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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지적장애인 비대면 금융거래 제한은 차별…배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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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지적장애인 비대면 금융거래 제한은 차별…배상 확정”

장애인 18명, 국가 상대로 소송 제기…“한정후견인 동행은 차별행위” 주장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사진=연합뉴스
지적 장애인이 돈을 인출하려면 반드시 창구에 가도록 하고 액수가 클 경우 한정후견인과 동행하도록 한 과거 우체국 은행의 규정은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고모씨 등 지적 장애인 1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장애인 차별행위중지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고씨 등은 지난 2018년 1월 대전지법 논산지원에서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받은 뒤 한국정신재활시설협회의 한정후견을 받고 있다. 한정후견은 질병이나 장애, 노령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법률 행위 등 후견 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당시 법원은 고씨 등이 돈을 인출할 때 예금계좌에서 인출일 이전부터 30일간 합산한 금액이 100만원 이상이면 한정후견인 동의를, 300만원 이상이면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우체국 은행 내부지침은 이 범위를 초과해 지적 장애인이 돈을 인출하려면 반드시 통장과 인감을 지참해 은행 창구에서만 거래할 수 있게 했다. 100만원 이상이면 한정후견인이 창구까지 동행하도록 강제했다.

고씨 등은 우체국 은행을 이용할 때 한정후견인의 동행을 요구하는 우정사업본부의 규정은 차별 행위라며 국가를 상대로 지난 2018년 11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 같은 우체국 은행의 지침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고 있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조치와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00만원 미만 거래의 경우 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 없는바 행위능력에 제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지급기 등 이용을 제한하고 창구 이용만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체국 이외 다른 금융기관은 100만원 이상 거래의 경우 한정후견인의 동의서를 요구할 뿐 동행을 무조건 요구하지는 않는다"며 이 또한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30일 합산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거래의 경우 동의서 제시에 의한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한정후견인과 동행을 요구하는 행위를 중지하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30일 합산 100만원 미만 거래의 경우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 현금 자동지급기 등에서 거래가 가능한 기술적·시스템적 장치를 마련하고 원고들에게 위자료 각 5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1심 판결 이후 우체국 측은 선고 취지에 맞게 업무처리 절차를 개선했고, 그 결과 피한정후견인들이 비대면 거래 및 한정후견인 동행 없이 단독으로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2심은 차별행위가 상당 부분 시정됐다 하더라도 고씨 등이 이 같은 차별행위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것이 인정된다며 위자료 2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한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며 국가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지원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wsedu@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