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체납 명확해도 보증기관 검증·보증금 조차 없이 계약
“시장이 법 없다고 면피 되나… 시민 77억 피해 누구 책임?”
“시장이 법 없다고 면피 되나… 시민 77억 피해 누구 책임?”

1일 구리시의회에 따르면 김용현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달 26일 시정질문에서 시민마트(구 엘마트)의 대규모 체납 사태를 공개하며, 구리시의 공유재산 관리 부실, 이행보증 체계 붕괴, 시장의 직무유기를 정면으로 추궁했다.
애초부터 ‘예견된 사고’… 허점투성이 계약에 77억 날렸다
문제의 시작은 2021년. 구리시는 시민마트와 5년간 공유재산 대부계약을 체결했지만, 보증금조차 받지 않고 체결된 이 계약은 ‘무방비’였다.
2023년부터 체납이 시작됐고, 2025년 5월 기준 △대부료 32.8억 원, △관리비 20.4억 원, △변상금 24.6억 원이 밀리면서 총 체납액은 77억 8000만 원에 달한다. 당초 결산검사에서 지적된 73억 원보다 오히려 증가한 수치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보증기관은 사실상 ‘깡통’… 검증조차 하지 않았다
김용현 의원에 따르면, 시민마트와 계약 당시 구리시가 받아들인 보증보험사는 △비상장 소규모 기관 △금융감독원 제재 이력 있음 △공시자료 부실 △신용등급 기준 미확인 등 기초적인 검증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체납이 발생했을 때 보증기관은 지급 여력이 부족해 보증 이행도 불가능해졌고, 구리시는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게 됐다.
“법에 검증 의무가 없었다는 말은 행정 책임자가 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법적 요건이 아니라 상식과 관리 책임의 문제입니다.” – 김용현 의원 시정질문 중
“보증금 규정 삭제해놓고, 책임은 없다?”… 조례 개정의 함정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2020년 조례 개정을 통해 ‘보증금 규정’이 삭제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시민마트와의 대부계약은 무보증, 무담보 상태로 체결되었고, 체납이 발생해도 시가 회수할 수단은 사실상 전무한 구조였다.
행정법률 전문가들은 “조례에서 보증금 규정을 삭제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리스크관리 체계와 사후보완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했지만, 구리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제도를 무력화한 장본인이 행정기관 스스로였던 셈”이라고 지적한다.
시의회 보고도 누락… 책임을 감추는 구조, 반복되는 실패
구리시는 해당 체납 사안에 대해 수년간 구리시의회에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았으며, 이 같은 대규모 공유재산 피해가 발생할 때도 △리스크 관리 매뉴얼 없음 △시의회 보고 체계 부재 △형사 대응 검토도 없음 등 사후 대응 또한 모두 실패했다.
김용현 의원은 “시정 전반에 걸쳐 책임 회피와 방관이 이어졌고, 이제는 책임질 사람조차 찾기 힘든 상태”라며 “이 사안은 단순한 민간 체납이 아니라 시장이 총체적으로 무능했고, 행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질타했다.
법 없었다고 면책? 시민 피해는 그대로… 책임은 누가 지는가
이번 사안을 둘러싼 백경현 시장의 해명은 “관련 규정이 없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답변에 그쳤다. 하지만 시민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법이 아니라 결과다. 공유재산 77억 원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지금,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행정이 책임지지 않고, 시장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시의회도 보고를 받지 못했다면, 도대체 이 도시의 의사결정은 누구의 통제 아래 있었던 것인가.
77억이 증발하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도시.
조례는 삭제되고, 보증기관은 깡통이며, 리스크 관리도 없고, 회수 수단도 없다. 이건 더 이상 실수나 예외가 아니라, 지방정부가 공공재산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시장은 몰랐다’, ‘규정이 없었다’, ‘절차대로 했다’는 말만 되풀이되고 있다. 시민은 잊지 않을 것이다. 무능은 실수보다 더 무겁고, 방관은 과실보다 더 책임이 크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