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가 올해 상반기 홍콩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와 BMW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치고 신규 등록 대수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영자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교통부는 최근 공개한 자료에서 지난 1~6월 홍콩에서 새로 등록된 개인용 전기차 1만8356대 가운데 비야디가 4902대로 2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3889대로 2위, BMW와 중국 지리자동차 계열의 지커, 일본 토요타, 중국 샤오펑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 중국산 전기차, 홍콩에서 약진
지난해까지만 해도 테슬라가 신규 등록 기준 비야디의 2배에 가까운 판매고를 올렸으나 올해 들어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 이는 중국 내 전기차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비야디 등 주요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홍콩을 우선 공략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홍콩 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비야디의 대표 모델인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 07(Sealion 07)’이 상반기 3676대로 비야디의 실적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3889대로 지난해의 9556대과 비교해 시장점유율이 줄었다. 지커, 토요타, 샤오펑 등 중국과 일본 브랜드도 각각 상위 6위 안에 들었다. 상위 6개 브랜드가 전체 시장의 66%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 첨단기술·가격경쟁력으로 현지 소비자 공략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홍콩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으로 첨단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 다양한 기능을 꼽는다.
국제지능차량공정학회의 장웨이 홍콩·광둥 사무총장은 “테슬라와 BMW 같은 외국 브랜드가 기존에 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지만 비야디와 지리자동차 등 중국산 전기차는 기술력과 기능, 가격경쟁력에서 빠르게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비야디는 자율주행 기능, 배터리 효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에서 혁신을 거듭하며 현지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편, SCMP는 “비야디 등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 주요 시장 진출에 각종 규제와 장벽에 직면해 있지만 홍콩 시장에서 쌓은 경험과 입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테슬라·BMW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경쟁 구도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에는 9556대가 신규 등록되며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했지만 올해는 비야디의 성장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BMW, 토요타 등 전통 완성차 브랜드 역시 신모델과 전동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나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를 견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샤오펑, 지커 등도 홍콩 소비자 맞춤형 신차 출시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 글로벌 시장 공략 ‘테스트베드’로서의 홍콩
SCMP는 “중국 본토 전기차 업체들이 홍콩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을 입증받고 이를 바탕으로 동남아·유럽·남미 등 해외 시장으로 본격 진출하려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비야디는 최근 싱가포르, 태국, 브라질 등에서 공격적으로 판매망을 확장하고 있으며 현지 맞춤형 모델을 출시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예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