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서도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벌써 울긋불긋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걷기 좋은 명품 가로수길이나 도시숲, 황톳길 등이 수원시 곳곳에 생겨나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화성의 북문인 장안문에서 남문인 팔달문을 연결하는 정조로는 사각기둥 모양의 가로수가 줄지어 선 모습은 정말 장관이다. 수원시는 정조로 양쪽의 오래된 양버즘나무를 테마 전지로 관리하고 있어, 큰 중심 줄기 윗 부분의 가지와 잎을 사각형 모양으로 다듬어 네모난 가로수들이 도로를 지키는 거대한 관문을 연상시킨다. 특히 행궁동 중심부를 지나며 화성행궁과 미술관, 팔달산 등이 어우러진 장면은 눈으로만 담을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시계 구간인 장안구 주안말사거리~조원IC에 위치한 두아름길은 마치 정원 같은 가로수길이다. 두아름은 ‘마을을 두 팔로 안고 있다’는 뜻으로 시민 대상으로 명칭 공모 과정을 거쳐 얻게 된 이름이다. 평소 가로수로는 접하기 어려운 ‘블루엔젤’이라는 나무가 일렬로 늘어서 있고, 햇빛을 받으면 푸른 빛이 돌아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고속도로 진출입로 중앙분리대 역시 초화류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수종을 심은 녹지형으로 만들어져 아름다운 정원을 둘러보는 기분으로 가로수길을 산책할 수 있다.
수원시는 시민들이 가까이 즐길 수 있는 명품 가로수길을 만들고 있다. 특히 가로수길이 휴식처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더했다. 올해 조성한 장안구 정자동 대평초 주변 자녀안심그린숲과 권선구 곡반정동 선선길(상고렴사거리~하고렴사거리) 등에 도시 경관을 개선하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만드는 것은 물론 쉬어갈 수 있는 벤치를 둔 이유다.
공동주택단지들이 들어선 영통구에서는 곡선로 박지성삼거리~영통롯데캐슬을 잇는 700m 구간이 대왕참나무와 홍가시나무로 채워졌다. 지난해 조성된 가로수길이라 수형이 풍성하지는 않지만 가을 단풍 경관을 즐기기엔 손색이 없다. 주홍빛부터 검붉은빛까지 단풍이 만들어내는 붉음을 만끽할 수 있다.
아름답기로 이름난 도시숲들을 걷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수원에는 산림청에서 녹색도시 우수사례로 인정한 도시숲과 숲을 활용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장안구 이목동 노송숲은 가을철 푸르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이름이 높다. 5만6000㎡ 규모의 넓은 공간과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이 어우러진 가운데 정조대왕의 효심이 깃든 소나무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선명한 색감을 뽐내는 중이다. 경기도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노송 30여주를 찾아 보며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올해 산림청이 선정한 ‘아름다운 도시숲 50선’ 중 하나로 꼽혔고, 지난해 모범도시숲, 2017년 녹색도시 우수사례 등으로 선정될 정도로 도시숲으로써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대표지다.
수원델타플렉스를 둘러싸고 있는 미세먼지차단숲은 서부권역 주민들과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가을을 느끼기 좋은 도시숲이다. 열섬현상을 저감하고, 미세먼지를 차단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3단계에 걸쳐 조성한 대규모 도시숲으로, 면적이 8만㎡에 달한다. 생태적으로 건강한 거점숲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층으로 구성된 식생 구조가 관상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수종별 테마공간과 소규모 정원이 조성돼 있으니 가을철엔 단풍숲을 찾아보면 좋겠다.
특히 델타플렉스를 세로로 가르는 서부로에는 메타세쿼이아와 스카이로켓 등 다층으로 구성된 가로수길이 눈길을 끈다. 넓이가 넓어 하루에 즐기는 것보다 매일 조금씩 다른 숲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기를 추천한다.
도시숲이 아닌 산에 있는 숲을 즐기고 싶다면 수원시의 다양한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하자. 수원시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수원수목원, 광교산 산림욕장, 칠보산 등을 거점으로 숲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수원시 통합예약시스템에서 프로그램의 내용과 시간을 확인하고 접수하면 된다.
맨발로 땅을 밟으며 몸과 지구의 에너지를 연결한다는 의미의 ‘어싱(Earthing)’을 즐길만한 곳들도 있다. 수원시에서 조성해 관리하는 맨발걷기길은 총 9곳이 있다. 그중 장안구 광교산 입구, 권선구 산울림공원, 영통구 광교호수공원은 황톳길이다.
광교호수공원 황톳길은 원천호수와 신대호수 사이를 채운 공원 중심부 쪽에 위치한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맨발로 황톳길을 왕복해 걸으면서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건강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덕분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 사람들도, 사색하며 홀로 걷는 사람도 많이 찾는 명소다. 숲속 황톳길을 걷는 동안 산새들의 지저귐은 배경음악이 되고, 나무들이 뿜어내는 향기는 코가 뻥 뚫리는 시원함을 선물한다. 나무 위를 바쁘게 옮겨 다니는 청설모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광교호수공원 황톳길은 지난해 450m 구간이 조성된 이후 맨발걷기를 즐기는 인근 주민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황톳길 안에 신발장과 세족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편리성도 높다.
수원 서부권역에도 걷기 좋은 황톳길이 있다. 칠보산 자락과 맞닿은 금곡동 산울림공원 내 약 500m 거리가 흙을 밟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이다. 가로로 길게 뻗은 공원길 내부에 붉은 빛을 내는 흙으로 산책로가 만들어졌다. 숲이 울창해 그늘도 많고 산길 분위기가 물씬 난다. 또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미개발된 구역의 풍경이 농촌과 닮아 눈이 심심할 틈이 없다. 걷는 동안에는 숲놀이와 숲체험을 즐기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힐링할 수 있다. 산책로 주변 지형을 그대로 살려 자연물로 만든 기구들을 배치한 체험 숲 놀이터 덕분이다.
특히 산책로 중간부 진흙구역은 맨발 산책의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말랑말랑한 흙을 맨발로 밟으면 찰흙을 만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저절로 든다. 기분 좋게 붉은 색으로 물든 발은 화장실 앞 개수대에서 씻으면 되니 수건을 챙겨가면 도움이 된다.
황토 산책로는 광교산 입구에도 마련돼 있다. 260m 길이로, 비교적 짧은 구간이지만 광교산 등산을 하기에 앞서 걷기 기분을 끌어올리거나, 산행을 마친 뒤 발의 피로를 풀어주기 좋은 위치다.
흙길로 된 맨발걷기길도 6곳 있다. 만석공원, 권선중앙공원, 청소년문화공원, 예술공원, 머내생태공원, 매탄공원 등에 마련돼 있으니 추위가 도착하기 전에 가까운 곳을 찾아 맨발걷기를 체험해보길 추천한다.
이지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lwldms7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