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예협회 한글 분과 집행부의 의미 있는 활동으로 고전 '장화홍련전' 필사에 집중, 그 결과물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한 전시회는 소금 같은 인연으로 다가왔다. 방대한 '장화홍련전' 필사에 21명의 필사(筆師)가 모두 참여하여 대작의 장엄을 연출하였다. 모두 한글로 쓴 서예 작품은 길이와 너비가 커서 가판 전시대를 만들어 전시되고 있다. 대작을 비롯하여 '한글서예물결전'에 출품된 전시작들은 한글 사랑으로 민족적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한글은 세상에서 가장 체계적인 언어이며 유엔에서 문맹을 깨우친 나라에 주는 상 이름이 세종대왕상이다. 이번 '한글서예물결전'은 배달겨레의 얼이 담긴 한글서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전시회이다. 한글은 전 세계 언어 가운데 유일하게 발명자 있으며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문자이다. 다양한 서체와 문양으로 차 장르와 협업이 가능한 아름다운 문자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품은 한글서예는 한글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고귀한 작업이다.
한글분과 위원들은 2년 동안 10회의 모임에서 한글 서예법첩을 세밀하게 탐독·분석·정리를 마친 뒤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한글로 된 고전소설, 가사집, 판본, 편지글 가운데 좀 더 민속적이고 서민적인 민간 소설로 선정된 두루마리 세필 작업의 '장화홍련전'은 집중 필사의 대상이 되었다. 한글 서예가들은 만날 때마다 돌아가며 법첩을 소개하고 자료를 공유했다. 국전지 작품은 임서를 주제로 삼았다. 전시작들은 공간을 압도하며 전시장을 빛내고 있다.







'한글서예물결전' 작가는 예란 강미욱, 벽송 고후규, 봄빛 김말순, 놀빛 김명숙, 청록 김혜리, 담하 박병윤(남), 솔내 유경희, 우향 이경자, 효정 이명옥, 개울 이명임, 연석 이상덕, 은솔 이소현, 다솔 이숙일, 청담 장은경, 소석 장태재(남), 참빛 전용숙, 소향 정지연, 수연 최민경, 반석 최홍규(남), 새암 한의숙, 혜원 홍재기에 이른다. '한글서예물결전'은 K-한글 주장에 앞서 우수한 내용을 외국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외국어 번역본도 비치되어야 했다.
'한글서예물결전' 전시자와 작품명은 다음과 같다. 이 가운데 남성 서예가는 3명, 4편 기준(1명은 3편)으로 출품했다. 전시자 예란 강미욱(나태주 시 ‘사랑아’, ‘옥원듕회연 권지십일’, ‘커피’, ‘봄 여름 가을 겨울’), 벽송 고후규(법정스님 ‘인연’, ‘문안 편지 글’, 법정스님 ‘눈속에 꽃을 찾아가는 사람’, ‘소금같은 인연’), 봄빛 김말순(‘푸르른 날’, ‘조웅전 권지삼’, ‘사랑’, ‘못잊어’), 놀빛 김명숙(‘작은 결심’, ‘조웅전’, ‘한잔의 차’, ‘행복’), 청록 김혜리(‘말하고 생각하는대로’, ‘백발가’, 윤동주 서시 ‘인생은 소풍온 것 처럼 즐거워야 된다’, ‘정읍사’), 담하 박병윤(‘강월존자서왕가’, ‘혀’, ’윤희순 의사의 글 중‘), 솔내 유경희(’훈민정음 서문’, ‘방어장 윤희순 의병기’, ‘매화’)이 전시 문을 연다.
이어 우향 이경자(‘기쁨’, ‘산성일긔’, ‘성경구절’, ‘오늘이란’), 효정 이명옥(‘봄길’(정호승님 시, 일부분), ‘추사선생 편지글’, ‘도착’(문정희님 시), ‘텅빈 충만’), 개울 이명임(‘차를 마셔요’, ‘녀사서’, ‘가을의 말’, ‘참사람이 사는 법’), 연석 이상덕(‘채근담구’, ‘노인가’, ‘난은 이동표 편지글 임서’, 이성수 시 ‘눈 한번 깜빡’), 은솔 이소현(‘오신혜의 진달래’, ‘현풍 곽씨가 부인에게 쓴 편지글’, 퇴계 선생 시 ‘매화가지 끝에 맑은 달은’, 최제형님의 ‘봉숭아’), 다솔 이숙일(’잠언 사장 말씀‘, ’봉셔‘, 정지용님 시 ’향수‘, 박문경님시 ‘정월 그믐에’), 청담 장은경(김종삼시 ‘평화롭게’, ‘금강산가’, 정호승시 ‘울지말고 꽃을 보라’, 김시습시 ‘길가의 난을 보고’)이 전시의 불꽃을 타오르게 한다.
소석 장태재(‘사랑하라’(알프레드 디 수자), ‘녀사서 9장중’, ‘무소의 뿔처럼(수타니파타)’, ‘사랑’(성경구), 참빛 전용숙(박목월님의 ‘나그네’, ‘남계연담 중에서’, 김용택님의 시 ‘당신의 앞’, ‘명헌태후 홍씨의 답봉셔’), 소향 정지연(‘우리글 한글’, ‘오륜가’, ‘귀천’, ‘사랑과 지혜’), 수연 최민경(박은식 선생의 ‘한국통사 서문’, ‘송시열선생 편지글’, 김상묵님 시 ‘처음빛 사랑 그대로’), 반석 최홍규(‘설해의 인생길’, ‘추사 편지글 임서’, ‘서예는 오케스트라’, ‘봄바람’), 새암 한의숙(‘찬양(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향니도’, ‘김육의 시조’, ‘고린도전서 13장 3~7절’), 혜원 홍재기(‘어머니’, ‘낙성비룡’, 단재선생시 ‘무궁화’, 단재선생시 ‘천고’)에 이르면 하늘에 전시를 고하고 종료된다.





유경희 위원장 주도의 한글서예는 조선(朝鮮) 중심의 한국문학과 수묵의 한글서예의 격조를 한껏 끌어올린다. '한글서예물결전'은 서예 정신을 이음하며, 서툰 문명에 맞서는 강력한 도구로서 울림을 준다. 주제와 스토리가 있는 국전지 작품은 다양한 서체를 일인 일작으로 임서하였고 회심곡과 봉서도 연서 형식의 특별한 테마로 엮었다. 이번 전시회 이후 중국처럼 다양한 경연과 시합을 즉석에서 벌이는 등 저변을 확장하고 한글서예의 국제화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한중미술교류전(웨이하이) 총감독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