 가족의 소중함을 따스한 시선으로 감싸 안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을 사회적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인다.

댄스시어터 사하르(예술감독 지우영, 서울시 지정 전문예술단체)가 창단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꽃, 나무, 여자, 어머니에 걸친 ‘사랑의 발레 네 편’(Le quatre Ballet d’amore)을 무대에 올렸다. 우수 창작발레로 인정되었던 「줄리엣과 줄리엣들」, 「지젤이 지그프리트를 만났을 때」, 「마지막 나무」, 「어머니」가 단편으로 손질되어 9월 15일(금)·16일(토), 도봉구민회관 하모니홀에서 댄스시어터 사하르·도봉구 시설관리공단 주최·주관, I·LOVE·SEOUL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문무용수지원센터 후원으로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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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줄리엣과 줄리엣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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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줄리엣과 줄리엣들'


「줄리엣과 줄리엣들」(Juliette & (Juliettes, 2003)은 한국발레협회 신인안무가상 수상작으로써 창의적 구상과 독창적 해석으로 무용계에서 주목받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줄리엣의 여성관을 세 가지 측면으로 접근하여 줄리엣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털어내고 현대 여성의 존재감을 살리는 여성성을 부각시킨다. 스칼라티의 ‘소나타’, 쇼팽의 녹턴, 마누엘 데파야의 ‘불의 춤’ 등이 심리 묘사에 따라 함께하며 네덜란드 인접 아헨음대 출신의 지선영의 라이브 피아노 연주로 감동을 더한다.
창단 당시의 분위기를 빌려 피아노가 연기하는 무대, 무용 상징의 바, 갇힌 세상을 상징하는 유리상자가 있는 무대는 상상을 자극한다. 춤의 움직임과 심리적 동요를 상징하는 천이 비주얼로 스쳐 간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의상이 냉정과 열정 사이의 심리 묘사에 이용된다. 발레리나가 춤추자, 천장에 매달린 바 밑에 유리 상자 속의 여인이 지켜보고 있다. 전형을 따르는 여인이 발레리나의 춤을 따라서 춤춘다. 안무가는 유리 상자를 허공으로 올리면서 고정 관념의 견고한 틀을 조심스럽게 이동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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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지젤이 지그프리드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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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지젤이 지그프리드를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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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지젤이 지그프리드를 만났을 때'


「지젤이 지그프리트를 만났을 때」(Giselle met Siegfried, 2004)는 세계무용센터 초청공연작으로써 클래식 발레 「지젤」과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상상 속에서 만나게 한다. 원본 「지젤」에서 투박하고 질투투성이의 힐라리온의 어울함을 헤아리는 지우영의 발레는 힐라리온을 일편단심으로 지젤을 사랑한 사내로 설정한다. 지젤은 지체 높고 멋있는 사내를 찾아다니지만, 모두에게 버림받는다. 만신창이가 된 지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힐라리온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음악은 아돌프 아당의 지젤 곡이 주로 발췌되었다.

세월의 흐름을 이어가는 로얄오페라하우스 관현악단의 연주를 타고 발레가 시작되면 정교한 듀엣의 춤이 이어지고 붉은색 주조의 조명이 내리고 꽃을 배경으로 한 커플이 연이어 등장한다. 여인들은 조합을 변주하며 코믹을 연출할 정도의 열정적 춤을 이어간다. 꽃이 나무처럼 이용되며 서정은 퍼져간다. 해드 랜턴이 알리는 긴박한 상황, 영상의 마지막 꽃잎이 떨어지고 춤은 종료된다. 애절함을 달래는 행위의 한 부분을 원색의 의상이 담당한다. 색의 변주와 주종의 뒤바뀜이 주는 희극적 상상은 창작발레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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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마지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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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마지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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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마지막나무'


「마지막 나무」(Green Sacrific, 2012)는 제33회 서울무용제 자유참가작 이다. 동화적 분위기 속의 발레적 전개는 희생 제의의 모습을 보인다. 어린 소녀가 이 세상의 마지막 나무 한 그루를 끌고 들어온다. 어미는 딸이 가져온 생명체에 경계심을 갖지만, 딸은 말로만 들어왔던 생명체인 ‘나무’와 즐겁게 논다. 안무가는 「마지막 나무」를 통해 사라지고 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사유를 시작한다. 나무가 사라지는 미래의 환경은 암울함 그 자체이다. 그 가상의 세계를 베토벤의 ‘소나타’와 ‘운명’이 도포한다.

곤충을 형상화한 사람들에 의해 소녀는 들려 나가고, 빨간 원피스의 소녀는 나무를 껴안고 누워 있다. 나무와 소녀는 공동운명으로 묘사되고 미래를 걱정하는 곤충들의 춤이 다양한 조합으로 전개된다. 서정 발레는 양식의 서열을 이루고 있음이 입증된다. 비극적 상황에 대한 탐미적 발레는 냉철한 관찰자 지우영의 발레 양식의 일면이다. 굳건한 믿음을 세우고 실천하는 지우영의 창작발레에 대한 믿음은 「마지막 나무」에 이르러 보통 사람들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밝히는 계기가 된다. 이 작품은 상상력이 빚은 소중한 결실이었다.

「어머니」(Mother, 2003)는 끝없는 사랑으로 전쟁고아들을 보살피다가 타계한 어머니(지우영)를 그린 댄스시어터샤하르의 창단작품이다. 무대는 어머니 품속을 형상화한다. 자식들은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온 탈북자, 현대 사회의 무한경쟁에서 생존하려는 힘없는 자, 과거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어른아이, 군중 속에 갇혀 있는 외로운 현대인을 상징한다. 그런 인간들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랑한 어머니를 그린 작품이다. 피날레로 단장이자 수석무용수 정민찬의 노래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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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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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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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영 안무의 '어머니'


발레가 시작되면 해설적 대사가 어미 뱃속에서 세상이 험해서 태어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한다. 분위기는 원색으로 동화적 이다. 해바라기를 든 두 소녀가 나타나고 등 숫자는 늘어난다. 춤이 진행되면서 메레디스 뭉크의 ‘Care Song’에서 전쟁놀이, ‘펠리칸 브리프’의 주제곡에 이은 전쟁, 끈으로 이어진 아이와 엄마를 조수미의 ‘자장가’가 들어서고, 캐리의 ‘Shadow Song’, 조엔 바에즈의 ‘도나도나’, 샹송 등이 삽입된다. 해바라기를 든 자식들이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추억을 쓰집어 내며 끝난다.

‘르 까트르 발레 다모르’는 도봉문화회관 상주단체 댄스시어터 사하르가 도봉·노원·강북의 주민들에게 발레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예술적 행위이며 그들의 노력이 이 땅에 건실하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밝히는 의식이었다. 지우영은 조류학자 부자를 통해 남북 분단의 아픔을 그린 「새」에서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그린 「레미제라블」에 이르기까지 삶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 댄스시어터 사하르의 전반기 십 년을 대표하는 작품을 계묘년 가을에 공연하는 뜻은 내년 후반기 단편집을 대비하는 의지적 전지 작업이었다.


장석용(무용평론가,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제공(댄스시어터샤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