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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760억 고리원전 보수공사 입찰제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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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760억 고리원전 보수공사 입찰제한 논란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모습. 사진=고리원자력발전본부 제공/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 모습. 사진=고리원자력발전본부 제공/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이 760억원 규모의 고리원전 보수공사를 추진하면서 입찰 기준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잡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건설 경기가 어려운데 일부 대형 건설사만 참여할 정도로 기준이 높아, 중소형 건설사에는 기회마저 없다는 지적이다.

24일 한수원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유찰된 '홍천양수 국도 5·6호선 이설도로 건설공사'도 같은 이유로 입찰이 무산됐다. 이번에 참여한 업체가 1곳에 불과해 일반경쟁 입찰 조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수원은 고리원전 항만구조물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보수공사를 추진했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연안에 고리 34호기 호안 등(592m)과 고리 3·4호기 남방파제(142m), 신고리 1·2호기 방파제(550m) 등을 짓는 사업이다.

한수원은 이를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으로 발주, 지난 15일 마감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입찰 자격을 '최근 10년 간 단일계약건의 항만 또는 어항 외곽시설 준공액' 760억원 이상의 시공실적을 보유한 업체로 제한하면서, 건설업계에서 불만이 나왔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입찰이 가능한 건설사는 현대·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동부·극동건설 등 6곳에 불과하다. 지역건설사는 물론 중·대형 건설사 참여가 제한적이란 이유에서다. 이들 건설사 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도 참여하기 어려운 수준이란 토로도 나온다.

한수원은 계약법에 따라 공사 추정금액(762억원)의 1배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실적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기준이 '1배수 내'라는 점에 주목했다. 게다가 기준으로 삼은 공사 추정금액도 애초에 너무 높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이 한수원 측에도 접수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사는 유독 자재 가격이 31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크다. 공사 추정가격은 원래 449억원인데, 한수원에서 자재 가격까지 더해 총 762억원으로 산정했다"며 "실적의 기준으로 삼는 공사추정액에 굳이 자재 액수까지 넣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준으로 삼은 공사추정액도 높은데, 이 액수의 1배수 내에서 정하면 되는 것을 1배수로 꽉 채워 정하면서 기준이 더 높아졌다"며 "최근 건설업황도 어려운데 굳이 중소형 건설사는 참여도 못할 정도로 기준 자체를 높일 것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한수원은 정정공고를 내며 입찰 마감을 지난 22일로 바꿨지만, 자격 기준은 최종 바뀌지 않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보강하는 공사인 만큼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건설업계 민원이 있었지만) 기준을 까다롭게 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입찰 기준에 맞는 6곳 중 한 곳만 참여하면서 단독입찰로 유찰돼, 한수원은 재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29일이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준이 완화되면 그래도 수십개의 건설사들의 참여 기회가 열리고,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건설 업황도 좋지 않은 만큼 더 많은 건설사에 입찰 기회를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의 이번 입찰 제한은 최근 건설업계의 화두인 '공공기관의 과도한 입찰 제한'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켰다. 건설업계에서는 공공기관이 과도하게 입찰 자격을 제한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