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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귀천', 천상병 시 소재의 무용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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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귀천', 천상병 시 소재의 무용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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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귀천'(2025)
6월 25일(수) 7시 30분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의정부시 주최, 의정부문화재단·의정부시립무용단 주관, 이미숙 안무의 창작무용극 '귀천'(歸天, 주역무용수 김진원)이 공연되었다. 2013년 6월 20일, 21일 세 차례 공연된 지 12년 만이다. 당시 이 작품은 ‘2013년 문예회관 레퍼토리제작개발지원사업’ 선정작이었다. 시제(詩題)의 작품은 시대적 암울함을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환치시켜 윤동주 시인의 삶과 견주어지는 촘촘한 구성과 서사로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미숙이 주목한 것은 마산 출신 시인 천상병이 의정부에서 10여 년 동안 거주한 사실이었다. 이미숙은 천상병 연구 십 년이 되던 해에 의정부예술의전당도 건립 십 년을 넘기고 있었다. 천상병은 1993년 4월 28일 타계 전까지 의정부에서 살았다. 시인 천상병과 부인 목순옥은 여러 면에서 감자 꽃과 보리밥을 얘기할 보통 사람의 전형이었다. 그들의 이면은 호암아트홀의 천상병 1주기 때부터 알려졌고, 이미숙은 10주기에 이어 22주기에 천상병을 춤으로 추모했다.

이미숙은 '귀천'을 행복한 예작(藝作), 격상의 전범(典範)으로 만들었다. '귀천'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융복합의 총체 예술로 우수성을 드러내었다. '귀천'은 서정 넘치는 시들이 극에 촘촘히 들어와 박혀, 순박한 사랑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연이었다. 국민 무용극을 지향한 '귀천'은 형이상학적 상위규범이나 난해한 예술적 행위를 배제한다. 노련한 안무 구사력과 연출력을 앞세운 '귀천'은 대중 친화적 공연이 되었고, 천상병은 더욱 사랑받는 시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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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귀천'(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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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귀천'(2025)

무용극 '귀천'은 9장으로 구성된다. 1. 눈물의 브람스(남자 솔로) 2. 혼돈-동백림사건(남자 군무) 3. 사랑의 노래(여자 근무) 4. 날개 잃은 새(남자 군무) 5. 두려움과 고통-시인의 고통(배우) 6. 그리움(여자 군무)과 만남-날개 잃은 새 짝이 되어(듀엣) 7. 행복(여자 군무) 8. 바람의 길(배우) 9. 귀천(실루엣)은 천상병 시인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때의 프롤로그가 생략되고 장(場)이 합쳐지는 등 구조상의 변화와 대중성 강화가 변화로 감지되었다.

사운드는 60인조 오케스트라가 내는 분위기를 수용한다. 시인은 푸르고 영롱한 밤하늘에 웅장하고 섬세한 선율의 리듬감이 배어드는 초승달 위에 앉아 시를 구상한다. '귀천'을 대하는 모두가 동화적 분위기에 빠진다. 서정과 낭만을 실은 한밤의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진다. 시가 낭송되면서 극은 시작된다. 이 작품은 도입부부터 관객을 제압하며 환상에 빠져들게 만든다. 웃음소리와 노래로 모든 것을 다 용서하는 ‘다 괜찮다’라는 시인의 넉넉한 마음을 담는다.

안무가는 브람스교향곡 제4번 1악장에 슬며시 1967년 ‘동백림사건’을 진입시킨다. 사랑과 시련의 음악은 가시적 무진법(舞陣法)으로 격동에 휘말린 청년을 묘사한다. 다양한 비주얼의 무대는 아련한 추억 속에 희생된 천상병을 선택한다. 독무와 군무가 오가며 긴장과 이완, 완급을 조절해 낸다. 대공 분실의 불빛, 무용수는 시인의 분신, 처절한 고통을 춤춘다. 홀로 남겨진 여인, 여자 군무가 시인을 위로한다. 폐인으로 출옥하는 시인은 병실로 이어진다.

‘두려움과 고통-시인의 고통’을 연기해 내는 박건(뮤지컬 배우)은 우는 아이를 달래는 듯한 시를 읊조리면서 서정을 배가시킨다. 자작나무 숲을 걷는 듯한 편안한 톤은 동정심을 유발하는 도구다. 바람 소리, 피아노 소리를 두고 쓰러지고, 이를 위로하는 여성 무리춤이 자연스럽게 참여한다. '귀천'의 시(詩)들은 주인공이 되어 소리와 영상으로 등장한다. 안무가는 '귀천'으로 격정 시대의 아픔을 울림의 씻김으로 정화하고, 보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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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귀천'(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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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안무의 '귀천'(2025)

한국무용가 이미숙은 ‘이미숙무용단’을 창단(1992년)한 이래, 문학이 훌륭한 춤의 소재가 되고, ‘원 소스, 멀티 유스’의 기본임을 일찌감치 감지하여, 예술적 가치 고양과 국민 교양의 텍스트가 되는 작품을 발굴해 왔다. 천상병의 일생은 그녀가 주목한 작품화의 으뜸 대상이었다. 이미숙은 여름이 되면 히트작을 피워내는 듯하다. 그녀의 '귀천'은 전 국민에게 감동을 줄 문화 행위, 시각적 요소, 역동적 움직임이 색채감과 연결되어 꿈의 조형을 이루고 있다.

이미숙은 남녀노소가 즐기는 안무 기교를 소지한다. '귀천'은 치유의 작품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 이미숙은 춤으로 ‘죽으면 살리라’의 주인공 천상병을 부활시킨다. '귀천'을 소지한 이십이 년의 나이테, 세트로 내려오는 원고지의 다양한 모습처럼 ‘의정부시립무용단’은 더 빠르게 다양하게 차별화되는 독창적 작품을 제작해 왔다. 전통 춤사위에 실은 현대적 몸짓의 춤이 고고하게 빛나고 있다. '귀천'은 춤으로 문학성을 두드러지게 한 소중한 무용극이 되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