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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현대무용단 기획공연-남진희의 춤 ‘기억속의 그리움’, 압도적 움직임의 웅장한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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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현대무용단 기획공연-남진희의 춤 ‘기억속의 그리움’, 압도적 움직임의 웅장한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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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겨울,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의 열기를 부른다. 추억 속의 움직임은 소리가 되고 그림이 된다. 제목을 불러일으킨 안무가, 무용수는 저마다의 가슴에 낭만적 이야기를 채워 간다. 남진희의 춤 ‘기억속의 그리움’은 ‘Memory’, ‘존재의 욕망’, ‘춤을 그리다’, ‘빠담빠담‘, ‘3C’, ‘청춘코드’, ‘봄날은 간다’, ‘볼레로’로 격정의 낭만 서사가 되었다. 남진희의 비망록에 포획된 작품들은 정형의 상상력에 여름 열기로 담금질한 연기력 충만의 춤 언어들로 반짝거렸다.

현대무용가 남진희(SM현대무용단 총예술감독, 상명대 명예교수, 한국미래춤협회 고문, 한국현대무용협회 이사)는 남진희의 춤 ‘기억속의 그리움’의 안무·연출을 감행하면서 열정과 치유, 재충전의 시간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은 남진희 상명대 무용예술전공 교수의 재직 25년 6개월을 회고했다. 공연은 큼직한 의미로 각인된 제자들과 무용 작업을 해오면서 교육자로 지내온 매 순간들을 기쁘게 떠올린 축복의 시간이 되었다.

'Memory'에서 '볼레로'에 이르는 8개의 장(場)은 하정현(상명대 강사), 장인지(상명대 강사), 전부희(상명대 강사), 조하나(상명대 강사), 정현선(상명대 조교), 심경보(SM현대무용단 정단원), 차기정(SM현대무용단 정단원)의 안무 및 출연, 박연주 무대감독(상명대 강사), 배임규 조명감독(세실풍류 조명디자인), 고흥균 촬영(P.art's), 성화연 사회(상명대 졸업생)으로 완전체가 되었다. 이들은 현대무용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면서 시적 서사, 풍자에 걸친 현재와 과거, 청춘예찬, 클래식 명작으로 구성된 군무의 역동성과 예술성으로 깊은 감동을 주었다.

‘춤을 그리다’는 상명이 낳은 주목할 현대무용가들의 단편 안무작 4편으로 복싱을 무용의 오부제로 쓴 ‘라운드’ (안무 조하나), 서정의 근간을 흔드는 ‘가시나무’ (안무 전부희), 그리스 신화의 모신(母神) ‘헤라가 우리의 콘크리트를 바라볼 때’ 의 입장(안무 장인지), 변신의 한 형태로서의 ‘누에고치의 꿈’(하정현)이 SM현대무용단 제전에 헌무(獻舞)되었다. 4인4색의 청춘 무사(舞士)들의 움직임의 회화적 풍경은 춤에 대한 이음과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무용수로 상명대에 재학 중인 SM현대무용단 정단원인 박정빈, 가다윤, 임혜준, 이연수, 김서희,김지완, 김채희, 박성은, 박승희, 박한별, 정채원, 최유나, 조세윤, 태현아, 김수빈, 남윤지, 문희예, 박정인, 변마리, 손은성, 최은서, 고형주, 김서연, 강도연, 남궁린, 안은빈, 이다인, 이시경, 이수연, 이정아, 임채윤, 손예진이 출연하여 대극장 공연의 경험을 이어가면서 계절의 미토스 구사, 의미적 이론과 상상력의 확장으로 SM현대무용단의 문화 유전자를 입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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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욕망
라운드(조하나)이미지 확대보기
라운드(조하나)
가시나무(전부희)이미지 확대보기
가시나무(전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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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가 우리의 콘크리트를 바라볼 때(장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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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고치의 꿈(하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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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담빠담

'Memory' : 기억은 신체를 재조직하는 현재적 동력으로 작동한다. 무용수는 반복되는 제스처를 미세하게 비틀고 지연시키며 기억이 개입한 몸의 상태를 드러낸다. 새벽의 이미지는 밤과 낮의 경계에서 멈춤에 가까운 이동과 기다림을 통해, 오지 않은 시간을 향해 몸을 열어두는 임계점을 제시한다.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은 감정적 선언이 아니라, 소멸과 유동 속에서도 움직임을 지속하겠다는 신체적 약속으로 상징된다. Memory는 상처 입은 주체가 생성 중인 주체로 전환되는 찰나를 포착하며, 무대에서 태어나는 각 순간을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기억으로 남긴다.

'존재의 욕망' : 욕망을 사회에 길들여진 신체의 기본 설정으로 제시한다. 직선적 전진과 과도한 긴장, 축적과 점유로 향하는 반복 동작은 물질적 가치 추구가 일상의 제스처로 내면화되었음을 드러낸다. 신체는 주변을 고려하지 않고 공간을 침범하며 점유하여 움직이고, 인간이 자연의 적이 되었음을 선언 없이 체화한다. 자연과의 관계가 소진될수록 동작은 각지게 분절되며, 반복될수록 욕망은 비대해지다 끝내 공허로 남는다. 병렬적으로 나열된 군무 속 고립된 몸들은 함께 움직이되 함께 존재하지 못한 채, 파괴 이후 다시 관계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질문으로 남긴다.

'춤을 그리다' : 1. '라운드'(조하나) : 라운드는 글러브를 통해 보호와 규율, 강화와 감각 차단이라는 신체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맨손의 유연함을 잃은 몸은 날카로운 선으로 변형되며, 공격성과 방어성이 중첩된 채 생존을 강요받는 동시대의 조건을 시각화한다. ‘무거운 파도’는 반복적으로 축적되는 정동의 압력으로서 신체를 흔들고 지연시키며 균형을 붕괴시킨다. 연속되는 밀어냄과 흔들림, 큐자리의 비완결성은 승패 없는 일상의 저항과 멈출 수 없는 삶의 리듬을 몸의 윤리로 제시한다. 라운드는 극복의 서사를 거부한 채, 지속되는 긴장의 풍경을 현대무용 언어로 응축한다.

2. '가시나무'(전부희):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는 분열된 주체의 신체적 상태를 나타낸다. 몸은 하나의 중심으로 수렴되지 않고, 교차하는 충동과 방향 전환 속에서 스스로에게도 낯선 존재로 남는다. 타자와의 접촉이 반복적으로 시도되지만, 사랑을 머무르게 할 내면의 여백이 소진된 현실로 드러난다. 가시나무는 상처를 사건으로 드러내기보다, 무게감 있는 호흡과 지연된 반응, 주저하는 움직임의 질감 속에 침전시킨다. 가시나무는 치유를 약속하지 않은 채, 과잉과 균열을 안고서도 여전히 관계를 향해 열려 있는 취약한 몸의 윤리를 조용히 증명한다.

3. '헤라가 우리의 콘크리트를 바라볼 때'(장인지) : 신화적 질서와 도시의 물질성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집’의 의미를 묻는다. 집은 중심을 상실한 채 분절된 공간으로 제시되며, 가족이 더 이상 단일한 규범이 아닌 선택되고 재구성되는 관계망임을 드러낸다. 콘크리트는 견고하지만 차가운 보호의 은유로 작동하고, 몸은 지지와 불안정 사이를 오가면서 정서적 거처의 부재를 신체화한다. 판단하지 않고 바라보는 헤라의 시선 아래에서 움직임은 협상, 잠정적 공존의 형태를 띤다. 이 작품은 신화 이후의 세계에서 몸이 어떻게 집이라는 관계의 상태를 새로 구성하는지를 증언한다.

4. '누에고치의 꿈'(하정현) : 세계를 향한 갈망, 고치 속 미세한 떨림과 호흡으로부터 시작되는 생성의 과정이 제시한다. 고치는 보호, 억압의 공간으로 작동하며, 신체는 멈춤과 움직임 사이에서 미완의 상태로 존재한다. 반복되는 접힘과 풀림, 지연된 반응은 갈등을 축적시키며, 과정 중시의 현대무용의 태도를 드러낸다. 서서히 드러나는 몸은 비대칭과 흔들림을 안은 채 세계와 접촉하며, 자유가 완결이나 안정이 아님을 신체적으로 증언한다. 이 작품은 탄생을 낭만화하지 않고, 고치를 벗어난 이후에도 계속 조정되고 생성 중인 불완전한 움직임의 윤리를 제안한다.

'빠담빠담' : ‘빠담빠담’은 심장의 기억을 리듬으로 호출하며, 과거가 현재의 신체를 추적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 기억은 회상되지 않고, 속도와 밀도, 충돌의 질감으로 몸을 밀어붙이며 움직임을 강요한다. 사랑은 낭만적 완결을 향하지 않고, 반복과 어긋남 속에서 발생했다가 곧 해체되는 지속 불가능한 운동으로 제시된다. 의미가 소진된 언어들조차 신체 안에서는 박동으로 남아, 슬픔과 기쁨, 상실을 동일한 리듬 위에 공존시킨다. ‘빠담빠담’은 추억의 재현이 아니라, 기억이 리듬으로 환원되어 멈추지 않는 몸을 형성하는 현대무용의 시간성을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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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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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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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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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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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레로
남진희(SM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상명대 명예교수)이미지 확대보기
남진희(SM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상명대 명예교수)

'3C' : 3C(Coexistence, Communication, Convergence)를 신체의 상태로 체현한다. 공존은 동일성을 향한 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속도와 질감을 지닌 몸들이 충돌과 침묵 속에서 같은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조건으로 드러난다. 소통은 언어 이전의 시도에 머물며, 엇갈린 시선과 지연된 반응 속에서 언제나 미완의 상태로 지속된다. 그 불완전한 교감 속에서 신체는 동일한 반복이 아닌 다르게 반응하려는 선택을 통해 변화한다. 결국 3C의 융합은 경계를 선언적으로 허무는 통합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의 구분이 더 이상 의미를 갖지 않게 되는 흐름의 상태로 제시된다.

‘청춘코드’ : ‘우리는 하나’라는 선언으로 시작되지만, 현대무용의 몸들은 각자의 호흡과 속도로 미세하게 빗나간다. 군무의 에너지는 통제되지 않은 리듬과 감각의 과잉으로 흩어진다. 청춘은 미래를 향한 서사도 정렬되지 못한 몸들이 스스로를 설명하지 못한 채 진동하는 상태로 드러난다. 동작의 어긋남과 타이밍의 불일치는 완성되지 못한 기술이 아니라, 하나가 되려는 욕망이 실패하는 순간에만 발생하는 관계의 밀도이다. 이 작품은 함께 있음의 확신을 제시하지 않고, 동시적이지만 일치하지 않는 몸들이 흔들리며 버티는 불확실성 자체를 끝까지 물질화한다.

‘봄날은 간다’ : 계절을 알리는 서정이 아니라, 소모되어 가는 시간의 질감을 신체로 호출한다. 움직임은 착지의 무게와 연속되는 흐름 속에서 생명과 소실이 진행됨을 근육의 긴장과 이완으로 드러낸다. 서로를 향한 제스처는 관계가 성취가 아니라 소멸의 과정임을 밝힌다. 웃음과 울음, 기대와 체념은 분리되지 않고, 반복되는 동작의 방향과 밀도 변화 속에서 감정은 선택이 아닌 상태로 존재하며 기억은 현재의 신체 조건에 따라 재구성된다. 이 작품은 상실이나 희망을 강요하지 않고, 시간에 닳아가는 몸이 지나감을 조용히 견디며 현재로 남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볼레로’ : 라벨의 음악과 발레의 기원을 존중하되, 반복 속에서 신체의 재조율을 탐색한다. 안무는 동일한 패턴 안에서 에너지의 밀도와 긴장 상태가 미세하게 변주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봄의 정령들’은 중력에 저항하고 다시 맡기며 생성·소멸하는 움직임의 파동으로 출현한다. 익숙한 멜로디는 균형과 정렬에서 이탈한 신체를 통해 새로운 시간적·물리적 감각으로 전환되며, 관객은 음악을 듣기보다 리듬의 진동을 몸으로 체감한다. 이 작품은 전통적 발레의 기억과 동시대적 신체 감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반복 속에서 현재를 갱신하는 춤으로 존재한다.

SM현대무용단은 남진희 현대무용가의 지도로 상명대 무용학과 주축의 무용 자산을 중심으로 현대무용을 일구어온 무용단이다. SM현대무용단의 서사는 남진희 교수가 2000년 상명대 무용학과에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날 공연은 남진희 무용가가 국내외에서 안무한 작품들로 선정되었으며, 지도강사 및 재학생 전원이 출연하여 스승에 대한 감사와 송별의 예를 표했다. 남진희의 춤 ‘기억속의 그리움’은 상명대 현대무용사 25년을 회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 제공=SM현대무용단·ⓒ고흥균