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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지하화 필요성 커지는데…고양시는 ‘첫 단추’부터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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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지하화 필요성 커지는데…고양시는 ‘첫 단추’부터 멈췄다

전국은 기본구상 착수, 고양시는 예산 삭감…국가계획 대응 차질 불가피
고양시청사 전경.  사진=고양시이미지 확대보기
고양시청사 전경. 사진=고양시
지상철도에 따른 도시 단절과 소음·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철도지하화 논의가 전국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지만, 고양시는 첫 단계인 기본구상 용역부터 제동이 걸리며 정책 대응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특례시는 국가 상위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기본구상 용역’을 검토하며 2026년도 본예산에 관련 예산 7억 원을 편성했으나, 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돼 사업 추진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로 인해 향후 국가 종합계획 반영과 중장기 도시계획 연계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21일 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월, 지상철도로 인한 생활권 단절과 소음·진동,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지하화 통합개발법'을 제정했다. 이어 같은 해 3월 국토교통부는 철도 지하화와 상부 부지 활용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종합계획 수립 연구 용역에 착수해 현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철도 지하화가 개별 사업이 아닌 국가 차원의 도시 구조 개편 과제로 전환된 셈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경기도 내 지상철도가 통과하는 23개 시·군 가운데 12곳은 이미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했거나 추진 중이다. 반면 고양시는 예산 단계에서 발이 묶이며 검토조차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양시가 검토했던 기본구상 용역은 경의중앙선 전 구간 18km, 일산선 5km 구간(대곡·원당·지축역), 교외선 전 구간 12km 등 총 35km에 이르는 지상철도를 대상으로 지하화 가능성을 검토하는 내용이다. 단순히 철로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상부 부지를 활용한 도시개발과 역세권 정비, 공공주택 공급 등 통합 개발 방안까지 포함하는 중장기 구상이었다.

현재 고양시는 지상철도 운행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분진 민원이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경의중앙선 인근에는 지하차도와 교량, 보도육교 등 각종 입체교차시설이 난립해 교통 흐름과 도시 경관을 동시에 저해하고 있다. 생활권 단절로 인한 지역 간 격차와 시민 불편 역시 해소되지 않은 채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구상 단계마저 무산되면서, 고양시는 철도지하화 논의에서 사실상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 상태가 됐다. 기본구상이 없으면 국가 종합계획 반영은 물론, 향후 사업 타당성 검토와 재원 확보 논의도 시작하기 어렵다. 정책 타이밍을 놓칠 경우, 국가 재정 지원이나 선도 사업 선정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 관계자는 “국가 종합계획 수립 일정에 맞춰 고양시 여건에 맞는 철도 지하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시의회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향후 추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도지하화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사업이 아닌 만큼, 초기 기획 단계에서의 판단이 향후 수십 년 도시 구조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이번 예산 삭감은 단순한 재정 절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국이 철도지하화를 전제로 도시 재편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고양시는 여전히 ‘검토 이전 단계’에서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영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v40387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