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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연출·출연의 '미로美路 2.0', 미(美)에 대한 욕망을 사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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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연출·출연의 '미로美路 2.0', 미(美)에 대한 욕망을 사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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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연출·출연의 '미로美路 2.0'
6.12(목)~13(금) 7시 30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제15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출품작인 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PAIK YON BALLET PROJECT Y)의 '미로美路 2.0'(The Path to Beauty 2.0)이 공연되었다. 한국발레연구학회에서 초연한 '미로美路'(2023)가 변주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움직임이 추가되고 연출, 음악, 조명, 영상, 무대 구성 등이 새로 조합되어 이전 작품과 차별화된다. 라이브 요소가 적극 활용되고, 라이브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MR과 결합된 즉흥 연주, 마이크로 신체를 두드리는 행위나 사과를 먹는 소리 등 현장성을 실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백연(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 대표)은 국립발레단 출신으로 덕원예고 교사, 동국대·수원대 객원교수의 교육 경력과 한국춤비평가상 ‘베스트 작품상’ '발레로- HUNMINJEONGEUM'(2024), 제31회 무용예술상 '주목할만한 시선상' 'LANGUAGE'(2024),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주목할예술가상'(2015), 한국발레협회 ‘신인안무가상’(2012) 등의 수상경력, 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 더블빌 'LANGUAGE'(2024), 'ORIGIN-바디랭귀지'(2024), '발레로-HUNMINJEONGEUM'(2024), 서울무용제 경연 참가작 'VISION'(2023), 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 '메타아이'(2023) 같은 주요 안무작이 있다.

'미로美路 2.0'은 신체의 미적 기준을 나타내면서 개별적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지향성과 미적 이상을 향한 인간의 욕망에 걸친 아름다움의 보편적 기준을 파헤치기 위해 그 기준들을 하나씩 제거해 간다. 결국 남은 것은 ‘미’(美)를 향한 의식과 내가 ‘미’이고자 하는 마음이며, 아름다움에 대한 지향성만 남는다. 이런 지향적 이미지는 음악, 오브제, 의상, 영상 등의 매체를 통해 시제를 초월하여 동일함을 강조한다. 개개인의 미적 욕구에 따라 아름다움이 지향된다. 인간들은 미를 받들며 각기 미로 향한 길을 걷고 있다. 미래 시점에도 그 욕구는 동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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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연출·출연의 '미로美路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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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연출·출연의 '미로美路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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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연출·출연의 '미로美路 2.0'

첫 번째 장면에서 조명을 통해 길이 연출되면서 무용수(백 연)가 걸어 나온다. 무용수는 관객을 향해 마이크를 대고 주시하다가 마이크로 자기 몸을 두드린다. 바디 퍼커션의 변주, 부각성을 마이크로 상징하며, 인간이 신체 혹은 자신을 부각시키며 남에게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담는다. 상투 머리를 한 여성들이 하나둘씩 나와 얼굴을 두드린다. 얼굴을 두드리는 행위와 사과로 마이크를 치는 소리, 사과를 먹는 소리가 맞물려 여성들이 자신을 부각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다. 무용수들은 여성들이 아름다움을 위해 먹고 두드리고 움직이고 있음을 실감나게 표현한다.

다섯 무용수(김은정, 장다영, 박지혜, 조현희, 이도연)가 마스크 팩 하나를 바꾸어 들면서 조형적인 움직임을 시작한다. 얼굴에서 떼어낸 마스크가 가슴과 배에 붙여지면서 다섯 무용수는 하나의 몸같이 표현된다. 각각의 신체를 가꾸는 부분이 다르듯 아름다움을 규정하는 신체 부위도 각자 다름을 강조한다. 하나의 마스크는 얼굴로 돌아가고 상체를 과도하게 휘두르면서 ‘파세’ 동작을 하던 무용수 두 명(김은정, 장다영)이 남는다. 마스크 팩을 한 무용수가 마스크 팩을 떼어내어 사과 깎는 소리에 맞추어 다른 무용수의 몸을 깎거나 미는 모습을 연출한다.

아름다운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 깎아내는 행위나 때를 밀어내는 동작은 닮았다. 무용수들은 사과 깎는 소리에 맞추어 신체 부위에 굴곡진 움직임을 표현하고, 라이브 피아노(Chopin-Prelude Op.28, No. 17)와 함께 곡선적 느낌이 전개된다. 두 무용수는 신체 미의 본질적인 부분인 곡선과 굴곡을 표현한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BWV 1080- Contrapunctus 13에 맞추어 직선적 느낌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두 무용수(조현희, 이도연)는 직선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조형미를 창출하고 한쪽 벽에는 직선의 빛이 떠다니는 영상이 등장한다. 우리의 신체 미의 기준에서 본질적인 부분인 직선과 각도를 표현한다.

두 남자 무용수(김유식, 이근희)는 미를 규정하고 구분할 때 쓰는 이분법적 대립을 묘사한다, 선과 악의 이미지, 그로테스크와 밝은 이미지, 균형과 불균형적 움직임 등의 대립을 보여준다. 우리가 미추를 분류할 때 사용하는 기준, 안무가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분류를 남성미로 드러낸다. 이 장면에서부터 묵직한 음악과 함께 무대 바닥이 하강하면서 자유소극장의 독특한 무대 구조가 활용된다. 이어 다섯 무용수가 각기 다른 색깔의 마스크 팩을 붙이고 나와 개성적인 움직임으로 패션모델처럼 자신을 과시한다. 마스크 팩 눈구멍의 강렬한 빛은 멋지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다.

마스크 장면은 색깔별 마스크와 함께 여러 빛의 조명이 허공을 지나 일직선으로 나타나면서 무지개 색채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어진 장면부터 대략 1.8미터의 간격으로 무대 바닥이 구동한다. 이번 작품은 안무가가 공간을 활용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는데, 계단식으로 구성되는 무대 바닥에 무용수들의 조형적인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높낮이의 공간구조를 최대한 활용한 점이 좋은 효과를 보여주었다. 높낮이의 구성은 안무의 변화와 역동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조형적인 움직임 구성 방식을 이러한 공간을 활용하여 결합했다는 점이 독창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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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 안무·연출·출연의 '미로美路 2.0'

작품의 완성도를 향해가는 남성 무용수 두 명과 함께, 여성 무용수 다섯 명은 유동적인 무대 구성 속에서 조형적 움직임을 전개하며 일곱 명의 조형적 움직임 이미지를 창조한다. 얼굴에 착용한 리프팅 밴드는 미래의 모습이거나 획일화된 아름다움에 대한 비판적 모습 같다. 벽과 계단 부분에 입체감을 주기 위해 영상은 좌우로 움직이고 조형적 움직임의 조화와 함께 상부에서 대형 캔버스 판이 내려오고 이곳에 다양한 얼굴의 영상 이미지가 투사된다. 가장 분주하고 춤 언어가 구사되고, 조밀하게 의미가 강조되고, 시각적 장치가 음악과 어울리는 장(場)이다.

수미쌍관의 클로징을 위해 마이크를 두드리던 무용수(백연)가 사과를 들고 나와 변형되는 여러 얼굴을 바라본다. 영상이 투사되는 대형 캔버스에 무용수의 얼굴이 실시간 카메라로 드러나고 무용수는 자신이 들고 있는 사과를 건네며 작품이 종료된다. 백설 공주의 마녀가 거울을 보는 장면과 흡사하다. 안무가는 아름다움은 본질적으로 무엇이라고 규정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욕망에 따른 지향적 이미지는 모두에게 공통된 모습이라는 질문을 던진다. 특히 피아니스트 이정림은 초반부 클래식 두 곡을 연주하고, 이어 MR과 함께 즉흥 연주로 작품의 역동적 분위기를 표현했다.

백연발레프로젝트와이는 발레 움직임을 기반으로 새로운 움직임을 탐구하며 동시대 예술에 기여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그룹이다. ‘와이(Y)’는 창작작업의 과정에서 ‘why?’에 대한 생각을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사유한다는 의미와 컨템포러리 발레 움직임과 새로운 매체, 다른 장르와 융합하여 미지의 제2 이미지를 창조한다는 ’미지수Y’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백연 안무, 연출의 '미로美路 2.0'는 학구적 발레의 연장이다. 안무가 백연이 주제에 밀착되는 숱한 동작을 만들어 내고, 생각을 입히고, 작품을 다듬어 인간의 미(美)에 대한 욕망을 다각도로 탐구한 수작(秀作)이다.
(출연: 김유식, 이근희, 김은정, 이도연, 조현희, 장다영, 박지혜, 백 연)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촬영감독 김정환(한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