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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로 와닿는 ‘인문학 소멸 위기’ 어찌하나…美 64% “이과 중심 현 대학시스템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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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로 와닿는 ‘인문학 소멸 위기’ 어찌하나…美 64% “이과 중심 현 대학시스템 미흡”

국내 9년간 인문·인문사회계열 637개 폐과, 공학은 820개 신설…사고와 추론 등 종합적인 사고력 배양 위해 인문학 장려해야
미국과 국내 대학에서 인문학 소멸위기를 우려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사고와 추론 등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인문계열 학과 폐과가 증가하는 반면 공학 관련 학과 신설이 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생들의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선호가 전 세계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대학 내 인문학 교육이 소홀해져선 안 된다”는 칼럼니스트의 글을 보도했다.

1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앨리슨 슈라거 칼럼니스트는 “현재 미국 대학은 인문대 지원을 대폭 줄이고 있는데, 이는 인문학을 통해 향상되는 사고·추론 능력 중요성을 간과한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는 지난 10월 공립대학을 대상으로 새로 부임하는 교수진 중 STEM 분야 전공자가 아닌 인원에 대해서는 기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한 예산 관련 안을 통과시켰다.
또 웨스트버지니아대는 지난 9월 전공학과 28개를 통·폐합한다는 입장을 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1이 어문과 교육 계열 학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이 이 같은 인문 관련 학과 감축 기조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미국 청년 10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36%만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2015년 57%, 2017년 48%가 긍정 답변을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슈라거 칼럼니스트는 “문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과학 분야에서 우수한 관료가 되려면 맥락과 흐름을 잘 읽어 위기상황에 대처할 줄 알아야 한다”며 “고등 인문학 교육이 이를 위한 능력을 기르는 출발점임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중앙도서관 관정마루에서 열린 '어느 국문학자의 보물찾기' 권영민 문고 설치 기념전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된 문헌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0월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중앙도서관 관정마루에서 열린 '어느 국문학자의 보물찾기' 권영민 문고 설치 기념전 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전시된 문헌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우리나라도 ‘인문대 위기’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2022년 전국 일반대 학과 통폐합과 신설 현황에 따르면 국어국문학과 등 인문계열은 10년간 50개 학과가 신설됐지만 이보다 많은 76개가 폐지됐다. 행정학과 등 인문사회계열은 568개 신설, 561개 폐과됐다.

반면 공학계열은 지난 9년간 556개 학과가 폐과된 반면 820개 학과가 새로 생겼다.

취업률과 선호도가 낮은 인문대를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고, 반면 정부 지원이 확실하고 인기가 많은 학과 신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대학들의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학과 간 벽 허물기’를 대책으로 내놓고 대학들의 무전공·융합전공 신입생 선발을 독려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관련 구체적인 방안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수습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