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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춘애 서양화가의 '산' 그림전, 지리산을 느리게 껴안는 사랑의 화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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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춘애 서양화가의 '산' 그림전, 지리산을 느리게 껴안는 사랑의 화폭

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5이미지 확대보기
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5
시린 겨울에 서양화가 노춘애(盧春愛, NOH Chun-Ae)의 ‘산’을 화두로 삼는다. 능선을 타고 계절이 오가면 산은 가슴을 펴고 오르내리는 자에게 기운을 전한다. 노 작가의 산 그림은 그 에너지를 수시로 전파한다. 자신을 조금씩 희생해 가며 직조한 지리산은 맑고 순수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산의 진정한 모습을 보기 위해 세기의 반을 넘어서까지 산을 오르고 느낌을 공유한다. 그리해 노춘애 화백은 오늘도 ‘빛나는 산의 열린 풍경’을 담대하게 그려낸다.

노 화백은 함양 출생으로 산을 사랑하고 산이 좋아 산을 주제로 화작(畵作)을 이어간다. 해마다 노춘애의 ‘산’ 그림은 오도재 지리산조망공원에 있는 마고 갤러리나 마고할미 동상 앞에서 펼쳐진다. 마고할미 신령터에서의 노춘애 화백의 '山' 그림전은 늘 시선을 끈다. 작가의 회화는 정서와 감각 중심의 회화적 경험을 탐구하면서 서양 회화사의 주요 흐름과 의미 있는 접점을 형성한다. 그녀의 작업은 ‘회화의 본질’과 ‘감각의 문제’를 동시대적 언어로 재구성한다.

노춘애의 작품은 정서 중심의 회화로서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와 기억의 잔상에 초점을 둔다. 화면 속 산(사물이나 풍경)은 감각적으로 ‘느끼도록’ 열려 있다. 재현 회화와 추상 회화의 경계에 서 있는 태도를 보인다. 노춘애의 작업은 외부 대상이 개인의 내면에 남긴 정서적 인상을 화면에 옮긴다. 시각적 인상에서 출발한 인상주의보다 한 단계 더 내면화된 접근법으로 ‘보이는 것’보다 ‘느껴진 것’을 회화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녀의 회화는 서정적 추상 혹은 추상표현주의 이후의 감성적 회화와 비교된다. 잭슨 폴록이나 빌렘 드 쿠닝이 신체적 제스처와 무의식의 분출을 통해 강렬한 에너지를 드러냈다면, 노춘애는 보다 절제된 붓질과 밀도 조절을 통해 감정을 화면에 침전시킨다. 노춘애의 색채는 사적 일상적 정서에 밀착되어 있다. 그녀의 색은 초월적 감정보다 기억, 고요함, 사적 감각에 가깝게 작동하며, 거대 담론보다 개인적 서정을 중시하는 동시대 회화의 경향과 맞닿아 있다.
Mount, 210x150cm, Paper, Acrylic, 2025이미지 확대보기
Mount, 210x150cm, Paper, Acrylic,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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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210x150cm, Paper, Acrylic,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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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210x150cm, Paper, Acrylic, 2025

노춘애의 화면에서 드러나는 붓질과 물성은 근대 회화의 물질성 탐구와 연결된다. 추상표현주의의 격정적 태도를 계승하면서도, 그 극단성을 완화한 형태를 보인다. 색채 사용에 있어서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면 회화를 닮아있다. 로스코는 색을 통해 숭고함과 명상적 경험을 유도했다면, 세잔 이후 회화는 캔버스 위의 평면성과 물감의 존재를 드러낸다. 노춘애도 물감을 감추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회화가 하나의 물질적 사건임을 강조한다.

노춘애의 작업은 물성을 정서 전달의 매개로 활용한다. 동시대 미술사적 맥락에서 노춘애의 회화는 개념미술이나 미디어 아트가 주도해 온 담론 중심의 흐름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 회화 매체가 여전히 감각적·정서적 소통의 유효한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녀의 작업은 인상주의 이후의 감각 중심 회화, 추상표현주의의 신체성, 색면 회화의 명상적 공간성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개인적 기억과 정서의 언어로 재구성한다.

그녀의 작업은 미술사적 전통 위에 서 있으면서도, 동시대적 감수성을 반영한 서정적 회화의 한 흐름으로 위치 지워진다. 색채의 심리성과 내면적 분위기를 고려하는 그의 회화에서 색은 감정의 밀도를 전달하는 주요 언어이다. 절제된 색조 속에서도 미묘한 대비와 중첩이 나타나며, 이는 고요함·쓸쓸함·사색과 같은 내면적 정서를 환기한다. 강한 원색보다는 수위를 낮춘 색채를 통해 시간의 흐름이나 기억의 층위를 암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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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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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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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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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5

노춘애의 화면에서는 붓질의 흔적, 물감의 두께, 표면의 질감이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난다. 이는 이미지를 매끈하게 완결짓기보다는, 그리는 과정 자체를 화면에 남기려는 태도이다. 이러한 물성은 작품에 감각적 깊이를 부여하며 시각뿐 아니라 촉각적 상상을 동반하게 한다. 노춘애 작가의 작품 모티프들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다양한 산의 모습이다. 작가는 이를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여백·구도·색의 침묵을 통해 시적인 장면으로 전환한다.

노춘애의 회화는 동시대 회화 안에서 위치하면서도 회화 고유의 감각성과 정서적 소통을 중시하는 흐름에 놓여 있다. 이는 동시대 미술의 속도감 속에서 오히려 느림과 사유를 제안하는 태도로 읽히며, 회화 매체의 지속 가능성을 조용히 증명하는 작업이며 무엇을 그렸는가보다 어떤 상태를 불러오는가에 더 가까운 회화이다. 관람자는 감정을 경험하는 존재로 초대된다. 그녀는 내면성과 감수성을 중시하는 서정적 회화의 한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작업에서 색채는 가장 중요한 언어이다. 절제된 색조와 미묘한 중첩은 강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천천히 스며드는 감각으로 관람자를 이끈다. 색은 대상을 설명하지 않고, 화면 전체의 호흡을 조율하며 고요함과 사유의 밀도를 형성한다. 이러한 색채 감각은 시간의 흐름, 혹은 기억이 퇴적된 상태를 연상시키며, 작품을 지속되는 정서의 장으로 확장한다. 작가는 결과로써의 이미지보다 과정으로서의 회화를 존중하는 태도로 읽힌다.

노춘애의 작품은 대상이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기억의 층위를 화면에 담아내면서 회화를 감각과 사유가 교차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노춘애 회화의 색채는 화면 전체의 분위기와 감정적 밀도를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절제된 색조는 고요함과 사색을 유도하며, 작품을 즉각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천천히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러한 색채 감각은 시간의 흐름이나 기억의 잔재를 암시하며, 작품을 단일한 장면이 아닌 지속되는 정서의 장으로 확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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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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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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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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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 140x74cm, Paper, Acrylic, 2025

노춘애의 회화는 붓의 움직임과 물감의 중첩이 남긴 흔적을 강조하며 회화가 진행 중인 행위의 기록임을 상기시킨다. 물성 중심의 접근은 작가의 감정과 신체적 리듬이 화면에 반영되는 지점이다. 작품의 동인(動因)은 구체적인 서사나 설명으로 귀결되지 않고, 여백과 단순화된 구성,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형태를 통해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노춘애의 산 그림은 회화 고유의 감각성과 정서적 소통에 집중하며, 회화가 여전히 유효한 사유의 장임을 보여준다.

작가는 색채로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정서의 형이상학적 회화를 구축했다. 절제된 색조와 미묘한 중첩은 기억 속의 감정을 떠올린다. 작품은 감정을 천천히 환기한다. 그녀의 작업은 색과 물질, 미분리 상태의 감정이 공존한다. 노춘애의 색은 개인의 기억과 내면이 머무는 조용한 사적 공간을 구축해 왔다. 노춘애는 제1회 이야기마당(1988)에서 제33회 마고갤러리 조망공원 개인전(2025)에 이르는 33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제 그녀는 아름다운 하산을 준비 중이다.

그녀는 미·중·일본 등을 포함 부산 롯데백화점 갤러리(2013)에 이르는 기타 350여 회의 단체전·교류전, 일본작업시대(1991~1998), 대구미술대전 심사위원, 전업작가회 부회장, 제5회국제참예술인 대상(미술부문, 2020). 국제평화미술 대상(2022)등을 수상하고 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대한산악연맹 여성이사(1982), 대한산악연맹 구조대(1980), 여성산악회(수산회 창단, 1979) 회장, 영남대 산악회 0B 회원(1975)으로 활동한 산악인 화가이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제공=노춘애 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